수요랩레터 #030. 서대문살롱(下) : 감세 축소형 민생회복지원금 제안 
지난 4일 랩2050 사무실에서 열린 서대문살롱   

안녕하세요. LAB2050의 윤형중입니다. 


지난 4일에 진행한 서대문 살롱(LAB2050이 매달 진행하는 정책 세미나)의 후기가 다소 길어져 두 번으로 나눠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주 수요랩레터에선 '선별과세 보편지급'이라는 기본소득의 재정 원리를 설명하면서 이 원리를 적용한 '감세 축소형 민생회복지원금'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보려 합니다. 이 제안을 끝까지 살펴보시고,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든 보내주세요. 비판이든, 반박 근거든 무엇이든 좋습니다. 여러 의견들을 통해 현실 정합성이 높은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민생회복지원금 앞에 왜 '감세 축소형'을 붙였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감세 축소라는 정책과 민생회복지원금이란 정책을 하나의 패키지로 합치자는 취지인데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의 정책관부터 말씀드립니다. 


저는 거의 모든 정책에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을 선악의, 옳고 그름의 관점으로 보지 않고, 장점과 단점, 효과와 부작용 등의 시각으로 보게 되면 정책을 보다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고요. 정책의 이모저모를 사전에 제대로 따져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책을 일부러라도 '이도 저도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뜨려 살펴보고,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딜레마에 고려한 정책 결정이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한다고도 강조하는 편입니다. 


참고 : [주간경향] 정책은 딜레마의 관점으로 봐야한다


그렇게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에 하나로 제시한 것이 '정책 조합'(policy mix)입니다. 하나의 정책이 가진 단점, 한계, 부작용을 보완하는 정책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관점을 적용한 것이 '감세 축소형 민생회복지원금'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간 워낙 막대한 감세를 해왔기 때문에 이를 축소하고 민생회복지원금을 시행하면 1) 재분배 효과, 2) 재정을 통한 경기 방어, 3) 자영업자 구제 효과가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간 여러 감세안들을 쏟아냈습니다. 2022년과 2023년 세법 개정안으로 향후 5년간 총 77.8조원(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을 감세했고,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도 없다가 대통령의 즉흥적 발언으로 추진된 반도체 세액공제율 인상만으로도 5년간 13조원(나라살림연구소·21대 국회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추계)을 감세했죠. 5년간 90조원 이상을 감세한 셈이고요. 이를 일부라도 복원하면 민생회복지원금의 재원 규모인 13조원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경제에도 좋고, 재분배에도 좋으며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자영업자에게도 효과적인 정책을 쓸 수 있는 셈이죠. 물론 감세 혜택을 받던 분들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감세 축소형 민생회복지원금'의 여러 논점들인 시점, 규모(1인당 25만원), 방식, 물가 자극 여부 등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왜 이 시점에? 

민생회복지원금이 지금 시점에 필요한 이유는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고, 전체 경제 안에서도 내수 경제가 안 좋기 때문이고, 그중에서도 자영업자들의 다수가 위기 상황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최근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인 1.3%(전 분기 대비)를 기록하며 지금 경제 상황이 괜찮고, 추경 요건도 안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수 경기(내수의 성장기여율은 3분기 연속 마이너스·원계열 기준)는 여전히 침체 상황이고, 지난 2년간 고물가 상황에서 가계의 실질소득은 감소(현 정부 기간 –1.1%포인트 감소)했죠. 무엇보다 1분기 경제성장률만 가지곤 지금의 경제 상황을 파악해선 곤란합니다. 지난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이죠. 


2023년 경제성장률은 1.35%로 한국경제사 70년 가운데 6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이런 저조한 수치는 민간 경제가 침체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건전재정’을 내세운 소극적 재정 운용으로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2023년 0.2%포인트 수준으로 극히 낮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전 보수 정부와도 다른 행보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 정부의 성장기여도를 2.3%포인트로 끌어올렸고, 박근혜 정부도 2015년 전년보다 경기가 위축되자 정부의 성장기여도를 2014년 0.4%포인트에서 2015년 0.8%포인트로 증가시켰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경기가 위축될 땐 위기의 방패막이 돼주고, 경기가 과열될 땐 뜨거운 김을 빼는 역할을 정부가 해왔죠.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 역할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침체와 정부의 감세가 맞물리면서 2023년 국세 세수입(세입예산안 기준)은 정부가 애초 들어올 것이라 예상한 400.5조원에 56.4조원 못 미치는 344.1조원을 기록했고, 올해도 상황은 여전합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125.6조원으로 전년 동기간보다 8.4조원 줄었고, 같은 기간 세수 진도율(예상한 세수입에서 실제 들어온 금액의 비중)도 34.2%로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작년(38.9%)보다 낮죠. 이같은 사태는 대규모 감세, 정부 예측의 실패, 경기 위축이라는 세 가지 요인의 콜라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지금 시점에 민생회복지원금과 같은 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자영업 부문이 위험에 빠져있기 때문이고, 이는 여러 지표에서도 드러납니다. 한국은 올해 3월 기준 자영업자 수가 557만명(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으로 집계되는, 자영업 과잉 공급 국가인데다, 이들이 겪는 최근의 위기는 단순히 과잉공급이란 구조적 문제 때문이 아닌 코로나 19시기 방역에 협조한 대가이기도 합니다. 그때부터 빚을 떠앉았다가 최근 경기 침체와 식재료 가격 인상 등이 겹친 탓이죠.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폐업한 서울의 일반음식점은 2020년 1만1633곳에서 2023년 1만4642곳으로 늘었고, 올해 4월까지 벌써 5248곳입니다. 자영업자의 채무 상황도 심각합니다. 나이스평가정보가 양경숙 전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인원과 금액 규모가 2019년 말과 비교해 각각 60%, 51% 증가했다. 3개월 이상 상환하지 못한 자영업자의 수도 작년 말 6만1474명에서 올 1분기 7만2815명으로 늘었습니다. 자주 지나치는 골목들을 눈여겨 보시면 예전보다 한산하거나, 임대 문의를 내건 가게가 늘었다는 것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왜 전국민에게? 왜 지역화폐로?

자영업 지원 정책으로 민생회복지원금은 적절할까요. 전 국민이 아닌, 취약계층이나 자영업자들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이 방안들 모두 여러 장단점이 있고, 이미 코로나19 시기에 1차 재난지원금(전 국민 대상)과 5차 재난지원금(하위 88% 소득계층 대상), 코로나19 손실보상 등으로 경험해본 적도 있습니다. 전 국민 지원이 손쉽고 신속하지만, 재분배 효과가 약하고, 선별 지원은 소득 자료의 한계(과거 시점의 자료·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부과체계 차이 등)를 보완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각각의 방안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 국민 지원’과 ‘감세 축소’를 연계하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연간 18조원 규모의 감세를 단행했고, 이중 일부를 철폐한다면 민생회복지원금의 재원 13조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지원할 것인가, 자영업자를 지원할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만일 자영업자에게만 지원하면 상당 부분 부채 상환, 임대료 등에 쓰여 경기 활성화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비자와 자영업자, 양쪽을 지원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왜 25만원인가? 물가는? 

지금 현금을 풀면 물가를 자극한다는 지적도 많이 나옵니다. 중요한 지적입니다. 비록 지금 물가 상승에 수요보단 공급쪽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품목 중에서도 석유류와 채소, 과실류 등의 물가 인상 폭이 컸습니다. 근원물가는 잡혀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죠. 그래도 여전히 재정을 확대하면 물가에 대한 불안이 생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현재 민생회복지원금으로 검토하고 있는 25만원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의 규모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모든 생산요소를 정상적으로 가동해 인플레이션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생산 수준인 '잠재GDP'에 실질GDP가 이르지 못했고, IMF의 추계로는 실질GDP에서 잠재GDP를 뺀 수치가 지난해 -0.42, 올해 -0.25로 추산됩니다. 국가 GDP가 지난해 10조원 이상, 올해 5조원 이상 증가할 정도로 생산규모가 늘어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적다는 의미죠. 현금 13조원이 새로 지급되고, 이것의 소비승수 등을 감안하면 IMF가 추산한 잠재GDP 수준에 이르는 정도죠. 물론 이런 예측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상보다 소비승수가 높거나, 한국의 실질GDP가 IMF 추산보다 더 높을 수도 있죠. 아무튼 25만원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규모라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22대 국회에서 민생회복지원금 논의가 본격화되면 한번 토론을 해볼만 할까요? 좋은 의견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책리뷰 원데이클래스 - 2024.6.22
LAB2050과 나이오트가 정책리터러시를 높이는 교육과정을 만들었습니다. 정책을 설계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그 요소들로 정책들을 직접 리뷰하는 원데이클래스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신청페이지 : https://tally.so/r/3E1Q7N

인디 이콘 임동민의 위클리 큐레이션#26. 전세계 부채보고서
UNCTAD의 <2024년 전세계 부채보고서> 
안녕하세요. 2024년 6월 둘째 주 <인디이콘의 위클리 큐레이션>입니다.

이번 주에는 1) UNCTAD의 <2024년 전세계 부채 보고서 - 번영의 부담 증가>, 2) World Bank의 <인도의 마을정부에 대한 검토 – 25만 개의 민주주의>, 3) 인디이콘의 경제엠 <2024년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 읽기를 추천 드립니다.

첫 번째 소개드릴 보고서는 UNCTAD(UN Trade and Development : 유엔무역개발회의)의 <2024년 전세계 부채 보고서 - 번영의 부담 증가(A world of debt 2024: A growing burden to global prosperity)>입니다. 6월 4일 발표되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공공부채는 세계경제의 연쇄적인 위기와 부진하고 불균등한 성과로 인해 계속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 국내외 일반정부 부채를 포함한 공공부채는 2022년보다 5조6000억 달러 증가한 97조 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의 대외 공공 부채는 2022년에 3조 2천억 달러로 증가했고, 대외 공공부채의 비용은 높아진 금리, 글로벌 달러화 강세, 개발금융 시스템의 높은 장벽으로 여전히 높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은 국제금융 구조와 씨름하고 있으며, 그 고착화된 비대칭성은 연쇄적인 위기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저렴한 개발금융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변동성이 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외부 출처에서 차입하도록 강요함으로써 부채 부담을 심화시킵니다. 한 국가의 금융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고 대외 공공부채 수준이 높으면 외부 충격과 금융 불안정에 더욱 취약합니다. 통화가 평가절하되면 외화 부채 상환액이 급증하여 개발 지출을 위한 자금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개발도상국은 외부 채권자에 대한 자원 이전을 늘릴 수밖에 없는 반면 부채 위기 해결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늘어난 공공부채와 상승한 비용에 대한 대가를 사람들이 치르고 있습니다. 2022년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개발도상국의 공공 예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23년 공공 부채에 대한 순이자 지급액은 8,470억 달러로 2021년 대비 26% 증가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행동을 촉구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부채로 인한 도전은 현재 진행 중인 다자간 논의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유엔 총회에서는 149개국이 개발 자금 조달 또는 부채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구체적으로, 73개국은 부채가 지속가능한 발전과 얽혀 있는 다양한 방식을 강조했습니다. 국제 금융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거의 50명에 달하는 세계 지도자들이 이 공동의 목표를 향한 노력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UN에서 언급한 공공 및 대외부채에 취약성이 높은 개발도상국은 아니지만, 1) 늘어난 공공부채, 2) 높아진 비용과 장벽, 3) 국민들의 부채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4) 공공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해결방안과 행동 촉구가 필요한 것은 유사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 전문을 참조해 주세요.

두 번째 소개드릴 보고서는 World Bank의 <인도의 마을정부에 대한 검토 – 25만 개의 민주주의(Two Hundred and Fifty-Thousand Democracies : A Review of Village Government in India)>입니다.

힌두어 판차야트(Panchayats)의 ‘5인의 현자모임’을 뜻하는데, 이는 인도 지방의 기초자치자치를 말합니다. 그람 판차야트(Gram Panchayats)는 1992년 제73차 인도 헌법에서 8억 명의 시민을 포괄하는 250,000개의 마을 민주주의 자치 계획입니다. 이 법은 정기적인 선거, 심의 공간, 여성과 불우한 카스트를 위한 정치적 유보를 의무화했고, 이로 인해 민주주의 경험의 전례 없는 변화는 민주주의, 거버넌스 및 개발 간의 교차점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많은 연구를 낳았다고 합니다.

세계은행의 이 보고서를 통해 인도의 민주주의 궤적이 1) 3,000년 동안 이어져 온 토론과 숙의의 전통, 2) 식민지 정책, 3) 현대 인도의 형성에 기여한 간디와 암베드카르의 대조적인 이데올로기, 그리고 4) 제73차 헌법 수정안이라는 네 가지 광범위한 힘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논문은 지역 정치인과 관료의 효율성, 정치적 유보, 공공 재정, 숙의 민주주의 및 서비스 제공에 대한 경험적 문헌에서 주요 결과를 추출하고, 인도의 판차야트(Panchayats)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 권고와 더 큰 권한 이양과 지역 재정 능력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의 도시 정부들이 그람 판차야트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 원문을 참조해 주세요.


마지막 소개드릴 보고서는 인디이콘의 경제엠 <2024년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입니다. 6월 12일 발표되었습니다. 제가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전망해 본 것인데, 관심있는 분들은 보고서 전문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6월 둘째 주 인디이콘의 위클리 큐레이션을 마칩니다.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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