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Chris.  

The Gap Filler

안녕하세요. 유부혁입니다. 
뉴욕 재즈 앳 링컨에서 열린 FGF(Fortne Global Forum)에 다녀왔습니다. 출장은 중순이었지만 심한 감기몸살을 가지고 돌아와 편지가 늦어졌습니다. 

이직하고 글로벌 포럼은 2번째. 아시아에서 열린 혁신 포럼과 AI 포럼까지 하면 4번째 포럼 참석인데요. 회사 눈치 봐가며 열심히 포럼을 쫓아다니는 이유가 있습니다. '형식'. 형식을 배우기 위해섭니다. 서울에서도 멋진 포럼을 열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전 '라이브'가 참 좋습니다. 우리 기자들이 열심히 기획하고 취재한 이야기들, 인터뷰와의 인터뷰를 멋진 베뉴에서 라이브로 진행하는 걸 꿈꿉니다. 이 꿈을 붙들고 계속해서 ASK, SEEK, KNOCK하고 있지요. 


이번 FGF에선 세션 중간에 특별히 재즈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멋진 연주를 일부 찍어왔는데 영상으로 보여드리지 못하는게 아쉽습니다. 포럼을 후원하는 기업들을 과감하지만 자연스럽게 베뉴에 녹여낸 것 역시 보기 좋았습니다.

질문자와 패널이 즉석에서 감정을 교류하고 또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질문을 읽고 상대방이 말할 때 다음 질문을 숙지하는 모습은 볼수 없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음향'

장소를 재즈 앳 링컨센터로 정한 것도 이때문일 텐데요. 사회자와 패널들의 값진 대화가 그야말로 생생하게 잘 전달됐습니다. 그러니 세금 포함 1만불을 내고 포럼에 참석하는 거 아닐까 싶더라고요. 이번 포럼의 디테일은 '음향'이라 생각했습니다.

실리콘투. 될성부른 한국 화장품을 북미, 동남아 그리고 유럽에서 소개하고 있는 유통기업입니다. 3년전 130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3400억원을 훌쩍 넘겼고 올해는 7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급성장'이 키워드는 아닙니다. 올해 초부터 인터뷰를 준비한 저희가 찾은 키워드는 '틈'입니다. 부족함 일수도 있고 필요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는 "한국 브랜드들이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어떻게 팔지는 그만큼 고민하지 않는다. 그건 유통업자인 내가 할 일"이라고 했습니다. "물의 속성을 가진 유통은 틈이 있으면 어디든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제조사와 시장의 입장에서 개운치 않은 그 무언가를 파고든 덕분에 그에게 화장품 제조사들이 몰려듭니다.
전 그가 유통업자라기 보단 틈을 메우는 사람, Gap Filler라고 부르게 된거죠.
12월호 표지는 틈을 찾는 그의 모습을 김용호 작가가 후지필름 카메라 GFX100s로 촬영했습니다. 
내년 하반기 사진전에 걸 한 장의 멋진 사진을 추가한 기쁨이 큽니다. 
올해 패션 브랜드 'Theory'와 판을 바꾸는 기업가들을 만나보는 'your Theory'를 진행했는데요, 이달엔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입니다. 서울대 투자동아리 '스믹'회장이었던 그는 '대기업집단 소멸론'을 이야기합니다. 인구가 줄고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힘을 잃는데는 '낙관론'을 펼쳤습니다. 사람의 창의성에 기댄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위의 실리콘투가 그중 하나죠.) 전 세계 트렌드에서 최첨단에 선 한국의 다이내믹함과 달리 대기업 집단은 변화에 대비하지 못했고 해체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위 표는 1995년 시총 톱10과 현재를 비교한 자료입니다. 

다시, 뉴욕. 저의 방앗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잠깐 들렀다 5번가에 위치한 최고의 럭셔리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을 구경했습니다. 백화점 건너편엔 건물 전체를 트렁크 가방으로 꾸민 루이비통 스토어가 눈에 띄었죠. 록펠러 센터 앞 크리스마스는 트리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캐럴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구세군은 바삐 걷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실리콘투, 포럼, 홍진채 대표의 말. 종합하면 잘 되는 곳의 공통점은 '어떻게든'입니다. 어떻게든 팔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 진심이 돋보입니다. '다들 어렵다'는 말은 트렌드도 분석도 아니고 자기위안입니다.  

위 사진의 흰 셔츠는 요즘 제가 입는 '근무복'입니다. 흰 셔츠에 'Chris at FORTUNE Korea edition'이라고 새겼죠. 별것 아니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 자세를 새겨 봤습니다. '어떻게든' 우리 기자들이 열심히 쓴 기사가 널리 읽히기를, '어떻게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보려고요. 


새벽에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첫눈이 함박눈. 도로는 엉망이지만 왠지 모르게 좋습니다. 

눈 내린 가로수 위로 내리는 햇살이 더 눈부신 날입니다.

남은 12월, 틈을 보이지 않고 진심을 다하는, '어떻게든'을 다하는 한달 보내셔요. 


유부혁

FORTUNE Korea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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