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류현서 인턴기자가 다가올 영화제를 소개합니다. 눈길이 가는 영화 3편을 꼽아봤습니다😀🍑
🎥 2026 서울 국제 프라이드 영화제
여러분은 계절이 바뀔 때 꺼내 보는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저는 날이 추워질 때면 한국 퀴어 영화들을 꺼내봅니다. 엄마가 묻어둔 첫사랑을 따라가는 여정 <윤희에게>부터 탈북 후 처음 소속감을 느끼는 소년의 성장을 담은 <3670>까지. 다양성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감정들에 위로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김혜리 평론가는 “영화를 보는 일을 타인을 끈질기게 이해하는 노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퀴어 영화의 매력 역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특정한 규범을 이유로 지워왔거나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던 삶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형태로 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더 많이, 더 넓게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SIPFF)입니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국제영화제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태평양과 그 밖의 지역에서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퀴어 영화를 꾸준히 소개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34개국에서 온 영화 116편으로 관객을 맞는다고 합니다. 상영작 중 퀴어 영화의 담론을 확장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추천해보고자 합니다.
💖 “퀴어 가족도 이혼합니다” <이상 가족>
김지원 감독의 <이상 가족>은 이혼을 결정한 레즈비언 부부 ‘다선’과 ‘희수’, 그리고 두 딸 ‘솔이’와 ‘원이’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두 딸은 어느 엄마와 사는 것이 좋을지 갈등합니다. 해체의 위기 속 가족은 뜻밖의 여행길에 오르게 되고 두 딸은 두 엄마의 이야기를 마주합니다.
레즈비언 부부의 완성이 아닌 이혼을 다룬다는 게 이 작품의 새로운 점입니다. 영화는 법적으로 혼인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함께 아이를 키워 온 현실을 담으면서도 퀴어 가족을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로만 다루지 않습니다. 가족이기에 마주해야 하는 갈등, 이별까지 이야기합니다.
감독은 “이상한 가족이면서 이상적인 가족을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가족의 완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지고 볶으며 얽히고 엮이는 퀴어 가족은 머지 않은 미래에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일 겁니다. 유쾌하고 씩씩한 독립영화만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영화로 추천합니다.
💖 “바지를 입은 자에게만 주어지는 자유” <로즈>
시대의 압박 속 성별의 경계를 불태운 여성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마르쿠스 슐라인처 감독의 <로즈>는 전쟁이 끝난 뒤 로즈라는 이름의 병사가 외딴 개신교 마을에 도착하며 시작됩니다. 병사는 땅을 돌려받기 위해 서류를 제시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그를 남장한 여자 같다는 이유만으로 의심하고 경계합니다. 로즈는 자유를 위해 여성에게 허락된 경계를 넘어서기 시작합니다.
로즈는 신이 부여한 성역할에 자신을 가둘 마음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트랜스젠더 서사로도 읽힙니다. 남성 가족 구성원이 없는 집에서 누군가는 남자의 역할을 대신해야 했고, 그것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이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런 ‘만들어진 트랜스젠더’의 서사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합니다. 여성이 홀로 서기 어려워 남자로 살아가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일부 직종에선 여자가 아니라 동료로 인정받고자 스스로를 혹독히 단련하는 여성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산드라 휠러의 연기는 단연 압권입니다. 흑백 화면 아래 걸음거리와 시선으로 하나의 정체성을 다듬어낸 그의 연기는 ‘로즈’가 짊어졌던 삶의 무게를 묵직하게 전합니다.
💖 “정답은 네게 있어” <짐 퀸>
마지막으로 추천드리고픈 영화는 폭발적인 에너지의 프랑스 애니메이션 <짐 퀸>입니다. 영화는 파리 마레지구를 휩쓸어 놓은 바이러스 ‘헤테로시스’에서 출발합니다. 게이를 이성애자로 바꾸어 놓는 이 병에 걸린 인플루언서 짐은 자신을 짝사랑하던 은둔청년 뤼시앙과 해독제를 찾아 나섭니다.
영화 속 범상치 않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혐오의 논리를 뒤집고, 거침없이 몰아치는 유머는 성별 규범을 흔듭니다. 소수자 공동체 안에서도 무시와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을 짚어내는 풍자 역시 인상적입니다. 여러 커뮤니티를 통과하는 여정을 거쳐 영화는 자기 긍정과 연대의 메시지로 나아갑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영화와 함께 웃고 환호하는 관객들로 극장이 열기로 가득 찼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 속 연대의 메시지가 스크린 밖으로 번지는 순간을 여러분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이상한, 발칙한, 유쾌한, 끔찍한, 다정한, 바보 같은, 소중한, 그 어떤 형용사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가 모이는 곳.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서울 종로구 CGV 피카디리1958에서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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