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개를 사랑하게 되면서 개들이 죽기 시작했구나." 지난 6월 출간된 《우리는 귤멍멍이 유기견 아이돌》(구낙현·김윤영 씀, 동그람이) 책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제주도의 어느 쓰레기 마당 출신 개(귤멍멍이)들이 가족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을 쓴 '귤엔터'는 마당에 묶인 채 방치되어 있던 어미개들과 그 마당에서 태어난 새끼 개들을 구조해서 가족을 찾기 위해 '귤멍멍이', '유기견 아이돌'이라는 컨셉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년 여름부터 저희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강아지 유자도 '귤멍멍이' 중 한 명*이에요. 그래서 책이 출간되었을 때 더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어요. 이번 활동가의 편지는 책 속에서 발견한 인상적인 구절을 나누려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개를 사랑할수록 더 많은 개가 죽어가고 있었다. (...) 귤멍멍이들의 원래 주인인 할아버지도 개들을 끔찍이 사랑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랑의 결과로 개들이 무엇을 겪었는지 잘 알고있다. 우리는 개를 사랑한다는 말 안에 얼마나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개를 사랑한다는 말 속에는 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비어있다."
"사람들은 '개의 문제 행동' 이라는 표현을 쉽게 쓰곤 한다. (...) 우리는 인간이 개의 언어를 배우고 개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 사회의 여러 자극을 개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귤멍멍이들을 불쌍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을 불운하게 했던 환경이 있었을 뿐이었고, 우리는 시골 잡종들이 불쌍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환경을 지적하고 싶었다."
너무 많은 문장을 가져온 것 같기도 한데요. 저는 귤멍멍이들이 데뷔하기까지의 여러 에피소드들도 좋지만 귤엔터의 이런 고민이 더욱 와닿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개를 대하는 태도와 어린이·청소년을 대하는 태도는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청소년을 사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곤 해요. 그런데 이런 말만큼 그 사랑과 보호가 어때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없습니다. "다 너를 사랑해서 그런 거야!"라는 말로 포장되거나 정당화되는 폭력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또 어린이·청소년이 사회적 약자로서 겪게 되는 폭력을 보며 불쌍하고 구해줘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하기도 하고, 때로 '어른들'이 정해놓은 기준과 맞지 않을 때는 '문제아'로서 훈육의 대상으로 대하기도 하고요. 이런 관점으로는 어린 사람의 입장에서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쉽게 생략됩니다. 어린이·청소년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구조의 문제를 성찰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은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마음 속에서 여러 번 밑줄 그은 문장을 소개하며 마칠게요.
"개는 인간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소유물이 아니라 동등한 생명이라는 전제 하에서 개와 함께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