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가치들은 의미가 비교적 분명하게 다가오는데, '인테그리티(Integrity)'는 흔히 진실성, 성실, 청렴 등으로 번역되긴 하지만 그 의미와 바로 대응하는 우리말 단어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Integrity의 의미를 살펴보고, 이러한 가치가 실현될 때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 다른 핵심가치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전적 의미와 어원
Integrity의 사전적 의미에서 빠지지 않는 두 가지 단어는 honesty(정직)와 moral principles(도덕 원칙)입니다. Integrity의 의미를 설명할 때, 단순히 정직한 것을 넘어선다고 많이들 강조하는데요. Integrity의 어원인 라틴어 형용사 integer는 '온전한'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Integrity 역시 어떤 조건에서도 본래대로 변치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즉, 누군가 Integrity를 가진다는 건 '변치 않는 가치, 신념, 원칙을 지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관성이 강조되기도 하지요. Integrity를 핵심가치로 채택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우리는 정직하고, 윤리적이며, 믿을 수 있다.(We are honest, ethical, and trustworthy.)'라고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요소
Integrity는 조직의 회복력(resilience)에 꼭 필요한 문화적 요소로 강조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Integrity는 '윤리적 리더십과 용기 있는 솔직함'으로 정의되었습니다. Integrity를 핵심가치로 내세우는 조직 문화에선 단기 이익을 위해 옳은 행동을 희생하지 않습니다. 도덕적 해이나 부패가 Integrity의 반대말로 제시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러한 가치가 강조될 때, 구성원 모두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심리적 안전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문제적 행동이 발견되면 적시에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를 빠르게 감지하고 방지할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여전히 어려운데요. 이 가치를 가장 강조한 한 사람을 꼽는다면,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리더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Integrity를 꼽았습니다. 드러커에 따르면, Integrity는 도적적 딜레마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원칙을 지켜내는 인품이란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혼자 있을 때도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지요. '군자는 홀로 있을 때도 스스로 삼간다'와도 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군자를 리더로 바꾸면, 드러커가 리더십의 필수 요소로서 Integrity를 어떤 의미로 강조하고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또, 드러커는 이러한 요소가 채용과 같은 '사람'에 대한 결정("people" decision)에도 주요하게 작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링크)
행동으로 나타난 핵심가치
그렇다면, 의미가 좀 더 실생활에서 와닿을 수 있도록 이러한 가치가 행동으로 나타나면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누가 시키거나 보고 있지 않아도 충실히 인수인계를 한다든지, 마감일을 지킨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 일정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함은 물론이고 마감일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엔 이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등이 모두 Integrity가 있을 때 관찰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벤 호로위츠의 저서 <하드씽>에 나오는 일화에 Integrity의 개념을 적용하여 이해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제품 아키텍처에서 앞으로 더 발전된 제품으로 진화하는 데 심각한 걸림돌이 될 문제점을 발견한다. 엔지니어 판단으로는 그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제품 출시 일정이 3개월 늦어지는 차질이 빚어진다."는 가정적인 상황이 책에 등장합니다. 이처럼 딜레마를 마주한 상황에서도 발견한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문제를 풀고자 하는 자세가 '온전한' 문제 해결방식입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이 핵심가치가 실현된 행동을 명문화해볼 수 있겠지요.
-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예견되는 상황이면, 그대로 일을 진행하지 않고 문제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이렇게 행동으로 나타난 핵심가치를 지표로 삼으면, 비로소 '사람'에 대한 결정, 즉, 채용 평가 승진 등 인사상 결정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