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잇 김병수 대표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존중받고 차별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클루시브 디자인과 콘텐츠에 전문성을 갖춘 회사를 창업했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에 기반한 매거진MSV 제작과 사용자 경험 R&D, 제품 및 공간 디자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며 포용력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Q. 미션잇을 창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10년 전부터 시각장애인 마라톤 가이드러너 자원봉사자를 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교회에서 방글라데시 단기선교를 다녀오면서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방문했던 방글라데시 초등학교 교실의 정수기에는 누런 물이 고여 있었는데 정말 마음이 아팠다. 최소한 인간이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에 있어서 차별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사회적 약자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국 런던의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창업을 고려할 당시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를 고려한 디자인과, 소재 혁신에도 관심이 있었으나 환경분야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인클루시브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 길을 가는 것이 좁은 길이고 빠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해서 미션잇을 창업했다.

Q. 인클루시브 디자인이 흔히 많이 쓰는 배리어 프리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용어와 구별되는 차이점이 무엇인가?

A. 배리어 프리 디자인(Barrier-free Design)은 장애인이 접근하는 물리적 환경에서의 장벽들을 제거하고자 하는 디자인의 개념이다. 포커스가 장애인에 맞추어져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한 단계 나아가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임산부 등에게도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사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용어인데, 그 적용범위는 물리적인 제품과 환경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서비스와 시스템적인 영역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배리어 프리 디자인이나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까지 모두 포함한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사용자 참여 과정을 중시하는데, 일례로 구글에서 개발한 비디오 챗 앱인 Duo 에서는 카메라 렌즈가 사용자의 피부 색깔과 관계없이 화면에 잘 담길 수 있도록 여러 피부 색깔을 가진 사람들을 개발단계에 참여시켰다.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을 존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출처: 구글 공식 블로그

Q. 매번 다양한 주제의 매거진 MSV를 제작하고 있는데, 주제 선정 배경과 기준이 무엇인가?

A. 현대사회에서 중요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로서 사람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공감대가 꼭 필요한 주제들을 발굴하고 있다. 인클루시브 디자인 매거진이기 때문에 디자인으로서 접근이 가능하며 특히 디자인 기반 솔루션을 낼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실질적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실용적인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Q. 미션잇 콘텐츠의 주요 타겟은 누구인가? 어떤 독자나 시청자를 염두하고 제작하는지 궁금하다.

A. 첫 번째는 기업이나 공공 쪽에서 CSR이나 ESG담당하는 분들이다. 특히 기업들에서 다양성, 포용성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 않은가. 뉴스레터 구독이나 매거진 MSV 구매자 리스트를 보면 기업 ESG 담당하는 분들이 많다. 두 번째는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들이다. 아무래도 매거진을 많이 보는 세대가 젊은 세대이기도 하고, 사회적경제나 소셜벤처 종사자들도 많이 보는 것 같다.

Q. 최근에 발간된 매거진 MSV 3호 <play>에서 장애아동의 놀이권에 대해 다뤘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A. 크게 세 가지 챕터로 나눠져 있다. 첫 번째로는 장애아동의 놀이권과 놀이의 본질이다. 놀이란 무엇이고, 장애아동의 놀이는 왜 소외되어 왔는지를 장애 아동의 부모님과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함께 담았다. 두 번째는 놀이 공간 디자인이다. 놀이터 전문가를 인터뷰해서 어떻게 놀이공간 디자인이 포용력 있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지를 다뤘다.

세 번째로는 해외의 뮤지엄을 주목했는데, 장애아동을 고려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재밌는 사례들이 많았다. 어떻게 포용력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지와 자폐성 장애아동이 뮤지엄에 와서도 함께 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다뤘다. 사실 프로그램이 놀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거진 MSV는 인사이트를 주는 컨텐츠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보고 놀이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데 있어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Q. 장애아동도 행복하게 놀 수 있는 ‘모두를 위한 놀이터’ 체험형 전시를 진행했다. 기획 과정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A.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서울시 시민이 체감하는 중요한 사회문제를 선정해서 임팩트 조직이 그것을 직접 해결하는 시민액션플랜이라는 프로젝트를 했었다. 장애아동도 함께 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 놀이터가 필요하다는 이슈가 심사를 통해 선정되었고, 이후 우리의 솔루션이 공모에 최종 선정되었다. 실제로 놀이터를 만드는 데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체험형 전시를 하게 되었는데 장애, 비장애 아동이 함께 어울린다면 정말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한정된 예산과 일정 안에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전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재를 고민하다가 종이로 만든 고강도 지관인 종이파이프를 썼다. 발달장애 아이들이 뛰어다니거나 부딪힐 때, 다치면 안되니까 둥글둥글한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강도 특수제작을 하는게 생각보다 비용이 괜찮고 친환경적이기도 했다. 보통 전시하면 버리는 게 엄청 많다. 그래서 친환경적으로 플라스틱말고 종이를 사용하고, 모듈형으로 만들어서 운반이나 이동설치를 간편하게 했다.

Q. ‘모두를 위한 놀이터’ 전시에 오신 장애아동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A. 평균적으로 두 시간 정도 놀고 갔다. 부모님들은 놀이공간이 위험하지 않고 아이들이 마음껏 잘 뛰어노는 걸 보고 좋아했다. 부모님 후기 중 인상깊었던 것은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서로 구분이 안되더라고요” 하는 말이었다. 장애 아동을 위한 특별한 기구에는 주변의 시선이 쏠리기 때문에 놀이 기구를 이용하는 아동이나 부모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이 공간에서는 장애가 보여지지 않고 누구나 같이 잘 어울려 놀 수 있었다는 면에서 통합적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비장애 아동과 가족들도 여러 명 왔는데, 장애 아동의 놀이권에 대해서 아예 생각도 못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 전시가 포용력 있는 놀이 공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차별없이 함께 노는 경험을 제공해 장애 아동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에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Q. 아직 한국은 포용력있는 사회라고 하기 어려울 것 같다. 포용력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변화되어야 할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장애감수성이 높아져야 될 것 같다. 내가 영국에 있었을 때는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나 리프트가 없는 곳도 많았다. 하지만 유아차를 끌고 다니면서 계단 앞에 있으면 누군가 와서 바로 도와준다거나 버스에서 승하차할 때에는 완전히 탑승하거나 내릴 때까지 재촉하는 사람이 없었다. 또한 아직까지도 기업에서는 왜 장애를 고려해서 디자인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이윤창출을 위해 주요 소비자의 특성에 맞춰 제품개발을 하는 것도 전략이지만, 배제되고 있는 사용자를 고려하는 디자인이 더 직관적이고 의미 있는 솔루션을 도출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인식이나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는 것은 급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랜 기간 콘텐츠가 쌓이고, 변화를 위한 목소리들이 주변에 많아지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주변에 많이 보여야 한다. 한국은 그래도 시설이 많이 좋아지고 있고,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지만 일반 소비재에서는 포용성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Q. ‘미션잇’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콘텐츠의 가치와 관점은 무엇인가? 향후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가?

A. MSV 콘텐츠의 가치는 사람들이 몰랐지만 현대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의미있는 주제를 발굴하는 것에 있다. 소셜 섹터 종사자들이야 여러 사회 이슈들을 생각해 보았겠지만, 생각보다 이런 이슈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이슈를 실용적인 인사이트로 가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세상이 실질적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미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콘텐츠를 보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남의 문제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주변 이웃’의 문제로 여길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요새 인터넷의 수많은 콘텐츠가 모두 ‘나’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우리의 콘텐츠를 통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의 삶에 대해서 알게 되고, 함께 살아갈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될 수 있다. 우리의 역할 중 하나로 ‘미디어 체인지’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만드는 콘텐츠가 아니라 다른 사람도 생각할 수 있는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어가고 싶다.

글ㅣ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