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톡에 [얼론앤어라운드] 오픈채팅방을 만들었습니다. 코드는 alone 입니다.

🎧 Playlist |  김의성의 아모르겠다

😎 ⟨모범택시⟩ ⟨부산행⟩ 등으로 유명한 배우 김의성 님의 유튜브입니다.


🍝 맛있는 음식을 찾아 술과 함께 즐긴다는 것이 콘셉트!


🤩 유명한 맛집이 아닌, 소소하고 숨겨진 작은 술집을 찾아, 맛과 인생을 이야기합니다. 그의 숨겨진 면모를 만날 수 있는 유쾌하고 다정한 채널입니다.


😎 첫 여행지는 후쿠오카 현의 작은 동네 야메 시!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민박집 sky teahouse에서 묵었는데, 우리나라 민박과 비슷한 일본의 '민숙집' 정경을 엿볼 수 있네요.


🍶 양조장도 빼놓지 않았군요. 기타야를 방문해 일본주도 마음껏 마십니다. 

📍 조금 다른, 조금 더 맛있는, 조금 더 유쾌한, 조금 더 다정한 일본 여행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캠핑이 좋아서! |  박찬은

첫 비박에서 의 숙성을 생각하다(Feat. 일본 섬 캠핑)     

허둥대는 걸로 치자면 웬만해선 에이스를 놓치지 않는 나. 캠핑을 하면서도 자질구레하게 자주 다치는 편이다. 몇 년 전 일본 섬으로 떠난 캠핑장에서도 피를 봤다. ‘동양의 갈라파고스’로 불리는 가고시마현 아마미군도의 오키노에라부 섬. 우리가 묵은 오키도마리 해변공원 캠핑장은 섬의 북서쪽에 위치해 있었다. 영화 <아바타> 속 생명의 숲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용나무가 마치 샹들리에처럼 줄기를 척척 늘어뜨리고 있어서, 우린 마치 원시 부족이 연회를 여는 것처럼 신나게 와인과 지역 소주로 파티를 벌이던 참이었다. 화장실을 가겠다고 일어선 나는 얇디 은 슬리퍼를 신은 채로 급하게 뛰다가 잔디 위로 우뚝 솟은 캠핑 팩(pack)을 걷어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충분히 깊게 박아두지 않은 티타늄 텐트 팩이 내 발바닥을 살짝 베고 지나간 거지만.

 

음주로 잔뜩 팽창한 혈관은 튕기듯이 피를 뱉어냈고, 진피에서부터 흘러나온 듯한 선혈이 잔디에 뚝뚝 떨어졌다. 정작 나는 ‘에, 이거 무슨 일이지’라며 피가 흐르는 발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동료들이 사색이 되어 모여든다. ‘어라, 이 붉은 색깔 방금 내가 마시던 와인이랑 닮았는데.’ 급한 대로 소독을 하고 손수건으로 발을 싸매 지혈했다. “쯧쯧. 누가 쫓아오냐?” 갑자기 피를 봐서인지, 그 뒤로 이어진 술자리에선 붉은색 와인이 당기지 않았다. 그때 딴 술이 바로 아마미제도의 흑설탕 소주 렌토. ‘렌토’(Lento)는 음악 용어로 ‘천천히’라는 뜻이다. 사탕수수가 많이 나는 아마미에선 보리소주나 고구마소주가 아닌, 수수로 만든 흑설탕을 원료로 한 증류식 소주를 담근다. 맛의 비결은 바로 ‘음악’인데, 술 저장 탱크에 특수 스피커를 부착해서 3개월 동안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며, 소리의 울림과 진동으로 천천히 숙성시켜 술을 만든다.  

흑설탕 소주가 선사한 비박의 용기


음악 진동이 효모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향을 풍부하게 만든다니, 그 맛은 어떨까. 25도짜리 렌토 소주에선, 설탕의 단맛 대신 깔끔한 과일 향이 느껴졌다. 목울대를 치고 지나가는 담백한 맛이지만, 그러면서도 결코 상대를 쉽게 놓아주는 맛은 아니다. 라르고(largo)보단 무겁고 아다지오(adagio)보다는 침착한 느림.


흑당이 선물한 용기였을까. 소주가 바닥을 드러내고 불멍에 제대로 젖어 들 무렵, 난 생애 첫 비박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동굴이나 바위, 큰 나무 따위를 이용하여 하룻밤을 보내는 ‘비박’(비바크, Biwak)’. 침낭 지퍼를 잠그고 밖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었더니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이 침낭까지 들어올 것만 같다. 피가 멎은 발은 그때까지 들이부은 알코올의 시너지를 받아 욱신거림이 커졌다. 하지만 오키노에라부 섬의 아름다운 밤하늘은 발바닥에서 시작된 그 욱신거림을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바꿔놓았다. ‘욱신욱신’에서 ‘두근두근’으로의 탈 공감각적인 변화. 그때 결심했던 것 같다. 아, 난 이 짓을 계속하겠구나.

 

별빛과 술기운에 두근거리다 잠든 게 새벽 2시쯤? 뭔가 다가오는 듯한 바스락 소리에 잠이 깼다. 몸에 뭔가 기어다니는 느낌도 든다. 괴생명체와 나 사이엔 한 겹의 얇은 침낭뿐. 뭐지? 이 섬엔 멧돼지나 뱀도 없다고 했는데. 급하게 옆에서 비박을 하던 선배들을 불러 본다.
“선배, 자요?”

“아니.”

“무슨 소리 안 나요?”

“안 나는데.”

(5분 뒤) ”자요?”

“아 잔다고!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구만, 빨(리) 자!”


구 남친도 아닌데 새벽 2시에 ‘자니?’ 공격을 수 차례 당한 선배는 더 이상 말이 없다. 갑자기 이 해변에서 찍었다는 영화 <고질라>가 떠올랐다. 고질라에 버금가는 괴이한 생명체가 내 침낭을 찢어발기는 악몽이 떠올라, 다시 다급하게 “자요?” 공격을 했지만 말없이 코 고는 소리만 돌아온다.

발을 내주고 자연 속에서 ‘절여지다’


스케일링 전 손에 쥐어 주는 인형처럼, 무서움을 없애려 마신 빈 소주 팩을 꽉 쥔 채 잠든 것 같다. 침낭에서 몸을 절반만 뺀 채 떠오르는 해를 보았다. 몇 시간여 두려움을 이겨내고 해낸 비박은 나를 인간 렌토 소주로 숙성시켰다. 정체 모를 생명체의 부스럭대는 소리는 날 자연 속에 절이기 위한 클래식 선율이었나? 몸을 일으켜 모닝 커피를 마시며 일출을 보니 마치 수십 년 비박을 해 온 것처럼 콧구멍이 벌렁댄다. 욱신거리는 발을 등산화 속에 우겨 넣고 다음 캠핑장으로 향한다. 오늘은 ‘렌토’ 식으로 천천히 걸어본다. 물론 이 느린 여정에는 내 찢어진 발바닥이 한몫했지만. 하지만 덕분에 우린 길가에 핀 산딸기를 따 먹고, 버섯구름처럼 생긴 나무 사진을 찍으며 더 여유롭게, 쉬엄쉬엄 걸었다. 배낭을 메고 아주 느리고 천천히 무게와 땅의 질감을 그대로 느끼며, 힘들면 배낭을 패대기치고, 흙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쉬기도 하며.

 

잠결에 팩을 박다가 손을 다쳤던 울릉도, 고양이와 밀당을 하다가 손톱으로 냥펀치를 맞은 굴업도, 그리고 사채업자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급하게 화장실로 내달린 오키노에라부 섬. 인생에서 피를 보는 것도 대부분 앞만 보고 달리느라 중요한 것을 빼먹는 순간에 발생한다. 내가 고양이와 충분히 교감을 했다면, 날씨에 맞게 미리 충분히 깊게 팩을 박아 두었다면 어땠을까. 살다 보면 흑설탕 소주처럼 숙성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 많은데. 내게 캠핑은 인생이라는 저장 탱크에 설치한 클래식 스피커와 같다. 불을 피우고 바람과 햇빛의 방향을 계산해 타프를 치고 팩을 박는 캠핑은 속도와 편의성 면에서만 보자면 빵점이다. 배낭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는 백패킹, 맨몸으로 자는 비박은 또 어떤가. 그럼에도 인생이라는 술이 제대로 익어가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의 자동화 벨트에서 잠시 날 내려놓고, ‘본질’이라는 효모를 빼놓지 않고, ‘시간’이라는 숙성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을 오키노에라부 섬의 캠핑은 내게 알려주었다. ✉️

박찬은은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캠핑과 스쿠버다이빙, 술을 사랑한다. 삐걱대는 무릎으로 오늘도 엎치락뒤치락 캠핑과 씨름하며 퇴사 욕구를 잠재우는 중이다. 그의 캠핑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camping_cs을 따라가 보자.

📎 Words |  많이 필요치 않더군요.

20년 동안 여행을 하며 아마도 수백 수천 번은 짐을 꾸렸을 것입니다. 짐을 쌀 때마다 고민하죠. 이건 가져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오랜 여행 끝에 내린 결론은 가지고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는 물건은 무조건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 제게 필요한 물건은 대부분은 50리터 배낭에 다 들어가더군요. 여행은 우리에게 삶에서 정말 필요한 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 alone & around

📄 1일 3매 | 최갑수

이해한다는 것

봄이 가고 있다. 그만큼 여름이 가까워지고 있다. 오늘 오후에는 반바지를 입고 산책했다. 곧 매미가 울겠지.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것처럼, 나무들의 잎이 초록으로 점점 짙어지다가 가을이 되면 잎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세상에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많다. 옛날에는 이 모든 현상을 원래 그런 거지 하며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봄이 가면 여름이 어김없이 찾아오다니! 여름은 2호선 전철처럼 해마다 이 세상을 빙글빙글 돌며 들어선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벤치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세상에 이해 못 할 일투성이다 싶다. 여름이 오는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데 말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아래에서 나는 알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한다. 모든 다 안다고 생각했던 어리석은 젊은 날이여. 


이해할 수 없어. 요즘엔 이 말이 참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이러는 날 이해해 줘! 이러는 당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옛날엔 이러면서 많이도 싸웠다. 그땐 왜 그랬을까.


우리는 서로 이해할 수 없기에 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해할 수 없기에 더 꼭 껴안고 있다. 이해할 수 없어 당신을 바라보며 당신을 향해 모든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다. 사랑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당신은 이해할 수 없어 신비로운 여름.


여름은 어떻게 와야 할 때를 알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일까. 곧 매미 울음소리가 이 여름에 번창하겠지. ✉️

최갑수는 시인이자 여행작가자 편집자다. 쓴 책으로 『어제보다 나은 사람』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등이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 @ssuchoi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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