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뉴스레터에서 '36주 임신중지 브이로그' 사건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임신 36주 차에 접어든 A씨가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리면서 수사가 개시된 사건이었습니다.
지난 7월, 살인죄 혐의로 재판을 받은 A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1심에서의 유죄(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이 뒤집힌 결과였습니다. 유·무죄를 가른 쟁점은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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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A씨는 임신 34~36주 차로 추정되는 시점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스물다섯이었던 A씨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가족과도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등 경제적·사회적 기반이 취약한 상황이었습니다. 임신중지를 원했던 A씨는 지인을 통해 임신 후기에도 수술이 가능한 B병원을 알게 됐습니다. A씨는 B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당일 임신중절수술을 받았습니다.
몇 달 뒤 A씨와 의료진은 살인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태아가 출생한 뒤 사망할 가능성'을 알고도 수술을 받았다고 판단해 살인죄를 인정했습니다. 그 근거로 A씨가 구체적인 수술 방법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 수술 전 사체 처리를 병원에 위임하는 내용의 동의서에 서명한 점 등을 들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병원을 찾기 전 병원 관계자에게 '태아가 사산되어 나오는 것이 맞는지' 확인했고, '그렇다'는 답변을 듣고 수술을 결정한 것으로 봤습니다.
임신 후기 임신중절수술 방법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의료 현장에서 태아가 모체 안에서 사망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수술을 하고 있다는 산부인과 전문의의 증언이 바탕이 됐습니다. 의료인이 아닌 A씨 입장에서는 실제 수술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김명선 변호사는 항소심 선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계속되는 입법 공백 속에서 의료계와 산모들, 일반인들이 얼마나 큰 혼란에 빠져서 이와 같은 비극을 낳게 됐는지 (이번 판결이) 여기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변호사가 언급한 '입법 공백'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의 상황을 의미합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의 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국회에 개선입법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그로부터 7년,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제도는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양형 이유에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여 2021년 1월 1일부터 그 효력이 상실되었으나, 국회는 그 이후에도 별다른 개선입법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임신한 여성이 언제까지 어떠한 사유로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관한 규범적 공백과 혼란이 발생하였다."
"만약 피고인이 자신의 임신 사실을 초기에 인지하고 전문가로부터 정신적 지지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으면서 충분히 숙고할 수 있었다면, 아울러 국가가 임신·출산·육아에 장애가 되는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 사건과는 충분히 다른 결과에 이를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고합1042)
유·무죄에 대한 판단은 달랐지만, 두 재판부 모두 이 사건이 개인이 짊어질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항소심 판결 이후 검찰이 상고하면서 대법원의 판단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