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한옥
까마귀입니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가요? 저는 숙취로 하루를 시작했어요.
여성 감독과 배우의 연이은 아카데미 수상 소식에 친구들과 거하게 한잔했네요. 
이유가 있어서 술을 마신 건지 술을 마시기 위해 이유를 만든 건지... 여러 가지 의미로 눈물 나는 아침입니다. 
함무니 오스카는 무슨 맛이에요? 
윤여정 선생님이 부녀자들을 구독하는 날까지 저희는 달립니다. 
그럼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TODAY'S PREVIEW 💭

하나, <반짝이는 구석> : 숨은 한옥 맛집, 성북동에 간다면 이곳으로🙉

둘, <시네마리아> : HANOKLESS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면 스테이지가 끝나는 테트리스처럼, 집이 생기면 내 인생이 완전해질 것 같았다."

트윙클🌱의 반짝이는 구석 

숨은 한옥 맛집, 성북동에 간다면 이곳으로 🙉

한옥은 언젠가부터 몇 안 되는 제 취향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네모 반듯하고 티 없이 깨끗한 요즘인테리어도 충분히 멋지지만, 편안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저에게는 한옥만이 주는 특유의 고즈넉함이 매력적이었답니다. 오늘 소개할 두 한옥 공간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곳들입니다. 북촌이나 서촌처럼 한옥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동네는 아니지만 구석구석 개성 있는 한옥들이 많아 제가 즐겨 찾는 곳이랍니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산다는 서울이지만 여유와 낭만 모두를 욕심내고 싶은 저와 같은 구독자님들에게는 만족할만한 선택지가 될 거예요. 😜

👆 <해로커피> : #중정 #드립맛집 #크림맛집 #애견동반
이곳을 소개하는 은밀한 이유가 있습니다바로 이 집의 시그니처 크림말차와 드립커피입니다한옥이 주제라면서 갑자기 웬 카페 추천이냐고요드셔보시면 마음이 달라지실 거에요최상의 비율로 만들어진 크림말차와 좋은 원두와 장비로 내린 드립커피 한 잔이면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느껴진답니다물론 한옥을 개조한 인테리어와 액자 같은 중정 사이로 보이는 그림 같은 하늘이 이 모든 것을 완성합니다!

TIP! 아래 버튼을 누르면 자세한 가게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책보냥> : #고양이 #책 #굿즈 
성북동 어드매 골목길에 다다르면 큰 한옥 대문을 발견하실거에요이곳은 벨을 누르면 주인장이 직접 문을 열어주는 고양이 서점입니다두 마리의 고양이들과 사진작가 겸 책방 주인장인 사장님그리고 한옥이라니입구부터 전시된 고양이 신문과 각종 굿즈한옥서점을 가득 채운 고양이 관련 서적들을 마음껏 구경해보세요저 트윙클은 이곳에서 고양이 타로카드를 샀답니다영업은 목금토일특별하고 행복한 장소를 찾으신다면 이곳을 추천합니다.

TIP! 책보냥 사장님의 추천 한옥 플레이스 <한상수 자수박물관> <최순우 옛집>, 그리고 시간이된다면 고퀄리티의 전시로 유명한 <한국가구박물관>까지 돌아보시면 금상첨화입니다
< 시네마리아 > _ 까마귀 🐚

HANOKLESS

22억이 통장에 입금되었다. 로또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오랜 시간 치밀하게 계획된 허구이다. 로또를 산 적은 없지만, 이번만큼은 로또에 당첨될 것만 같은 기분을 24년 동안 느끼고 있다. 24년의 계획은 하루도 빠짐없이 반추되어, 갈수록 완전해지고 있다. 로또에 당첨되면 가장 먼저 집을 사기로 했다.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면, 가끔 찾아오는 이유 모를 불안감 또한 사라질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오늘도 어떤 동네의 집을 사야 할지 고민하며 극장으로 향했다. 자이, 래미안, 푸르지오를 지나쳐가며 어느 집이 가장 투자 가치가 높을지 머리가 터지도록 계산했다. 예매해둔 영화의 표를 받고 벤치에 앉았다. 집이 내 테트리스의 마지막 조각 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면 스테이지가 끝나는 테트리스처럼, 집이 생기면 내 인생이 완전해질 것 같았다. 높은 아파트를 목이 빠지게 봤다. 주머니에 남은 이천 원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동시에 내가 끔찍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층의 사람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똥을 싸는 아파트에는 절대 살지 않겠다고 소리치던 15살의 내가 이렇게 커버렸다.

어렸을 때 꿈은 한옥에 사는 것이었다. <자유의 언덕>에 나오는 구옥이처럼 늙고 싶었다. 항상 열려있는 대문으로는 사람들이 북적북적 드나들고, 마당에는 나의 까만 강아지가 뛰어놀길 바랐다. 가장 큰 고민은 텃밭의 오이가 먹고 싶지 않은 것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시간이 흐를수록 와 닿아서, 22억의 로또만큼 어려운 것이 구옥이가 되는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살아남기 위해선 난방비와 화장실 사용을 낭만보다 먼저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해야만 한다. 현실적으로 변하는 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넘겨짚기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영화표를 환불하고 남은 돈으로 맥주를 한 캔 샀다. 맥주를 마시면서 청계천을 걸었다. 이렇게 계속 떠도는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노매드랜드>의 펀처럼 계속 떠돌다 보면 나도 두려움을 떨쳐내고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나와 펀은 많이 닮았다. 집은 없어도 담배는 있어야 하는 것부터 그렇다. 펀이 밴을 타고 남편의 죽음으로부터 계속 도망 다닌 것처럼, 나도 한옥을 흉내 낸 밴을 타고 현실로부터 도망쳐야 할 때가 왔다. 예술이 돈이 안 된다는 사실로부터 도망치다 보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 외에는 내 인생이 탁월하게 나아질 방도가 없다는 걸 깨달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15살의 내가 있는 엠파이어에 가서 말해줘야겠다. 지갑에 이천 원이 있든지 이천만 원이 있든지 내 집 마련 못 하는 건 똑같으니까, 네가 살고 싶은 곳에 살아봐. 너도 구옥이가 될 수 있어! 30살이 되어도 60살이 되어도 평생 철들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렴 어때. 나도 앞마당에 보트를 세워 두기만 하고 싶지 않은걸. 그럼 길 위에서 만나세!
🐚 까마귀가 추천하는 오늘의 영화 🐚
<자유의 언덕> (2014)
<노매드랜드> (2020)
*혹시 남긴 피드백이 부녀자들 뉴스레터 답변란에 기재되지 않길 원하시나요?
그럴 땐, 피드백 마지막 줄에 꼭 비밀이라고 남겨주세요!
💌 부녀자들의 따끈따끈한 답변 💌
 '오픈률 50% 못넘으면 한강가서....' 에피소드에 남겨주신 이야기

저에게 한강은... 한 단어로 정의하긴 어려운 곳이네요. 딱히 로망이랄것도 없구요. 다만 서울 토박이라 한강에 얽힌 추억은 제법 많답니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첫 기억은 고등학교때! 한강 공원에서 물놀이를 했었는데 팬티까지 푹 젖은 상태로 에어컨 켜진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었죠. 그러고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 멋진 청소년이었답니다. 그 해 여름에만 한강을 세 번쯤 방문했던 것 같아요.
두번째 기억은 웨이크 보드를 배우러 갔던 것! 수상 스포츠는 처음이었는데 물이 무지하게 더러웠습니다... 정말 무지막지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이크보드는 재밌었어요. 운동이라곤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중심을 잡아줄 코어힘이 없어 레슨 막바지에야 겨우겨우 설 수 있었던 기억이 나요. 다음날 손가락 하나 까딱못할 정도로 근육통에 시달렸네요..(추천합니다 최고의 전신 근력운동)
가장 최근의 기억은 합정에서 당산으로 양화대교를 건넜던 것이에요. 망원에 있는 좋아하는 바에서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하염없이 걸었는데 사람이 적어 핸드폰으로 크게 노래를 틀어놓고 걸었어요. 미세먼지가 심했던 게 흠이었지만 그래도 제 인생 최고의 밤산책이었답니다!! 복작거리는 한강공원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다리를 건너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믿어요 여러분들도 기회가된다면 꼭 걸어보세요👍(자전거도 좋아~)
그리고 트윙클의 답변

와... 한강에서 물놀이와 웨이크 보드라니...! 저는 한강은 그냥  풍경으로만 생각했지 뭔가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네요. 마치 부산토박이인 제가 야자시간에 해운대 바닷가에서 발담가 놀던 것과 비슷한 감성일까요... 저도 한창 따릉이를 좋아할 때 혼자 해질녘에 한강다리를 질주한 적이 있어요!! 가끔씩 생각나는 그때가 그리워지네요...구독자님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것 같아 괜스레 포근해집니다.
 '오픈률 50% 못넘으면 한강가서....' 에피소드에 남겨주신 이야기

전 아직 한강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뭔가 서울을 갔을 때에도 갈 생각을 못했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부산사람의 바다부심도 한몫했던 것 같아요 ㅋㅋㅋ 그래도 한 번쯤은 한강에서 여유로운 바람을 받으면서 멍때리고 싶어요.. 제 상상 속의 한강은 센트럴파크와 같은 느낌이라... 호홋 아참 그리고 이번 호를 보고 저도 달리기 어플을 통해 한번 달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하이바의 답변

오랜만에 피드백을 읽으니 반성하게 되네요. 최근에 달리기를 하는 빈도가 크게 줄었거든요.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달리기 코스는 부산 광안리 옆 잘 닦인 길이랍니다. 아직도 부산에 계시다면 광안리 코스를 추천드려요!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달리면 자유로운 기분이 든답니다.
지난 레터 다시보기
메일 주소 변경하기
친구들에게 부녀자들 추천하기
부녀자들 hellosilverrain@gmail.com 
인스타그램 @bunyujas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