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첫 번째 [에디터스]의  주인공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서 마지막으로 활약한 007 시리즈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를 공동 편집한 엘리엇 그래햄(Elliot Graham)과 탐 크로스(Tom Cross)입니다.

엘리엇 그래햄은 <스티브 잡스> <몰리의 게임> 그리고 <캡틴 마블>을 편집하였습니다. 탐 크로스는 <라라랜드> <퍼스트맨> <몬태나> <위대한 쇼맨> 등을 편집하였고, <위플래쉬>로 아카데미 편집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두 명의 에디터가 공동 편집했습니다. 감독인 캐리 조지 후쿠나가와 어떤 식으로 협업을 했나요? 


엘리엇 그래햄(이하 G):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은 다른 과정입니다.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감독은 우리 둘 각각의 방을 오가며 필요한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반면, 촬영장에서는 늘 촬영 현장에 집중해야 했고, 우린 그가 촬영장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클립을 보내 주거나 직접 가지고 갔습니다. 


탐 크로스(이하 C): 촬영된 자료들이 오면 엘리엇과 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누가 그 순간 덜 바쁜지에 따라 새로 도착한 씬들을 나눴어요. 촬영이 끝나고선 엘리엇이 말한 것처럼 캐리는 우리 둘 방을 오가며 작업했습니다. 


당신 둘 사이의 협업은 어땠나요? 


C: 엘리엇과 전 우리 둘의 스타일이 매우 흡사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전 캐리 감독과 일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엘리엇의 도움이 필요했죠. 캐리에게 보여 줄 러프 컷을 보여주기 전에 엘리엇에게 먼저 보여주곤 했습니다.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어요. 


G: 서로 말이 통하는 협업자와 일한다는 건 엄청난 기쁨입니다. 그건 일이 적어진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디테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우린 항상 이런 질문 속에서 살아야 해요. “신을 가능한 최고의 상태로 만들고 싶어? 아니면 촬영 스케줄에 맞춰 늦지 않게 하고 싶어?” 에디터가 두 명이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죠. 드라마와 액션을 다루는 건 둘 다 재미있어요. 그리고 그걸 어떻게 할지 아는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건 더 큰 즐거움입니다.


C: 엘리엇은 정말 대단한 에디터예요. 전 오래전부터 그의 팬이었고, 그와 함께 일 할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었습니다. <노 타임 투 다이>와 같은 사이즈의 영화는 에디터가 두 명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신이 촬영되어서 오는 대로 그때마다 덜 바쁜 사람이 그걸 작업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약간의 전략을 세우기도 하죠. 예를 들어, ‘이 신까지 오는 과정이 되는 전 신들을 네가 편집했으니, 이것도 네가 작업하는 게 어때?’라고요. 작업 중에는 끊임없이 서로의 편집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두 명 이상의 에디터가 한 영화에 일할 땐 서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자기 잘났다는 마음은 버려야죠.

한 씬의 여러 버전을 편집해야 했다고 들었습니다. 자주 그랬나요?


C: 맞아요. 캐리 감독은 여러 가지 다른 버전을 봄으로써 영화가 어떤 모습을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하고 싶어 했습니다. 훌륭한 감독들은 계획된 것만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 계획은 당연히 있지만, 또 다른 가능성들을 보고 싶어 하죠. 


처음 시작할 때부터 씬마다 여러 가지 버전을 편집했습니다. 캐리 감독과 처음 일해 본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죠. 이런 방식이 처음엔 저랑 잘 맞지 않았아요. 전 첫인상대로 작업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거든요. 


캐리 감독은 단순히 같은 씬의 다른 엔딩을 보고 싶어 한 게 아니라, 이 씬이 어떤 씬이라는 제 고정관념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그런 대체 버전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예를 들어, 대화 씬이 있습니다. 전 정면 샷으로 신을 진행시키는 게 더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얼굴과 눈을 볼 수 있는 연기가 중요하다는 게 제 첫인상인 거죠. 하지만, 다른 앵글을 사용한 다른 버전도 만듭니다. 좀 더 비주얼적인 옆모습으로 이뤄진 버전을 말이에요. 이게 제가 처음 생각한 방식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버전도 하나 만들어 봅니다. 이런 식으로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캐리 감독과의 협업에서 이건 아주 큰 부분입니다. 캐리 감독은 무엇이 가능한지 보고 싶어 해요. 눈에 금방 보이는 가능성 외에 또 다른 무엇이 있을 수 있는지 찾고 싶어 하죠. “아, 이 버전이 최고야"라는 단순한 결론엔 결코 도달하지 않아요. 늘 여러 버전이 뒤섞인 버전에 이릅니다. 다른 버전을 다른 앵글들을 이용해서 편집을 하면서 제 머릿속에서 모든 게 계속 진화하는 거예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되죠. 이 방식이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들어서 이후 시작한 다른 작품에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러프 컷을 감독에게 보여줄 때, 특히 처음으로 같이 일하는 감독에게 보여줄 때 무척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일종의 피칭을 하는 거거든요. 당연히 피칭이 잘되길 바라고요. 내가 한 이 첫 번째 러프 컷이 감독이 생각한 방향으로 잘되어 있길 바랍니다. 일이 정말 잘못되면 에디터는 심지어 해고될 수도 있어요. 캐리 감독이 일하는 방식이 좋은 이유는 애초에 그는 우리가 여러 다른 버전을 하길 요구하기 때문에 한 가지 러프 컷이 존재하지 않는 거예요. 마치 그가 우리에게 “이것저것 해봐요. 해놓은 게 내가 생각한 거랑 맞든 안 맞든 상관없어요. 이제 시작인 지금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셈이죠.

편집하면서 스턴트-비즈(stund-vis)나 프리-비즈(pre-vis)를 많이 써야 했나요? 


C: 네. 시나리오가 계속 변하는 이유도 있었어요. 특히, 주연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부상 때문에 캐리 감독의 원래 계획대로 찍지 못하고 스케줄을 조정해서 찍어야 했던 시퀀스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쿠바 액션 시퀀스는 원래 일종의 긴 원 테이크 샷으로 찍을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발목 부상으로 스케줄 조정이 필요했고, 시퀀스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했습니다. 세컨드 유닛이 먼저 촬영하고, 그걸 기반으로 촬영할 수 있는 걸 찍고, 그리고 나머지는 프리-비즈, 포스트-비즈, 그리고 스턴트-비즈로 채웠어요. 전체 시퀀스의 촬영이 끝나기 까진 수개월에 걸치는 과정이었습니다. 즉, 단순히 프리 프로덕션의 문제가 아니라 촬영 중에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이었어요.


G: 심지어는 어시스턴트 에디터, 그리고 스턴트 어드바이저와 함께 우리끼리 스턴트-비즈를 만들기도 했어요.


당신들이 스턴트를 했다고요?!


C: 에디터는 원래 항상 주어진 것에 반응하는 위치입니다. 배우의 연기에, 촬영되어 온 푸티지에 반응하는 거죠. 우린 항상 촬영된 후에 참여하는 셈입니다. 이 영화는 달랐어요. 여러 유닛으로 나뉘어 촬영했고, 액션 신들은 한 번에 촬영되는 게 아니라 여러 차례 나뉘어 촬영되었기 때문에, 에디터인 우리가 미리 이런저런 제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액션 신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물론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캐릭터와 감정이거든요.


G: 쿠바 시퀀스를 다시 예로 들겠습니다. 다니엘 크레이그, 아나 데 아르마스, 그리고 악당들 장면이 모두 따로 촬영되었고, 우린 이걸 하나로 만들어야 했죠. 탐과 저는 어시스턴트 에디터, 그리고 스턴트 슈퍼바이저와 함께 옥상에 핸드폰을 들고 올라가 이것들을 어떻게 이을 수 있을지 필요한 것들을 촬영했습니다. “자, 여기선 이런 샷이 어떨까? 한 번 해보자!”라고요. 물론, 빌딩에서 진짜 뛰어내리진 않았지만 캐리 감독에게 어떤 게 필요한지 아이디어를 주고 싶었어요. 이런 게 사람들이 편집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편집이 그냥 방 안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홀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실 편집은 감독, 배우, 스턴트 슈퍼바이저, 촬영 등등 모든 사람과 함께 하는 일입니다. 그게 바로 이 일의 재미입니다.


이야기에서 좀 더 빨리 도달해야 한다는 포인트가 있었나요? 


C: 영화 전체에 걸쳐서 그런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007 시리즈는 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런 고민이 시작됐어요. 모든 007 시리즈는 대서사시죠. 이번 영화가 다른 건 거기에 더해서 세 가지 다른 시간대를 다뤄야 했던 겁니다. 이전 다른 007 시리즈에서는 없던 일이죠. 우린 프리 타이틀 시퀀스가 이전 다른 007 시리즈에 비해서 훨씬 길거라는 걸 알았어요. 


마들렌이 어린 소녀였던 시절부터 시작해서 <스펙터>에서의 제임스 본드와 마들렌이 이야기로 가야 했습니다. 이 프리 타이틀 시퀀스가 끝나면 5년 후로 건너뛰죠. 피할 수 없이 총 러닝 타임이 길어질 거라는 걸 알았어요.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 모든 이야기를 그에 걸맞게 다루면서도 빨리 진행시키느냐 였습니다.


007 시리즈는 언제나 멋진 로케이션과 세트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이런 멋진 샷들을 편집한다는 건 어떤 기분이었나요? 혹시 와이드 샷으로 그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유혹과 계속 싸워야 하진 않았나요?


G: 우린 지금 여기에 편집에 대해서,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는 감독인 캐리와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와 협업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우리 일의 일부고, 우리 일의 기쁨 중의 하나죠. 세트는 편집에 영향을 줘요. 사람들은 그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단순히 현장에서 디자이너가 창조한 멋진 세트를 뽐내고 배우들의 연기를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스토리텔링과 에디터의 스토리텔링 사이에 자연스러운 커넥션이 존재합니다. 

[에디터스] 잘 읽으셨나요?
전 3월 두 번째 월요일(3월 14일)에 두 번째 [에디터스]로 다시 뵙겠습니다.
캐리 조지 후쿠나가 감독, 다니엘 크레이그,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참여한 Q&A 링크를 드립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 😎
오늘 인터뷰를 읽고 탐 크로스에게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제가 여러분을 대신하여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
오늘의 [에디터스]는 어땠나요?
좋았어요! 🤗음, 잘 모르겠어요 🤔
더 읽을거리
미국 드라마의 편집 워크플로우가 궁금하다면? 미드 비하인드 더 씬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편집하고 싶다면? 할리우드 미드 편집실 취업 가이드
주변에 [에디터스]를 알려주세요 😉
POST/CARD
editors.postcard@gmail.com
수신거부 Unsubscribe
stibee

좋은 뉴스레터를 만들고 전하는 일,
스티비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