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여름휴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휴가 계획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직장 이야기를 할 때랑은 사뭇 다르다. ‘남들 다 가는 휴가지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정해졌어’ 하다가도 일순 빛나는 눈빛,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 그 표정에서 모두가 이 계절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가 느껴진다.
프리랜서인 나에게는 딱히 여름휴가가 없다. 프리랜서니까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지만 언제든 떠났다가 결국 일이 나를 떠나는 결과를 여러 번 맞이하곤 했다. 휴가를 가려면 일을 쉬어야 하고, 만에 하나 가더라도 내 돈 내고 가야 하고, 여행 왔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들어오거나, 다 마치고 돌아왔는데도 일이 전혀 없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여름휴가? 굳이 없어도 되고’ 하게 된다.
그렇다고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시샘하는 속 좁은 성격은 아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사람들의 여행 사진을 볼 때면 내 자식도 아닌데 엄마 미소를 짓게 된다. 여행은 좋은 것. 설레는 것. 꼭 내 것이 아니라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이다.
여행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 여행지에 대한 책을 읽는다. 그것도 조금 축축하고 진지한 글을 찾아 읽는다. 여행지의 이면에 대해 말하는 책. 기껏 멀리 떠났는데도 자기 마음 하나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 사람의 이야기. 그런 책을 읽다 보면 여행은 장소가 아닌 사람이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딱 우리만큼 여행한다. 나라는 사람은 낯선 곳에 가서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 허무함이 여행을 계속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유한한 시간, 유한한 경험, 그리고 나라는 유한한 존재. 일상에서는 자꾸 까먹는 사실을 보다 또렷하게 실감하기 위해 우리는 일부러 짐을 싸서 먼 길을 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