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편집자를 만나다
#영.레터 12.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

"주목받고 있는 흑인 여성 과학자의 저서로, 여러 발명을 가능하게 했던 재료들과

그 재료로 만든 발명품이 인간의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흥미롭게 서술하는 과학책입니다.

차별성과 확장성이 있는 매력적인 도서라는 생각이 들어 오퍼 진행하면 어떨까 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난 후 다시 그 시작을 되돌아보면 감회가 새롭단 기분이 들곤 합니다. 외서를 출간하는 과정을 두고 보면, 원고를 검토해 검토서를 작성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요, 오늘의 영레터는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의 출간을 검토할 때 담당 편집자가 쓴 검토 의견 메일의 일부를 인용하며 열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지난 메일에서 예고드린 것과 같이, 오늘은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의 미리보기를 하루 쉬고, 특별한 손님을 모셨습니다. 바로 책을 만든 편집자인데요, 과학 홍실이가 책 홍보를 준비하면서 생긴 궁금증과 질문을 모아 알찬 인터뷰를 꾸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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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는 첫 메일에서도 소개되었던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의 홍보 담당자, 과학 홍실이가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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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는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담당 편집자입니다. 영.레터에서는 처음 소개드립니다. 
  금요일에 보내드릴 영.레터는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의 미리보기를 보내드리는 마지막 메일이자, 드디어 크리스마스의 비밀🎄을 들려드리는 시간입니다. 그럼 저는 설렘과 기대를 안고 (?)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

- 담당자 Jay
※ 참고 : 메신저로 진행된 인터뷰를 영.레터 지면에 맞게 편집하였습니다. ※

#1.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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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 홍보를 담당한 과학 홍실이입니다! 이렇게 좋은 책으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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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김영사 과학팀에서 일하고 있는 편집자입니다. 이번에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을 작업했습니다. 자연과학 분야를 비롯해 이것저것에 얇고 넓게 관심이 많습니다. 😉

#2.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과의 첫 만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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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예전에 쓰신 검토서를 전달해주셨는데요, 편집자님이 쓰신 검토서는 항상 너무 재밌습니다... 🫶🏻 작성일을 보니 꽤 오래전인 20년 1월에 작성되었네요! 책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 그때 어떤 부분이 맘에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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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회사 문서를 재미있게 쓰려고 하는데 재미를 알아봐 주시는 분이 있다니 영광입니다. 🫶🏻 이 책은 에이전시에서 보내준 소개자료로 알게 되었는데, 일단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주제가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원제는 〈The Alchemy of Us〉, 번역하면 〈우리의 연금술〉인데요. 인간이 일방적으로 인공물질을 만들고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것 또한 인간을 재구성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과학책 중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는 책은 많지 않은데, 제목부터 이런 상호작용을 강조하고 있으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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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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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으로는 역시 저자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이니사 라미레즈Ainissa Ramirez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고, 또 과학 작가로서는 드물게 흑인 여성이었어요. 전공 분야도 도서 자체가 많지 않은 재료공학이었고요. 과학책 시장에서도 그렇지만 과학계에서도 점점 더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기존에 잘 들을 수 없었던 여성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되는데요. 특히 이 책처럼 여성, 그리고 흑인이라는 주변부적 관점으로 서술한 과학사 자체가 드물어요(물론 또 그 내용을 탄탄하고 흥미로운 구성으로 잘 쓰기도 했고요). 이건 다양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학문적인 수준의 문제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건 정말 낼 만한 가치가 있다', '꼭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전에 과학동아 뉴스레터를 보낼 때 이 책에 대해서는 이렇게 썼었네요. "인간과 물질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관한, 유물론적인 공학 이야기. 한국어판 판권을 계약한 후에 원서가 큰 상을 많이 받아서, 스스로의 안목에 자신감을 갖게 해준 고마운 책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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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후기에서도 주변부에 속한 사람으로서의 감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한번 떠올려보게 되더라고요!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와 편집자님의 생각까지 듣고 보니 책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중입니다... 💕

#3. 책에 담긴 고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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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을 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이것저것 고민되는 지점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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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을 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워낙 저자가 체계적으로 구성을 하고 대중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한 책이라 그런 노력이 한국어판에서도 드러났으면 했어요. 과학책을 편집하다 보면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어서 편집이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읽기 쉽게 잘 쓰인 대중서의 원문을 읽기 쉬운 국문으로 바꾸는 것도 힘이 많이 드는 작업이거든요. 다행히 번역자이신 김명주 선생님께서 많은 시간을 들여 번역을 하고 글을 다듬어주셔서 이번 책은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이 책에 대한 소소한 TMI를 풀어보자면, 원서에서 도판은 이렇게 본문 곳곳에 들어가 있지 않고 이미지만 맨 뒤에 다 모아져 있어요. 그래서 그걸 중간중간에 넣는 게 일이었어요. 원서는 도판을 모아 넣기 좋은 순서로 되어 있어, 원서랑 순서도 조금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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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도판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글이라 원래부터 정리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랬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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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을 넣는 게 종이책의 입체성을 이해할 수 있는 꽤나 흥미로운 작업이에요. 예를 들어 EPUB 형식의 전자책의 경우, 모든 정보는 선형으로 제시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문단 앞/뒤에 사진을 넣을지가 중요해요. 글씨 크기도 독자들이 자기 마음대로 설정하니까, 편집자가 붙여 놓은 글이랑 사진이 같이 안 보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종이책은 좌수와 우수, 이렇게 한 판면이 있어서 좌수에 나온 글과 관련된 이미지가 우수에 나오면 쉽게 이미지를 같이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림이 들어갈 수 있는 위치는 크게 왼쪽 위, 왼쪽 아래, 오른쪽 위, 오른쪽 아래 이렇게 네 군데일 텐데, 왜 하필 그 위치에 넣었는지 생각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4. 가장 좋아하는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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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책에 도판이 꽤 많아요. 총 102장의 도판이 실려있던데,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꼽아주신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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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쪽에 실린 그림 33! 저는 세밀하게 묘사된 옛날 일러스트레이션을 좋아하는데, 이 책에도 그런 그림들이 실려 있어요. 이 이미지는 그림이 그 자체로 아름답기도 하고, 또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소식을 듣는 장면은 지금은 잘 상상이 가지 않는 장면이어서 그런지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넷플릭스 〈퀸스 갬빗〉 시리즈에서 소련 사람들이 모여 라디오를 듣고 있던 장면도 떠오르네요.
편집자가 뽑은 가장 좋은 도판! 미국의 20대 대통령 제임스 A. 가필드의 암살 시도 이후 그의 소식을 듣고자 하는 뉴욕 시민들이 전신회사 앞에 모여 백악관에서 전신으로 전송된 공보를 추린 게시물을 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3. 전달하다〉 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5.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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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4. 포착하다〉의 폴라로이드사의 직원이었던 캐럴라인 헌터와 켄 윌리엄스가 '폴라로이드 혁명 노동자 운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에요. 이 부분은 미스터리 소설처럼 스릴 넘치게 서술되어 있어요. 또 세계의 모순을 바꾸어보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늘 멋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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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약간 북콘서트에 와서 이야기를 듣는 기분(?)입니다!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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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홍실님은 사랑…🫶🏻 홍실님의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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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4. 포착하다〉에 실린 카메라에 숨겨진 기술 편향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 카메라에 인종적 편향이 숨어있었을지는 정말 몰랐었거든요. '정말 무심하게 세상을 살아왔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돌아보게 되는 날이었어요. 그리고 〈1. 교류하다〉에 실린 분할 수면 이야기도요. 원래는 잠을 두 번으로 나눠서 잤었는데,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 때문에 생활 습관도 서서히 변화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끝도 없네요…. 다 너무 재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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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분할 수면에 대해서도 든 생각이 있었어요. 사실 잠을 한 번에 푹, 통잠으로 자는 것도 좋지만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책에 적힌 것처럼 자다가 일어나서 조용히 하고 싶은 것 좀 하다가 또 잘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게 이제는 너무 사치가 되어버린 것 아닌가, 잠을 자는 것 또한 낮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과제처럼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일 일하려면 이제 자야지…' 생각하는 것처럼요.

#6.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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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하면서 저자가 이 책을 정말 잘 쓰고 싶었구나, 그리고 정말 많이 애썼구나 생각하게 되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어요. 부록이 엄청나게 상세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저자는 독자에게 주고 싶은 것이 정말 많은 과학자예요. 한국어판에서도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저도 올해 가장 애정을 갖고 만든 책이에요.


어떤 과학자의 관점이 들어간 책이라고 하면 '과학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하는데...' 하고 걱정하는 독자분들도 계시는데요. 사실 객관과 중립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스스로의 입장과 위치를 잘 모르는 사람일 수 있거든요. 자신의 위치와 사회의 역사를 큰 맥락에서 돌아볼 줄 아는 저자가 폭넓은 독자를 대상으로 쓴 멋진 책입니다. 한번 들춰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마돈나가 전적으로 옳았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무언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는 물질계에 살고 있을 뿐 아니라,

물질과 춤을 추고 있기도 하다."


아이니사 라미레즈가 전하는
오늘의 세계를 빚어낸 발명의 연금술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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