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당 100주년 헌정 영화, <1921>, 미무극장, 7월 극장가 라인업
중영본색 6호
2021-07-07 소서

안녕하세요 이하오입니다.

  공산당 건당 100주년 행사와 여름방학의 시작으로 중국 극장가가 들떠있습니다. 중영본색 6호에서는 공산당 건당 100주년을 기념하는 헌정 영화 소개와 건당 역사를 그린 영화 <1921>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평가, 중국 최대 OTT 기업 아이치이의 전략 “미무극장(迷雾剧场)”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붐비는 7월 중국 극장가 라인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 공산당 건당 100주년, 넘쳐나는 홍색 영화
  중국 공산당이 건당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중국 전역은 건당 100주년을 축하하는 분위기로 떠들썩하고 2021년 7월 1일을 건당절建党节로 지정하여 대규모 국가적 행사를 열었습니다. 영화계에서도 "중국 공산당 성립 100주년 축하 헌정 영화(庆祝中国共产党成立100周年的献礼片)"를 여러 작품 개봉하며 2021년 7월 중국 영화계는 그 어느 때보다 홍색 영화*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홍색 영화: 중국 공산당의 혁명정신과 영웅주의를 주제로 하는 영화 

  2021년 7월 6일 기준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는 건당 100주년 헌정 영화로는 <현애지상 悬崖之上>, <유청 柳青>, <구영후 九零后>, <소년 주은래 少年周恩来>, <1921>, <혁명자 革命者> 등이 있습니다. 건당 축전 영화는 "중국 인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킨다"를 목적으로 하는 주선율 영화의 한 종류입니다. 그러나 매년 국경절을 전후하여 개봉하는 주선율 영화가 "인민 개개인의 국가를 위한 노력과 희생, 발전하는 중국"을 주로 다루는 반면, 건당 축전 영화는 "지금의 중국을 있게한 역사적 인물들의 업적과 혁명 정신"에 주목합니다. 

<1921>, <혁명자>, <중국의생>
  1930년대 하얼빈에서 펼쳐진 첩보 작전 <현애지상>, 중국 공산당 고위직 당원으로서 농촌에서 평생을 보내며 중국 농업의 발전을 위해 힘쓴 인물 유청(柳青)의 전기 영화 <유청>, 전쟁으로 학교 마저 침략되었을 당시 북경대-청화대-남개대 등 중국 유수의 대학 학생들이 연합하여 배움을 위해 중국 대륙을 가로질렀던 실화 바탕의 다큐멘터리 <구영후>, 중국 공산당의 핵심 당원으로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에 기여한 인물 주은래(周恩来)의 어린 시절을 그린 <소년 주은래>, 중국 청년들의 공산당 건립 순간을 기록한 <1921>, 중국에 마르크스주의를 전파하고 1921년 중국 공산당 건립을 이끌었던 이대소(李大钊)가 1927년 국민당 1차 북벌 당시 체포되어 사형대에 오르는 순간을 담은 <혁명자>까지, 헌정 영화에서는 중국 근현대사 속 인물들의 역사적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이 외에도 7월 말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 저격수의 이야기 <저격수 狙击手>와 우한 의료진들의 치열한 코로나 의료 현장을 기록한 영화 <중국의생 中国医生>등이 개봉 예정으로, 7월 극장가는 홍색 영화로 가득찰 예정입니다.
2. 너무 말끔해서 수상한 <1921>
   “정치 영화는 최대의 상업 영화다(政治电影是最大的商业电影)”, 건당 100주년 기념 헌정 영화 중 가장 큰 규모의 작품 <1921> 황건신(黄建新) 감독의 2011년 인터뷰 발언입니다. 주선율 영화의 대표적인 감독이자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황건신 감독은 해당 인터뷰에서 “정치는 하나의 영화 소재이고, 중국 인민의 최대 관심사는 정치이기 때문에 주선율 영화가 가장 큰 상업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1987년 광전부 전영국(广电部电影局)에서 주선율 영화의 방향을 제시한 이래 중국 영화계에서는 꾸준히 주선율 영화를 제작해왔습니다. 특히 언론과 미디어를 통한 체제 선전을 중요시하는 시진핑 정권의 출범 이후 주선율 영화는 공산당의 정치적 경제적 지지를 받으며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고 중국 내 가장 우수한 제작진과 배우들이 참여하는 주선율 영화는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매년 국경절을 전후하여 개봉하는 주선율 영화로 중국 영화의 발전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7월 1일 건당절에 개봉한 황건신 감독의 영화 <1921>은 단연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었습니다. “백년 전 공산당 결성을 위해 상해에 모인 중국의 젊은 청년들”이라는 흥미로운 스토리 라인과 영화 포스터 속 어딘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인지도 높은 배우들의 얼굴을 보며 네티즌들은 이 영화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추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그러나 개봉 후 중국 관객들은 영화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눈에 띄는 영화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정돈되지 않은 대본과 지나치게 말끔해 수상한 화면입니다. “여섯개의 각각 다른 시공간 속 인물들을 서로 교차시키고 혁명 정신으로 통일하려했다”는 감독의 의도와 달리 영화 속 이달(李达), 진독수(陈独秀), 이대소(李大钊), 유인정(刘仁静), 하숙형(何叔衡), 모택동(毛泽东), 등소평(邓少平) 등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중구난방 뒤섞입니다. 역사적 인물들이 공산당 건립을 외치며 여기저기 뛰어다니지만 목적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프랑스 조계지였던 상해의 화려한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설치한 세트장은 지나치게 새것이라 눈이 부시고 “중국 인민을 빈곤으로부터 구하자”며 외치는 인물들의 옷은 방금 막 꺼내입은듯 반질거려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고해상도 스크린 속 먼지 한 톨 없는 세트장에서 혁명의 절박함을 외치는 배우들의 분장 잘 된 뽀얀 얼굴을 보고 있으면 영화의 해상도가 낮았다면 오히려 실감 나지 않았을까 탄식하게 됩니다.

영화 <1921> 예고편 중 캡쳐
  학계와 평론계에서는 건당 100주년을 기념하며 나온 이 영화의 역사적 의의를 되짚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관객들의 반응은 “감동적인 것은 역사 그 자체일 뿐”, “대본이 엉망진창이다”, “이야기와 촬영 편집 모두 어수선하다”, “훌륭한 배우들을 허투루 썼다” 등 영화의 만듦새에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황건신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 연출상 의도한 바가 분명히 있었음을 드러내고 있지만, 일반 관객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주선율 영화의 목표 관객이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다수의 일반 관객이니만큼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연출이 필요해 보입니다.
3. 중국 OTT 플랫폼 전략 "미무극장"

아이치이의 "미무극장" 홍보 포스터
  2020년 여름 중국 최대의 OTT** 플랫폼 아이치이에서는 “미무극장(迷雾剧场)”이라는 전략을 내세우며 스릴러 단편 드라마 다섯 편 《십일유희 十日游戏》、《은비적각락 隐蔽的角落》、《비상목격 非常目击》、《재겁난도 在劫难逃》、《침묵적진상 沉默的真相》을 공개했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이치이에 이어 텐센트 비디오(腾讯视频)와 유쿠(优酷)에서도 스릴러 단편 드라마를 내보이며 “2020년은 국산 스릴러의 해”라는 수식어를 만들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OTT 플랫폼들이 늘어나면서 플랫폼마다 차별화를 위해 자체 컨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편 역사/고전극 위주로 드라마를 제작하던 중국에서 왜 갑자기 단편 스릴러 드라마 바람이 부는 것일까요? 스릴러의 계절을 맞아 중국 OTT 업체들의 새로운 전략인 미무극장의 기획 배경과 흥행 요인을 간단하게 짚어보겠습니다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은비적각락>, <침묵적진상>
  2020년 4월 발간된 중국 인터넷 발전 상황 통계 보고(中国互联网络发展状况统计报告)에 의하면 중국의 모바일 이용자(手机网民)는 8.97억 명에 달하고 그 중 80后와 90后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80后와 90后는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빠른 생활 패턴의 세대로 어릴 때부터 중국 국내작 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 일본 드라마 등 해외 작품들을 접해왔습니다. 100화를 훌쩍 넘겨버리는 중국 국내 드라마와 달리 해외 작품들은 10~20화 내외의 짧은 시즌제가 많습니다. 자체 콘텐츠 개발을 고민하던 중국의 OTT 플랫폼들은 해외의 짧은 시즌제 드라마에 익숙한 80后와 90后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짧게 끝내기에 무리가 없는 스릴러 장르로 단편 드라마를 기획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무극장 기획 작품은 웰메이드 드라마 제작을 목표로 하여 화면 속 시각적 공간적 구성 및 디테일한 인물 설정 등 전체적인 방면에서 영화적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전의 중국 웹드라마에서 세트와 조명을 일상 공간과 다를 바 없이 구성하여 낮은 제작비의 결과를 여실히 드러냈던 것과 달리 미무극장의 작품에서는 조명과 미술, 음향을 영화 제작 수준으로 끌어올려 스릴러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인물 설정 또한 중국의 전통적인 드라마에서 사용해왔던 주인공과 악역의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가 아닌 선과 악을 오가는 입체적인 인물을 만들어내며 흡인력 강한 스토리를 완성했습니다. 그 결과 2020년 아이치이에서 공개한 스릴러 단편작들을 80后 90后 뿐만 아니라 전체 네티즌들의 인기를 끌었고, 그중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 <은비적각락>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관객들에게 공개되며 “중국식 스릴러“를 보여줬습니다. 작년의 성공에 힘입어 2021년에는 아이치이(爱奇艺), 텐센트 비디오(腾讯视频) 유쿠(优酷) 등 중국 3대 OTT 플랫폼에서 각각 다섯 편 이상의 스릴러 작품 공개를 예고했지만, 작년에 코로나로 인해 제작 및 후반 작업이 지연되면서 공개 일정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4. 여름방학 맞이 애니메이션 개봉작 증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은 화제작이 많이 나오는 기간입니다. 중국 영화계에서는 “7월에는 현상급대편(现象级大片)이 자주 등장한다”고 하는데, 현상급대편이란 "개봉 후 단기간 내에 인기를 얻고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작품"을 뜻합니다. 현상급대편의 예로는 2017년 <전랑2 战狼2>와 2018년 <나는 약신이 아니다 我不是药神> 등이 있습니다. 7월에는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더운 날씨로 인해 야외활동이 힘들어지면서 학생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극장가로 몰리는 것이 매년 7월 현상급대편이 등장하는 이유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올해 7월은 건당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홍색 영화들이 라인업 되어있어 건당절에 걸맞는 화제작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용지성>, <백사2>, <패긍웅2>
  이 외에 올해 7월 극장가에서 주목할 점은 애니메이션 12작품 개봉 소식입니다. 7월 1주차 개봉 예정인 <Wolfwalkers 狼行者>와 7월 중순 <제공지항용항세 济公之降龙降世>와 <백사2 白蛇2>, 마지막 주에 개봉 예정인 <충출지구 冲出地球>까지 매주 두세 편의 애니메이션 작품 개봉이 예정되어있습니다. 9일 개봉작 <용지성 俑之城>은 병마용갱을 모티프로 제작한 판타지 모험 애니메이션입니다. 23일 개봉작 <백사2 白蛇2>는 2019년 4.7억 위안 흥행 수익을 기록한 白蛇의 속편으로 중국의 4대 민간설화 중 하나인 <백사전>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같은 날 개봉하는 <패긍웅2 贝肯熊2>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빼꼼의 극장판으로, 2002년 한국의 임아론 감독이 제작한 3차원 그래픽 애니메이션 <빼꼼>의 판권을 2015년 중국에게 넘긴 후 중국이 자체 제작한 작품입니다. 7월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12작품 중 중국 작품은 총 10작품으로,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선율 영화와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은 어린 연령을 대상으로 체제 선전의 효과가 높아 당에서 주목하고 있는 산업 분야입니다. 특히 2013년을 기준으로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한 당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중국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영화계가 주력하는 두 분야 주선율 영화와 애니메이션 작품이 넘쳐나는 7월의 중국 박스오피스 성적이 기대됩니다.
  중영본색 6호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小暑)입니다. 다가오는 초복에 몸보신 잘하시고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발행인 이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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