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그와 그녀의 성과 평가 메커니즘

어디에는 있고, 어디에는 없는 젠더효과 

연구 대상 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테크 기업으로, 젠더 다양성을 개선하고 평가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던 기업이었어요. 이 곳의 인사 평가 자료는 조직원의 여러 특성들을 항목화해 1~5점 안에서 수치로 점수를 매기는 동시에 그에 관한 서술적 평가를 함께 기록하도록 되어 있었는데요. 연구자는 이 정량적-정성적 자료의 상관관계, 그리고 언어 자료에서만 포착 가능한 미묘한 젠더 프레임을 함께 분석했어요. 이를 통해, 평가 담당자가 구조화된 평가 체계 내에서 어떠한 사고과정을 거쳐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분석 결과, 젠더효과는 어디에는 있고, 어디에는 없었어요. 먼저 없었던 경우는 언제였을까요? 크게 두 가지 경우에 해당했습니다. 하나는 직원에 대한 전반적이고 일반적인 평가를 할 때, 다른 하나는 회사의 주요 업무 특성에 해당하는 기술 업무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였습니다. 

💡 평가하기 애매하거나, 불확실하면 발동하는 ‘여자니까~’

그렇다면, 젠더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는 언제였을까요? 공통적으로 평가하기에 애매하거나 불확실한 항목에 관한 것들이었어요. 이를테면, 어떤 사람의 성격이나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같은 것 말이죠. 

1) ‘여자라면 상냥해야지!’ & ‘남자라면 진취적이어야지!’

직원의 성격과 소통 스타일은 대표적으로 젠더효과가 나타나는 평가 항목이었습니다. 어떤 성격적 특성과 소통 방식에 높거나 낮은 점수를 주고 있었을까요? 판단의 기준은 성별에 따라 기대되는 행동 양식에 부합하는지 여부였어요. 일반적으로 여성에게는 상냥함의 특성들(기꺼이 도움을 주고, 공동체적인)을, 남성에게는 진취적 특성들(직설적으로 소통하고, 책임감이 강한)을 기대하죠. 이런 일반화된 젠더 규범은 회사의 인사 평가 담당자의 사고 과정과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어요. 여성 직원들은 더 자주 ‘너무 공격적인 소통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받았다면, 남성 직원들은 반대로 ‘너무 유하다’는 지적을 받고는 했습니다. 

이때, 불평등의 문제는 젠더화된 특성 중에서 한 쪽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때 발생합니다. 연구 결과, 남성적 특성의 빈번한 발견은 가장 높은 점수(5점)를 받게 하는 요인이었던 반면, 여성적 특성은 오히려 최고점을 적게 받게 하는 요인이었습니다. 나아가 그 특정한 특성이 특정한 성별에서 발견될 때만 평가에 유리하게 작용할 때 문제는 심화됩니다. 연구 결과에서 남성과 여성 직원이 똑같은 빈도로 ‘책임감이 강하다(남성적 특성)’는 서술적 평가를 받았음에도, 그런 평가를 받은 남성들은 최고점을 받은 것에 비해 여성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죠.

2) ‘그(녀; She)가 과연…할 수 있을까?’ - 의심받는 그녀들

미래 지향적인 판단을 내려야하는 평가 항목에서도 젠더에 따른 프레임 효과가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평가 과정에는 그 직원이 앞으로 개발해야 기술적 능력들을 포함해 개선에 필요한 변화들에 대해 일반적인 피드백을 주도록 하고 있었는데요. 놀랍게도 이런 미래 지향적 피드백을 많이 받은 여성 직원일수록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요. 남성 직원들에게는 이런 상관성이 발견되지 않았죠. 성별에 따른 이같은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저자는 평가 담당자가 성별에 따라 미래 성장성에 대한 차별적인 기대 혹은 의심을 지닌 결과라고 봤습니다. 즉, 여성 직원들이 성장에 필요한 기술 및 기타 능력을 습득하는 데 성공할 거라는 더 낮은 기대와 더 높은 의심을 가진 까닭에, 관련 피드백을 많이 받은 여성일수록 낮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 같은 저자의 해석은 조직에서 여성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남성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내야만 하는 부담의 존재를 지적한 기존 연구들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어요.

3) ‘그(He)는 달라!’ - 예외적으로 뛰어난 그들

젠더 프레임이 작동한 세 번째 항목. 바로 ‘탁월하다’는 평가를 내릴 때입니다. 단지 경쟁력이 있는 수준을 넘어 예외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릴 때, 그리고 그런 평가에 기반해 높은 점수를 줄 때, 남성에게 우호적인 젠더 편향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더 많은 남성 직원들이 그런 평가를 받았고 그런 평가가 이들에 대한 높은 점수로 이어진 반면, 여성 직원들에 대한 그 같은 평가는 상대적으로 박했고, 그런 평가를 받은 소수의 여성 직원들조차 그런 평가가 높은 점수로 연결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인사 및 성과 평가 체계에서 애매함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의 편향된 사고가 평가 과정에 개입될 여지를 줄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업무 성과를 평가할 때는 개인에게 할당된 목표 수준을 얼만큼 달성했는지 그 수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도록 회사가 기준을 설정해 평가 담당자에게 제공하고는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성격이나 미래 기대 수준과 같이 수량적 증거를 갖추기 어려운 항목을 평가할 때도 구체적 기준들을 회사가 최대한 제공해주는 것이죠. 이를 통해 평가자 개인의 자의적이고 젠더 편향적 관점이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 그럼 그 구체적 기준들을 회사 차원에서 마련하는 작업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는 게 중요해지는데요. 저자는 다른 논문에서 그 구체적 방안으로 “Small Wins” 모델을 제시합니다. 모델의 핵심은 학계와 조직 내 평가 담당자들이 함께 젠더 편향을 제어한 평가 체계를 개발하는 겁니다. 사회과학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 조직 내 젠더 편향의 문제는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지적되어 왔습니다만, “우리 회사에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 또는 “우리 회사는 데이터에 기반해 평가하기 때문에 무관해.” 등과 같은 이유로 현실의 평가 담당자들이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있죠. 그런 문제 해결을 위해 평가 체계 개발 단계부터 두 집단이 협력하는 건데요. 실제로 연구자들이 실제 담당 회사 내부의 인사 자료를 활용해 편향의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평가 담당자들의 저항을 낮추고, 개선의 의지를 키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모델은 평가 도구의 개발에 그치지 않고 이것의 실제 적용 효과(젠더 편향 개선)를 검증하는 과정까지 제안하고 있어요. 이 과정으로 개선 수준이 미미한 평가자들이 조직과 다른 평가자들로부터 개선에 대한 압력을 받게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