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해두자면 이는 내가 쓴 것이 아니다."
안녕하세요. 김주형 기자입니다.
지난주부터 법원이 휴정기를 가지면서 코트워치의 업무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법원에 가는 대신에 판결문을 열람하러 법원도서관에 가고, 새로운 기획을 위한 준비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최윤정 기자가 기획한 새로운 프로젝트 기사가 발행됐습니다.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코트워치가 기사의 주제를 정하는 우선적인 기준은 '사건과 관련된 재판이 열릴 예정인지' 여부가 되겠지만, 사건을 접했을 때 '이 사람이 궁금하다', '어딘가 이상한데 왜일까?' 같은 궁금증과도 이어져 있습니다.
얼마 전 읽은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고레에다 히로카즈, 1992)』라는 책도 저자의 '질문'에서 출발한 글이었습니다.
작년 11월 개봉한 영화 <괴물>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를 만들기 전까지 TV 다큐멘터리를 연출했습니다. 그가 20대에 처음으로 기획해 만든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쓴 책이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입니다. 일본에서 미나마타병이 발병하고 관련 소송이 이어지던 때 환경청 간부였던 야마노우치 도요노리가 자살한 사건을 다룬 책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야마노우치의 사망 소식을 보도한 기사를 읽으면서 취재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 사람은 왜 자살을 하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따라 야마노우치의 가족, 친구, 동료들을 만나고, 그가 쓴 논문과 저서, 어릴 적부터 써왔던 일기, 시, 에세이를 읽고 책에 담았습니다. 야마노우치 개인의 삶과, 당시 일본의 복지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그려져 있습니다.
저자는 야마노우치의 측근 중에서도 아내인 도모코로부터 긴 시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책을 발간하면서 쓴 후기에는 "미리 말해두자면 이는 내가 쓴 것이 아니다. 그녀 안에 있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움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썼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코트워치의 법원 취재 과정을 떠올렸습니다. 재판을 취재할 때는 법정에서 오가는 대화를 있는 그대로 기록합니다. 시간에 맞추어 법정에 들어가 앉고, 이야기를 듣고, 재판이 끝나면 법원 밖으로 나옵니다. 때로 풀리지 않은 의문이 생기면 증인이나 변호인에게 질문하기도 합니다. '왜 그런 반응을 보이셨나요, 그 이야기는 왜 나온 건가요?'
법정이라는 현장에서는 재판이 이루어질 뿐이고, 기자인 저는 그 흐름을 바꾸거나 관여하지 않습니다.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때에는 취재가 잘 안되기도 하고, 대부분의 증거 조사나 증인 신문이 비공개로 진행된 재판은 수첩에 기록된 채 시간이 지나갑니다. 재판 내용을 통해 충족되지 않은 부분은 선고 이후 공개된 판결문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코트워치가 하는 취재의 핵심은 지금까지로 보면 '재판이 이루어지는 법정에 가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정이라는 공간을 중심에 두고 코트워치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해서 찾아나가 보려고 합니다.
올해에도 코트워치는 기록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밝고 평안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셨기를 바라며 오늘의 레터를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