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COMPANY w/HRer
Issue 39. 직원들이 느끼는 ‘답답함’의 원인은 무엇일까?
by jason KIM |
|
|
글을 쓰게 된 이유
저희 회사의 주력 서비스인 「조직(문화)진단」에는 회사에 대한 감정/느낌을 묻는 문항이 있습니다. 저는 어떤 회사가 구성원에게 ‘객관적으로 좋은 직장'으로 다가가는 것과 ‘주관적/감성적으로 좋은 일터'로 다가가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봉이 높고 복지가 좋은 회사라고 해서 그 안의 모든 구성원이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항을 좋아합니다. 실제로 고객사에 적용했을 때 직급/직군/사업부별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고, 그 이유를 탐색해 보면 꽤 좋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
|
|
얼마 전 모 고객사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위의 감정/느낌 선택지 중 ‘답답한’이 유난히 많이 선택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후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최고경영진과 한참 동안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분들의 궁금증은 이것이었습니다. “객관적으로 충분히 좋은 회사이고 종합 만족도도 꽤 높은 수준인데, 도대체 직원들은 왜 답답하다고 하는 걸까?”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저도 호기심이 생겨 저희의 조직(문화)진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원인을 탐색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이때 사용한 데이터는 특정 회사의 데이터가 아닌, 저희가 지금까지 조사한 100여 개 회사의 전체 데이터입니다. |
|
|
‘답답한’을 선택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 차이 |
|
|
먼저, 감정/느낌 선택지 중 ‘답답한’을 선택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응답 데이터를 분리했습니다. 그다음 이들이 선택한 <불만족 요인>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일부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 일치하는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일부는 제 예상을 벗어나는 것도 있었습니다.
1.
우선, 여러분도 예상할 수 있듯이, ‘답답한’을 선택한 그룹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불만족을 호소한 요인은 <인사평가 및 승진>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본인의 성과나 기여도에 비해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는 특히 인원 규모가 크고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에 속한 회사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조직 확장에 한계가 있다 보니 승진 적체가 있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 선배 세대를 보면서 ‘나도 이제 슬슬 팀장 정도는 할 때가 됐는데…’라고 생각은 하지만, 수년 내에 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니 답답함을 느낍니다. 또는, 인사평가에서 본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저평가 또는 홀대당한다고 느껴도 답답할 것 같습니다. 이 현상은 철저한 상대평가제를 유지하고 있는 고객사에서 두드러집니다. 누구 하나 특출나게 잘하거나 못하지도 않는데, 제도 때문에 돌아가면서 최저 등급을 받아야 하면 답답할 수밖에 없겠죠.
2. ‘답답한’을 선택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두 번째 요인은 <의사결정 체계 및 일하는 방식>입니다. 이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결과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회사/부서의 의사결정이 자꾸 이상한 쪽으로 나는 것 같고, 일하는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실무자가 보기에 특정 사안에 대해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A라는 결론이 나야 하는데, 경영진이 B로 결론을 내고 그쪽으로 업무 추진을 지시하면 답답할 것 같습니다. 또는, 상사가 보고서를 수십 회 고쳐 쓰게 하고, 더구나 그것이 콘텐츠의 발전적인 수정이 아니라 형식/양식/표현의 반복적인 수정이라면 누구라도 답답함을 느낄 겁니다. 사소한 의사결정조차 합의결재이니 참조결재이니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서 몇 달씩 소요된다면, 이 역시 답답할 것 같습니다.
3. 여기까지는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결과입니다. 그런데, 세 번째 특징은 제 예상을 조금 벗어났습니다. ‘답답한’을 선택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 대비 유의미하게 많이 선택한 불만족 요인은 <상사의 리더십>이었습니다. 위 문항의 질문 자체가 ‘회사에 대한 감정/느낌’이기 때문에, 저는 구조적인 문제가 ‘답답함’의 원인일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리더십 같은 인간적/관계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를 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흔한 말로, “직원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를 떠나는 것이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내가 나쁜 리더 밑에 있다고 느끼면, 전반적인 회사 생활이 답답할 것 같습니다. 리더십의 문제가 위의 <인사평가 및 승진>, <의사결정 체계 및 일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많이 미칠 것입니다. 결국 이 두 가지도 리더에게 큰 영향을 받으니까요. 자기가 리더로서 인정하지 않는 상사가 자신의 인사고과를 결정하고 업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겁니다.
+ 반대로, ‘답답한’ 감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불만족 요인은 <보상 및 복리후생>과 <회사의 미래 전략 및 방향성>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답답한’을 선택한 구성원이 그렇지 않은 구성원에 비해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영역이 이 두 가지였습니다. 이는 ‘답답한’ 감정이 객관적인 근로조건이나 처우가 아닌,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것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
|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으로 본 ‘답답함’ 해소 방안 |
|
|
자기결정이론은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이 오래전에 발표한 이론입니다. 이는 사람들의 타고난 성장 경향과 심리적 욕구에 대한 사람들의 동기부여와 성격에 대해 설명해주는 이론으로, 개인의 행동이 스스로 동기부여되고 결정된다는 것에 초점을 둡니다. (너무 유명한 이론이라서 HRer가 많이 배우는 조직행동론에서 꼭 다뤄지는 내용이기도 하죠) 저는 이 이론에 구성원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방법이 어느 정도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승진 적체 같은 구조적인 문제까지는 해결할 수 없지만, 구성원들의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부분은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습니다.
첫째, 업무에서 유능감(competence)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높은 성과급이나 직급 승진 같은 외재적 보상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신이 능력 있는 존재이기를 원하고, 자기 능력을 향상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므로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쉬운 과제가 아닌, 도전적이지만 달성 가능한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구성원에게 적절한 직무와 과제를 주고, 그 진행 과정에서 긍정적인 피드백과 지지를 보내줘야 합니다. 이를 통해 구성원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최근 많이 회자된 OKR을 비롯한 상시성과관리와 코칭이 의미 있을 듯합니다. 제가 객관적인 처우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보상 수준의 높고 낮음이 그 직업/직무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못합니다. 우리는 감정과 신념을 가진 사람이지, 일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둘째, 자기결정이론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자율성(autonomy)입니다. 자율성은 개인들이 외부로부터 압박 혹은 강요받지 않으며, 개인의 선택을 통해 자기 행동을 조절할 수 있고, 그 상태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정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회사에서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구성원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회사라는 조직의 일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철저하게 기계화/도구화되어서 소외된 구성원이 없는지 살피는 것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이 충분히 숙련된 전문가라면) 되도록 구성원이 스스로 생각하고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선택하여 업무를 추진할 수 있게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회사/상사의 지시에 따라 단순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조차도 조금이라도 효율성을 높일 방법은 없는지 담당자가 스스로 연구하고 개선하도록 지지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보면 상사의 지나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지양해야 합니다.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말살하기 때문이죠. 조직을 작게 쪼개고, 현장에 많은 결정권을 위임하며, 상시 소통을 강조하는 애자일 조직을 도입하는 회사가 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관계성(relatedness)에 주목해야 합니다. 자기결정이론에서 타인과의 안정적인 관계성을 유지하려는 욕구는 내재동기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타인에 의해 주어진 일은 개인이 흥미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자체로는 흥미롭지 못해 개인이 쉽게 행동하려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나, 동기부여를 하는 타인(회사에서는 주로 상사)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람일 경우 더 쉽게 시작이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이는 관계성이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감정에 기반하기 때문이며, 공동체의 소속감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결국 이것이 리더십의 중요성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상사의 리더십이 훌륭하여 업무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구성원은 그 상사가 지시하는 일에 책임감뿐만 아니라 의미까지 부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답답한’ 감정은 줄어들기 마련이죠. 좋은 리더십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직장인의 일상 속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
|
|
글을 마치며
제가 주니어 때 선배에게서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모두 힘드니까 웃자고 한 해학적인 표현이지만, 저는 이 말이 싫었습니다. 그것은 “회사 생활이 힘드니까 월급 받는 거지, 회사 생활이 즐겁고 행복하면 돈 내면서 다녀야지…”였습니다. 저는 회사 생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 HR이라면 그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더라도 말이죠. “원래 회사가 다 그렇지 뭐…”라는 말로 직원 행복을 쉽게 포기한다면 HRer로서 자격은 상당 부분 상실된다 생각합니다. 더구나 Z세대가 가장 못 하는 것이 ‘참고 견디는 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 당장의 불행을 인내하는 것은 시대상에 맞지 않습니다.
이런 제 생각이 타당하다면, HR이 구성원을 동기부여 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차례대로 승진하여 연봉이 오르고 점점 더 중요한 직책을 맡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이런 식의 동기부여는 지금 당장의 행복을 미래로 유예하는 '저축형'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이 방식은 이 시대에도 일부 유효하긴 하지만, 또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 같습니다. 일터에서 느끼는 편안함, 상사/동료와 좋은 관계, 일이 잘 풀릴 때 느끼는 성취감, 어제의 나보다 좀 더 자란 것 같은 성장감 등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이 미래의 큰 보상보다 더 의미를 갖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맥락에서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이 중요해진 것 같고요. |
|
|
😊 J& COMPANY w/HRer 는 격주로 발행됩니다. 화요일 오전에 찾아뵐게요. |
|
|
J& COMPANY
mm@jncompany.net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10 연세세브란스빌딩 17층
|
|
|
|
<J& COMPANY w/HRer>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지적자산이며, J& COMPANY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를 사전 동의 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으로 이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합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