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버드 #언에듀케이션 #북스마트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지난주는 소년의 성장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예고드린 대로 소녀의 성장담을 골라 보았습니다. 좋은 영화가 정말 많아서 세 편으로 압축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어딘지 모를 곳을 응시하는 소녀의 옆모습을 봅니다. 그 시선 끝엔 무엇이 있을까요?
레이디 버드 (2017)
금요알람 45호 책과 함께에서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을 소개드린 적이 있지요. 그때 영화 『레이디 버드』를 슬쩍 언급했습니다. 언제 소개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이렇게 빨리 가져올 수 있어서 기쁘네요. 두 영화 모두 시얼샤 로넌이 주인공을 연기했습니다.

"레이디 버드"는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이 스스로 직접 지은 이름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본명 대신 "레이디 버드"로 불러주길 바라죠. 카톨릭계 여학교인 성모 여고에 졸업반에 재학 중이고요. 문학과 문화를 사랑하며 지금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를 떠나 동부, 그러니까 뉴욕으로 가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길 갈망합니다.

동부로 대학을 보내 달라는 "레이디 버드"의 말에 엄마는 우리 가정 형편에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딱 잘라 거절합니다. 말다툼 끝에 "레이디 버드"는 달리는 차문을 열고 거침없이 뛰어내립니다. 무모하고 치기 어린 행동은 그녀의 성격을 아주 단적으로 보여주죠.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감이 오실라나요.

배우 그레타 거윅은 대책없이 낙천적이고 선한 캐릭터를 서글서글한 얼굴로 시원시원하게 연기합니다. 감독 그레타 거윅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가 만든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특유의 함박 미소가 떠오릅니다. 그가 그린 "레이디 버드"의 성장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감독 : 그레타 거윅
러닝타임 : 1시간 34분
Stream on Netflix
언 애듀케이션 (2009) 
제목을 쓰면서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원제는 "An Education"인데 저는 처음 제목을 듣고 "Un-Education"이지 않을까 넘겨짚었어요.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언 에듀케이션"이 맞겠지만 국내 개봉명이 "언 애듀케이션"이어서 이렇게 적었는데 영 어색하네요.

1960년대 영국, 제니는 똑똑하고 프랑스를 동경하고 첼로를 연주하는 고등학생입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하길 희망하지요. 특히 그녀의 아버지는 무척이나 보수적이고 권위적입니다. 제니가 자기 방에서 샹송을 듣는 것조차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못마땅해해요.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하굣길에 비에 쫄딱 젖은 제니 앞에 낯선 차 한 대가 다가옵니다. 고급 승용차에 탄 남자는 음악 애호가로서 첼로가 비에 젖는 걸 보고 있을 수 없다며 제니의 첼로를 차에 실으라고 합니다. 낯선 사람의 차를 함부로 탈 수는 없으니 차 옆에서 걸으면 되지 않겠냐고 정중히 권하면서요.

위트있고 매사에 능수능란한 연상의 남자에게 제니는 겉잡을 수 없이 빠져 듭니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하면서요. 과연 그럴까요?

감독 : 론 쉐르픽
러닝타임 : 1시간 35분
Stream on Watcha
북스마트 (2019)
"북스마트(booksmart)"는 책으로 배운 지식이 많아 똑똑하다는 뜻인데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입니다. 공부를 해서 아는 건 많은데 정작 필요한 건 모르는, 우리말 어감에 더 맞게 번역한다면 "헛똑똑" 정도가 될까요?  

몰리(비니 펠드스타인)와 에이미(케이틀린 디버)는 아이비리그 진학을 앞둔 사랑스러운 소녀들입니다. 둘은 절친인데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유명하죠. 도서관이 그들의 파티장이고 책이 그들의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졸업식을 앞두고 자신들이 십 대를 너무나도 따분하게 날려버렸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억울해지고 말아요. 이대로 고등학교 생활을 끝낼 수는 없다! 그녀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과감한 일탈을 계획합니다.

영화의 전체적 톤이 무척 유쾌합니다. 하이틴  무비처럼 보이지만 하이틴 무비의 클리셰는 거의 보이지 않아요. 배꼽을 잡고 웃다가도 짠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저마다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영화 『북스마트』는 배우 올리비아 와일드의 감독 데뷔작인데요, 감독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하나하나 애정을 가지고 공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이 팍팍 전해지는 점도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에요.

영화를 보는 내내 몰리가 배우 조나 힐과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비니 펠드스타인과 조나 힐이 남매라고 하네요. 유쾌한 에너지의 두 배우가 함께하는 현실 남매의 모습도 슬그머니 궁금합니다.

감독 : 올리비아 와일드
러닝타임 : 1시간 42분
Stream on Netflix
덧붙이는 이야기 
1차원이 되고 싶어
- 박상영

200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분이라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물개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을 거에요. 박상영 작가는 소설 속에 그 시절을 풍미했던 싸이월드 다이어리나 캔모아, 온갖 만화와 노래의 제목을 솜씨 좋게 풀어 놓았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기억을 인쇄된 활자로 다시 마주하니 반갑고 새롭고 신기했어요. 소설에서 나의 학창시절을 만나는 경험이 처음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화자인 '나'를 중심으로 동급생 윤도와 무늬, 엄마의 단짝 친구 미라 아줌마와 그의 가족인 태란 누나와 태리, 미스테리한 나미에 언니와 더 미스테리한 사건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데요, 읽으면서 나는 과연 누구와 가장 닮아 있나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고, 서투르고, 그래서 많이 상처 받고 상처 주었던 우리들의 이야기. 그때 우린 얼마나 많이 아프고 절박했던가요.
여섯 편의 성장 영화를 다시 보면서 문득, 모든 영화는 성장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이나 우리 모두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으니까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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