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늘 외로움이 곁에 있는 것 같다. 친구를 만나도, 가족과 함께 있어도, 연인과 있어도 그 만나는 시간이 지나면 외로움이 엄습해온다. 특히나 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시기는 주로 봄과 가을이다. 문득 혼자 어딘가에 앉아 열심히 타이핑을 하고 있는 나를 자각하는 순간이 꽤 많아지는 시기다. 

왜 이렇게 외로움을 느끼는걸까. 

그런 시기가 되면 어깨는 축 쳐지고 발걸음이 느려진다.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다. 그럴 때면 천천히 어딘가를 걸으며 생각들을 꾹꾹 눌러담는다. 이런 감정들을 떨쳐버리려 무척 애써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오는 그 외로움은 아마도 평생 같이 해야할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디즈니+에서 마지막 에피소드가 공개된 <사랑이라 말해요>의 주인공들은 어딘가 외로워보인다. 두 주인공의 가족 관계와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두 주인공의 뒷 모습은 무척이나 외로워보인다. 시리즈 안에서 꽤 많은 장면들이 인물의 뒷모습을 담고 있다. 그게 꽤 진짜처럼 보였다. 외로운 사람들의 뒷모습. 그리고 조용히 밥과 술을 먹는 그들은 조용히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작은 리액션을 보인다. 

이 시리즈 안에서의 인물들은 크게 까불거나 아주 우울한 캐릭터가 없다. 주인공 심우주 라는 캐릭터와 김동진 이라는 캐릭터가 처음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카메라가 그들이 나란히 앉아 국수를 먹는 모습을 비추면, 그들이 같은 감정을 가지고 같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시리즈는 후반으로 갈수록 정말 좋아지게 되었다. 

왜 이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짠함 인것 같다. 두 인물들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 있고,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연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겪었던 일들과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자주 외로웠고, 축쳐진 어깨를 하고 혼자 식당에 앉아 밥을 먹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이야기 속 우주와 동진은 말이 없고, 잘 웃지 않는다.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순간 두 사람의 입가는 살짝 올라간다. 결국 외로움은 누군가 자신을 이해하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때 줄어드는 것 같다. 

잠시 잊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또 어느순간 불현듯 외로워질테니까. 마치 감기처럼 때가 되면 왔다 가는 감정이다. 혼자해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두 주인공들은 그래도 같이 있을 때 좀 더 행복해 보인다. 

우주와 동진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 시리즈를 매주 챙겨본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같이 공유하며 8주동안 공개를 기다리게 했던 이 시리즈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두 사람이 국수를 먹고, 맥주를 마시고, 소주를 기울였던 그 모든 장소와 시간들 역시 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마치 내가 그 동네의 가게에 있었던 것처럼...

영화<에어> 속 소니(맷데이먼)는 나이키에서 영향력있는 광고 모델을 찾아다닌다. 농구 선수의 영상을 보고 특별한 느낌을 주는 선수를 찾다 마이클 조던 이라는 신인을 발견한다.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는 나이키의 농구화 라인에 큰 성공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그의 사무실은 비디오 데크로 영상을 볼 수 있는 방이다. 수도 없이 선수들의 영상을 보고 소니가 영감을 받는 공간이다. 

직장생활이 늘 그렇듯, 소니도 외로워 보였다. 물론 그를 뽑은 사장과 마케팅부서의 동료가 있다.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일의 실마리를 찾아가려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완전한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그렇게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소니는 선수 영상을 돌려보고나 가만히 앉아 생각한다. 소니 뿐만 아니다. 사장인 필도 고민이 있을 때면 조깅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외로움은 어쩌면 필수가 아닐까. 팀과 같이 하는 일도 있겠지만 결국 일은 나눠야하고 각자의 몫을 스스로 해내야한다. 그렇게 혼자 고민하고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모여 팀의 성과가 된다. 그렇게 각자가 가지는 고민의 시간이 없을 때, 당연히 좋은 결과는 얻어낼 수 없다. 

지금의 직장에서도 주변에 많은 동료들이 있다. 같이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또 회식을 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한다. 하지만 각자 일하는 시간이 되면 모두가 다시 외로움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이 해야할 일에 몰두한다. 언젠가 밤늦게까지 일에 몰두하다 주변을 둘러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몇몇의 동료들이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렇게 외로움의 방을 나와 결과물을 전달하고 최종 선택을 기다린다. 그땐 옆에 동료들이 있다. 일하는 순간은 외롭지만 결과에 대한 평가가 좋든 나쁘든 동료들이 함께한다. 영화 속 소니는 자신의 길고 외로운 싸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동료들과 서로 축하를 건넨다. 

무척이나 외롭게 보였던 소니가 자신의 일을 해내고, 동료들과 그 기쁨을 나누던 순간이 계속 떠오른다.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또 결과 PT이후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나누던 그 기쁨의 순간들이 영화에 잘 담겨있었다. 

직장 생활에 그런 기쁨의 순간이 아주 많지는 않다. 하지만 비슷한건, 결국 누구나 외로움 속에 혼자 일하고 그걸 밖으로 꺼내 동료들과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외로움 속에 일하는 그 순간은 꽤나 괴롭지만 그 일이 잘 마무리되고나면 비로소 그 외로움의 감옥에서는 잠시 벗어날 수 있으니, 그 해방감이 꽤나 마음에 든다. 직장 생활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친한 친구가 갑자기 죽는다면 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그것도 눈앞에서 죽음을 목격한다면 쉽게 삶의 다음을 이어나가지 못할 것 같다. 서로 의지하고 믿었던 친구의 죽음은 나의 삶도 크게 변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아직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누군가가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을 보는 일도 괴롭다. 

파라마운트+에 업데이트 된 <레빗홀>의 주인공 존(키퍼 서덜랜드)은 눈 앞에서 평생의 친구가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같이 모험하듯 지내온 친구의 죽음은 존을 완전한 혼란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리고 존은 누군가의 음모에 빠져 살인 용의자로 몰린다. 

시리즈는 현재 시점의 존이 겪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긴박하게 보여주면서도 과거의 이야기도 함께 담는다. 아버지의 죽음이후 가장 가깝게 지냈던 친구와의 이야기는 그의 삶에서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 존이 느끼는 절박한 감정과 아픔의 감정이 무척 잘 드러난다. 

친구의 죽음 이후 존은 무척이나 외로워 보인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도 존이 믿을 수가 없다. 그것 자체가 존을 외롭게 만들고 스릴을 만들어낸다. 아마도 이 시리즈가 만들어내는 서스펜스와 스릴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의 공격이 기본 역할을 하겠지만 존이 느끼는 외로움의 감정이 양념처럼 그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것 같다. 

존의 심리상태와 성장과정 때 겪었던 경험이 꽤나 큰 단서를 주고 있다.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고 그가 존을 돕기 시작하면서부터 존은 본격적으로 더 깊은 혼란으로 빠진다. 아직 시리즈가 다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 반 정도의 이야기가 진행된 것으로 보면 존이 감정적인 혼란 속에서 그만의 길을 찾아낼 것으로 보인다. 그건 아마도 자신만의 퍼즐을 푸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척 흥미로운 시리즈다. 티빙이라는 OTT서비스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시리즈지만, 액션보다는 스릴러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만족스러운 내용일 것 같다. 무엇보다 주인공 존의 감정이 변화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면서도 스파이 스릴러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시리즈는 이런 장르를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영화 <렌필드>

특종이 필요한 기자 ‘나영’은 옥수역에서 근무하는 친구 ‘우원’을 통해 
‘옥수역’에서 계속해서 일어난 사망사건들을 듣게 된다.
‘나영’은 ‘우원’과 함께 취재를 시작하고 그녀에게 계속 괴이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무언가 있다. 옥수역에…

님 이번 주는 어떠셨나요?

사실 우리 모두는 외로움을 자주 느끼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가족들과 있어도 문득문득 외로움을 느낍니다.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의 마지막회를 보고 나서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어요. 

외로웠던 두 주인공이 서로의 축쳐진 뒷모습을 보고 서로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던 그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어왔는데요. 

시리즈 끝까지 그 외로움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하죠. 아마 행복한 이야기로 갈 수도 있겠지만 시리즈는 어느 정도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됩니다. 

<에어>를 보고는 외롭게 일해야만 하는 현대 직장인들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동료들과 같이 해나가는 것이긴 하지만 결국에는 혼자 외롭게 해야할 일들도 많죠. 

그걸 이겨내고 결과를 얻어낸 이들이 좋아보였어요. 

시리즈 <레빗홀>의 주인공도 무척 외롭게 성장한 인물이에요. 그런 그의 앞에서 절친이 자살을 하죠. 그리고 주인공은 음모에 빠져 살인 용의자가 됩니다. 그의 주변엔 진짜 아무도 없죠. 그런 외로움이 이야기를 더 스릴있게 만듭니다. 

이번 주는 이런 이야기들을 보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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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에게 추천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주에 다시 메일 드릴게요. 

님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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