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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고 쓰는 ​​에게

"기록과 이야기는 오래도록 남아 다시 당신을 드러낸다."
- 손현,글쓰기의 쓸모
안녕하세요. 책 속의 문장으로 만나는 뉴스레터, 텍스처 픽입니다.
누구나 살아가며 삶의 변곡점을 마주합니다. 그 자리에 서기 전까지는 성공일지 실패일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불안합니다. 텍스처 픽이 만난 『글쓰기의 쓸모』 작가 손현은 그 불안을 동력 삼아 언제 어디서나 쓴다고 말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한 마음을 담은 텍스처 픽 스무 번째 레터, 오늘도 읽고 쓰는 에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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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콘텐츠 매니저/작가 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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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토스 콘텐츠 매니저/작가 손현

ⓒ 해란/서울메이드 
글쓰기와 테니스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 한때 주말마다 테니스 코트로 달려갔는데, 요즘은 갓 태어난 딸이 울 때마다 분유를 타러 부엌으로 달린다. 언젠가 딸과 함께 테니스를 치고, 그날의 추억을 다시 긴 글로 쓸 수 있기를 꿈꾼다. 『글쓰기의 쓸모』,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를 썼다. 
매번 다른 속도와 회전수로 날아오는 테니스 공을 쳐내는 일. 건축과를 나와 대기업에서 플랜트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퍼블리(PUBLY), 《매거진 B》를 거쳐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toss)에서 글을 ‘짓는’ 작가 손현은 글쓰기를 테니스에 비유합니다. 치기 편한 공을 골라내는 대신 ‘어떤 상황에서든 받아치자’는 마음이 ‘어떤 상황에서든 쓴다’는 마음과 같다는 것이죠. 여전히 잘 쓰고 싶은 마음, 그만큼 잘 살고 싶은 바람. 『글쓰기의 쓸모』는 ‘인생의 쓸모’로 제목을 바꾸어도 좋을 만큼 살아가는 일을 이야기합니다.
- 대기업을 그만두고 177일간 모터사이클 여행을 다녀온 첫 책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에서 두 번째 책 『글쓰기의 쓸모』까지, 그 시간의 간격이 궁금하다.
2016년 첫 책을 내고 5년이 지났다. 첫 책은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전 청년의 자아 찾기 여정이었다. 누구와 인생을 꾸려갈 것인가, 내 일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대기업 엔지니어라는 첫 번째 직업은 솔직히 말해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선택이었다. 어느 날, 회사 선배들을 둘러보았다. 삶에 타협한 모습들을 보며 나는 다르게 걸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결국 2015년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 동해에서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러시아, 북유럽, 유럽의 도시들까지… 후련했다. 여행을 다녀왔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가보지 못한 길을 가겠다는 선언을 실천한 것만으로도 근사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생각하고, 나의 한계를 깨닫고, 앞으로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를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여행을 다녀와 엔지니어에서 에디터로 전업했다. 퍼블리와 《매거진 B》에서 글을 쓰고, 출판 프로세스를 배웠다. 『글쓰기의 쓸모』는 그 5년의 여정을 묶은 셈이다.

- ‘불안하기 때문에 나는 기록한다’는 첫 책의 고백이 두 번째 책에서는 ‘내가 보기에 좋은 것, 남도 알았으면 싶은 걸 알릴 때 쓴다’로 확장되었다.
처음 글쓰기 책을 제안 받았을 때에는 슬며시 거절했다. 문예창작과 출신도 아닌, 글쓰기 강사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렇기에 독자가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라고 출판사가 설득하더라. ‘글쓰기의 쓸모’라는 제목까지 붙여서. 그날 이후 글쓰기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덧붙여 한 줄 한 줄 정리해나갔다. 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 사이 결혼을 했고, 부모로부터 독립한 한 개인이 잘 살기 위한 고민을 담았다.

- 글쓰기를 개인 브랜딩의 주요 수단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시대의 화두인 듯하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성장이 더디고, 각자도생하는 시대가 되다 보니 나를 알려야 한다는 욕망이 커진 게 아닐까. 돌아보면 10년 전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나를 소개하는 셀프 포트폴리오 매거진을 만들어 내가 원하는 직업을 구할 때 사용했으니까. 그 시절 나는 ‘셀프 브랜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나에게 글쓰기는 일상이다. 평생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삶의 모든 영역의 밀도가 높아서 조금만 방심해도 나의 존재와 일이 묻히기 쉽다. 여기에 소셜 플랫폼이라는 기술적·사회적 여건까지 맞아떨어졌다. 불안과 불만은 커지고, 불안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는 거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지금 내가 어떤 산업에, 어떤 회사에 속해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 말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쪼개어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내가 속한 산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업해야 하고, 내가 속한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직하면 된다. 지금 내가 속해 있는 핀테크라는 분야는 규제가 풀리면서 팽창하고 있다. 산업 분위기도 회사 분위기도 좋다. 게다가 지금은 모든 기업이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나만 잘하면 된다.  

- 토스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가?
콘텐츠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다. 토스라는 브랜드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금융 경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기업 블로그 역할을 했던 ‘토스피드(https://blog.toss.im) 본격적으로 콘텐츠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부동산, 해외 비즈니스 트렌드, 거시 경제, 위기관리 등 단순한 재테크 팁을 넘어서는 콘텐츠로 변화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교 전통의 영향 때문인지 돈을 밝히면 천박하게 보는 경향이 남아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풍성함을 살피고 있다. 돈의 숫자에 머물지 않고 인문적·역사적 관점을 섞은 괜찮은 기획으로 돈에 대한 건강함을 이야기하려 한다.

- 손현의 글쓰기는 일, 개인, 자유의 의미를 묻는 것으로 귀결된다. 회사를 다니며 자유를 꿈꾸는 글쓰기 사이에 갭이 있을 것 같다.
조직의 브랜딩과 개인 브랜딩의 공생을 늘 고민한다. 개인이 유명해지면서 조직과 불화하고 결국 퇴사하는 경우도 보아왔다. 개인 브랜딩으로 인해 시기와 질투를 받는 경우도 심심찮다. 결국 문제도 해답도 나에게 달려 있다. 개인의 강점을 뾰족하게 발휘해야 한다. 나의 강점을 업무 영역에서 발휘하느냐, 개인의 삶의 범위에서 발휘하느냐다. 나는 운이 좋게도 퍼블리와 《매거진 B》에서 타인을 조력하는 역할을 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배웠다. 외부 브랜드를 지렛대 삼아 내가 부풀려지는 것을 경계한다. 글쓰기나 브랜딩을 주제로 강연 요청이 오면 나보다 잘하는 후배를 추천하기도 한다. 자기 객관화 훈련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 손현의 글이 쓸모 있는 비결은 메모인 셈이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노트에 만년필로 메모하듯이 말이다.
글의 구조를 고민하다 보면 심플할수록 글이 잘 읽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아는 걸 과시하고 싶고… 아니다. 과감히 ‘덜어내야’ 한다. 글은 ‘시작’이 중요하다. 볼 것도 많고 읽을거리도 많은 세상에서 독자가 내 글을 끝까지 읽게 하려면 도입부가 중요하다. 이전에는 주로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글의 도입부를 길게 끌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의 영향이라고 할까. 오프닝을 길게 끌지 않고 곧장 주인공의 대화 장면으로 돌진하는 것 말이다. 주로 단문으로 트윗(tweet)하는 해외 트위터를 참조하며 글의 시작을 고민하고 있다.

- 인생의 변곡점마다 글쓰기를 멈추지 않은 손현을 성장하게 한 책이 궁금하다.
  📚 손현의 문장들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
법정, 『일기일회』, 문학의숲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법정스님이 진행한 법문 일부를 엮은 책이다. 2015년 모터사이클 여행을 떠날 때 들고 간 책이다. 글 한 편을 조금씩 아껴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절판된 책이지만 중고로 종종 구할 수 있다.
    • 육조 혜능을 눈뜨게 한 구절이 『금강경』에 있습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어디에도 머물지 말라, 어디에도 머물지 말고 그 마음을 내라,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그 마음을 일으키라는 말입니다. 움켜쥐었던 것을 놓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것을 늘 움켜쥐고 있으면 거기에 갇혀 사람이 시들어 버립니다. 그 이상의 큰 그릇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 우리가 살 만큼 살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때 가서 아까워하며 망설일 것 없이, 내려놓는 일을 미리부터 연습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습니다. 
     
    •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것은 현재를 최대한으로 사는 일입니다. 어떤 사람이 불행과 슬픔에 젖어 있다면 그는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시간 앞에 아직도 서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으로 산다면 과거도 미래도 없습니다. 집중력이라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침묵의 세계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거대한 질문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지음), 장경렬(옮김),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문학과지성사
      단순한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해 대안적인 삶의 태도로 답한다.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매거진 B 편집부, 『잡스 - 에디터(Jobs - Editor)』, REFERENCE BY B
      기획부터 제작까지 직접 참여한 책. 플랜트 엔지니어에서 에디터로 전업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장 많이 배우고 영감을 얻은 건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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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이가 추천한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문장들을 제안합니다

      트레이더와 펀드매니저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마도 투자에 관한 이야기일 겁니다. 그런데 트레이더이자 전직 애널리스트인 김동조와 세계 최고의 펀드매니저라 불리는 레이 달리오는 다름 아닌 ‘원칙’을 말합니다. 원칙이 있어야 좋은 선택이 가능하니까요. 원칙이 인생과 일과 모든 것을 결정 짓는다!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원칙』 두 권을 함께 읽어보세요. 원칙 이면에 숨겨진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 우리는 '시도'하는 한 '실패'할 수밖에 없다.

          • 보관되고 쌓아올려진 생각은 힘이 없다. 생각은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 생각의 흐름들을 서로 연결시켜야 사고의 세력이 확장된다.

            제목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 김동조
            출판사 김영사
              • 잘못이 실패가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잘못에서 성공의 단서를 얻는 것이다. 그러려면 원칙을 만들어 사수하고, 원칙을 보수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 행복은 삶의 원칙이 될 수 없다. 일관적이지 않은 행복이 목표가 되면 비틀거리게 된다.

                제목  원칙 Principles
                저자/역자 레이 달리오/고영태
                출판사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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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근두근, 이 주의 신간 소비

              오늘날의 교양
              “우리가 최고니 최악이니 하는 것들도 모두 ‘생각’의 결과물이나 마찬가지다. 문화·사회·경제·정치의 모든 영역에서 불안정성과 불투명성이 높아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솔직하고 열려 있는 대화를 통해 최대한 다양한 지식과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해결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카스 샤(지음), 임경은(옮김),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인플루엔셜

              ✍️ 큐레이터 Y
              유발 하라리부터 조던 피터슨까지 이 시대 대표 지성 134인과의 인터뷰는 창조의 원동력이 ‘생각’에 있다는 점에 주목한 한 개인의 작은 인터뷰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정체성, 문화, 리더십, 기업가정신, 차별, 갈등, 민주주의…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질문과 답변.
              #생각 #통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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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을 책을 고르는 일은 어떤 사람이 될지를 고르는 일과 비슷하다.
                - 김겨울, 『책의 말들』,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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