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과 달리 아직 조용한 AI 관련 벤처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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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 주목했던 테크산업 & 자본시장 & 스타트업 소식을 전합니다
AI 버블이 비상장 투자까지 전이되지 않는 이유는?
뤼튼테크놀로지스 기업가치를 분석해보자
AI 시대의 벤처 투자: 성장인가 버블인가?
아웃라이어는 있지만 버블은 없는 AI 벤처 투자

2주 전, 불과 설립된 지 4주도 채 되지 않은 프랑스의 한 스타트업이 유럽 시장을 위한 거대 언어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만 가지고 4천억 원의 기업가치로 1,400억 원에 가까운 시드 라운드를 이끌어내며 AI 버블 논쟁을 촉발한 바 있습니다.


3명의 창업자, 7페이지의 투자 메모만 가지고 1,400억 원 조달에 성공한 설립 4주 차 스타트업 Mistral AI
구글 딥마인드 및 메타의 AI 팀 출신 인력이 주축이 된 Mistral AI는 Lightspeed Ventures Partners, Redpoint Ventures, Index Ventures 등 실리콘밸리 대형 벤처캐피탈뿐 아니라 독일의 Headline, 벨기에의 Sofina, 영국의 LocalGlobe, 이태리의 Exor 등 각국을 대표하는 투자사가 총출동하며 유럽 또한 AI의 열기가 한창임을 보여주었습니다.

Mistral AI가 작성한 투자 메모에 따르면 회사는 2024년 2분기까지 오픈소스 형태의 거대 언어 모델 및 관련 API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메모를 샅샅이 읽어봐도 정말 유럽의 OpenAI를 만들겠다는 '사업 계획' 이상의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Mistral AI 투자 메모 - 유럽 시장을 겨냥한 거대 언어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
한편에서는 Mistral AI의 사례가 현재의 AI 버블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오라클 등 주요 AI 수혜주가 연초 대비 2배 이상 주가 상승을 기록하며 AI 버블에 대한 경고음을 내고 있는 주식시장과 달리, 스타트업에 주력하는 벤처 투자에서는 아직까지 버블을 의미하는 무차별 가격 상승 및 쏠림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인가?

미국 1위 주주명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르타(Carta)에서는 최근 초기 기업 투자에서 AI 기업이 누리는 프리미엄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2023년 1분기 미국의 AI 관련 벤처 투자는 전 분기 대비 58.4% 상승하였지만, 그 외 분야는 총 투자 유치금이 53.4% 하락하며 대조를 보였습니다.

  • 2023년 1분기 시리즈A를 유치한 AI 관련 기업은 프리머니 기준 기업가치 700억 원이 중간값으로 조사되었으며, 그 외 분야의 시리즈A Pre-Money 중간값은 500억 원 수준에 불과, AI 관련 스타트업이 약 40% 정도 기업가치 프리미엄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분명 현재 실리콘밸리 투자에서도 AI 기업의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수준은 상위 25% 성과를 보이는 SaaS 기업 정도가 누리는 프리미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즉, 매출의 100배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거나 사업 계획만 가지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Mistral AI과 같은 사례는 여전히 '아웃라이어'에 해당하지 섹터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난 2년간 시장을 휩쓸었던 Web3/크립토 투자와 비교해 보면 생성형AI 관련 벤처 투자 규모는 여전히 초라한 수준입니다. OpenAI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유치한 $10Bn을 제외할 경우, 생성형 AI 관련 투자는 전년 대비 90% 이상의 투자가 사라진 Web3 분야와 이제서야 비슷해진 수준입니다. 
Web3 vs. 생성AI 분기별 벤처 투자 규모 비교
  • OpenAI의 마이크로소프트 투자를 제외할 경우, 2023년 1분기 생성AI 관련 벤처 투자는 약 2.5조 원 ($1.7Bn)으로 집계됩니다.

  • 반면 Web 3 관련 스타트업은 1년 전만 하더라도 한 분기만에 무려 1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쓸어 담으며 크립토 버블을 견인하였습니다.

a16z (안데르센호로위츠), Index Ventures, Bessemer Venture Partners 등 대형 펀드들은 초기 AI 스타트업의 유니콘 라운드도 리드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대부분의 벤처투자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일부 전문가들은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투자 규모가 생각보다 적은 것은 시장 환경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이슈라고 지적합니다.

  • 과거 대규모 펀딩을 통해 개발자 채용, 대규모 그로스 마케팅 비용 집행 등에 사용해왔던 스타트업들이 같은 업무를 AI 도구를 활용, 십분의 일 수준의 비용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사업 운영에 더 이상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형 벤처 펀드의 종말'을 언급하였습니다. 한 달에 20만 원 ($160) 정도 비용을 주고 기본적인 생성AI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개발자의 생산성이 5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찾거나 제품 개발을 위해 대규모 개발팀을 고용하던 시대는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발자를 위한 생성형AI 필수 소프트웨어 비용 (출처: Morgan Stanley - Venture Vision: AI Tools for Strat-Ups)
이는 벤처 투자자 차마스(Chamath)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합니다. ChatGPT와 AutoGPT의 등장으로 인해 회사의 탄생과 성장, 자금 조달의 방정식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더 이상 MVP 개발에 40 - 50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시대는 끝났다. ChatGPT 등을 활용하면 3 - 4명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고성장 소프트웨어 기업이 개발자 채용과 마케팅 집행을 위해 500 - 1,000억 원씩 펀딩을 하던 기존의 벤처 투자 모델도 이제는 사라질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소규모 펀딩 또는 자체 자금만으로도 스케일업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게다가 디지털 시대에 최소 1년 단위로 이뤄지던 단계적 기술 혁신이 이제는 주 단위 월 단위로 바뀔 정도로 혁신 주기가 단축되고 있습니다. 아이폰 1에서 2가 출시되기까지 1년이 걸렸고 아이폰 출시 후 앱스토어 출시까지 2년이 소요되었지만 OpenAI는 3월 GPT-4 출시 후 7월 AI 앱스토어, 10월 GPT-4.5, 12월 GPT-5 출시를 계획할 정도로 빠르게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1 - 2년 단위로 진행되는 기술 업그레이드 사이클을 활용,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태워 사용자를 모아 서비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것이 유효한 성장 전략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사이클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제품의 카피가 쉬운 데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사용자 이탈이 주기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AI 서비스 기업 입장에서도 자금을 태워 사용자를 빠르게 모아 진입장벽을 이루는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경쟁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AI 서비스를 둘러싸고 '슈퍼앱'이나 '앱스토어'와 같이 디지털 시대를 풍미한 단어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정작 거대 AI 모델을 활용한 AI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트래픽 기반의 플랫폼 기업이 아닌, IP 기반의 게임 회사의 성장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 기술 변화 속도가 예측 불가능하고 모든 개발 툴이 동일하게 접근 가능하다면 그저 그런 서비스로 사용자를 모으는 것이 아닌, 독자IP 기반의 유료고객 확보가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 또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고객이 반응하는 서비스를 개발,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돈을 주고 무료 트래픽을 사는 것이 더 이상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원히트원더 서비스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다시 M&A 및 IP 확장에 재투자하여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Lensa AI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AI 아바타 생성 앱 Lensa AI의 월 별 매출 추정 (출처: Statista)
처음에는 단일 히트 게임으로 유명했지만 현재는 매출 2천억을 넘긴 대형 게임사가 된 모바일 게임 1세대 데브시스터즈의 사례는 AI 기업의 성장 전략에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캐시카우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기존 IP를 확장하고 신규 IP를 개발해 사업을 성장시킨 전략은 유행에 따라 매출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를 상쇄한 나름의 전략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생성AI로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대부분은 인프라, 클라우드, AI모델을 가진 빅테크 기업이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합니다. 이런 대형 기업들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AI 서비스 기업은 어떻게든 경쟁을 피하고 작더라도 확실한 영역을 독점하는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시장 변화 속도가 빠를수록 시장을 예측하기 보다는 제품 경쟁력과 고객 인사이트에 집중하는 기본에 충실한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입니다.
뤼튼테크놀로지스의 기업가치는?
국내 생성AI의 선두주자 뤼튼테크놀로지스가 150억 원 규모 시리즈A 유치를 발표하였습니다.

  • 해당 유치 금액을 전액 신주라고 가정할 경우, 현재 회사의 발행 주식수 기준 기업가치는 약 99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 뤼튼은 2022년 1.5억 원의 매출, 8.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였습니다. 회사는 시리즈A에서 2022년 매출 대비 660배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뤼튼테크놀로지스 150억 원 규모 시리즈A 펀딩 완료
  • 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2월 유료플랜 출시 후 연환산 매출 3.5억 원 (월매출 3천만 원)을 기록하였지만 회사는 같은 달 무제한 무료 요금제를 출시, 매출보다는 이용자 확대에 방점을 찍는 전략을 선택하였습니다.

    • 혁신의 숲 통계에 따르면 뤼튼은 5월 16.7만 트래픽을 기록하였습니다.
    뤼튼테크놀로지스 트래픽 (출처: 혁신의 숲)
    미국의 카피라이팅 생성앱 대표주자인 Copy.ai는 2021년 9월, 뤼튼의 시리즈A와 유사한 $11Mn 규모 시리즈A 펀딩을 완료하였습니다.

    • GPT-2 단계부터 OpenAI와 협업하며 자사의 카피라이팅 서비스를 제공해온 Copy.ai는 현재는 연 매출 100억 원을 넘어선 고성장 기업입니다.

    • Copy.ai는 시리즈A 당시 현재 뤼튼과 비슷한 약 1,100억 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 반면 회사의 실적은 차이가 있습니다. Copy.ai는 시리즈A 완료 직전인 2021년 8월 실적에서 연환산 매출 28억 원 ($2.1Mn), 가입자 5만 5천 명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 당시 연환산매출(ARR) 대비 기업가치인 PSR(Price-to-Sales) 지표는 약 47배 수준으로 고성장 SaaS 기업의 시장 평균에 근접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 월 매출 13% 성장 및 가입자 41%의 지표, 12명 규모의 직원 수를 고려하였을 때, Copy.ai의 시리즈A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진행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 Copy.ai는 매출 100억 원을 넘어선 현재 약 3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반면 뤼튼은 아직 매출 수준은 미미하지만 금 번 대규모 자금조달에 맞춰 인력을 대폭 늘리며 현재 35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 뤼튼의 대규모 벤처 투자 유치가 국내에서도 생성형AI 서비스에 대한 투자 열기를 가져올 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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