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4일  (No. 554)
면접에서 '떠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이유

여러분이 해외 지사로 파견될 직원을 선발하는 면접관이라고 가정해 보세요. 두 명의 최종 후보가 있습니다. A지원자는 화려한 경력에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췄지만, "솔직히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됩니다. 실수할까 봐 긴장도 되고요. 하지만 그만큼 더 신중하게 배우려고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답합니다. 손도 약간 떨리고, 이마에 땀방울도 맺힙니다. 반면 B지원자는 "어떤 문화든 적응을 잘 합니다. 사람 사귀는 것도 자신 있어요"라고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합니다.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전혀 없어 보이죠.

여러분은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마 대부분은 B지원자를 선택할 텐데요, 저 역시 그랬을 갑니다.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을 낯선 나라로 보내는 건 위험해 보이니까요. 그런데 과연 이 판단이 옳은 걸까요?

흔히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은 낯선 문화에 적응하기 어렵다"라는 인식이 아주 강한데요, 특히 해외 파견이나 다문화 팀 배치를 결정할 때 "문화적 차이에도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됩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어디서든 편안하게 지내는" 성격을 글로벌 인재의 핵심 자질로 꼽고 있죠.

하지만 최근 MIT 슬론 경영대학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이런 상식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연구자는 5개의 독립된 연구를 통해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반응을 측정하고, 낯선 문화의 사회적 규범을 시행착오로 학습하게 했습니다. 분석 결과,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 규범을 일관되게 더 빠르게 학습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놀랍게도 이들은 초기에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지만 3개월 후에는 오히려 스트레스 둔감 그룹보다 더 낮은 스트레스 수치와 더 높은 현지 적응도를 보였습니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국가 간 이동뿐만 아니라, 조직 내 문화 전환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수적 대기업에서 빠른 스타트업으로, 위계적 팀에서 수평적 팀으로, 한국 본사에서 글로벌 지사로 옮길 때 등 문화적 규범이 바뀌는 모든 순간에 같은 원리, 즉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문화 적응력이 크다'가 적용된다는 것이죠.

헌데, 왜 그럴까요? 핵심 메커니즘은 '민감성의 역설'에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다는 것은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감수성이 높다는 의미로 볼 수 있죠. 그런 사람들은 미묘한 문화적 신호들—현지인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 대화 중 침묵의 의미, 암묵적인 서열과 예의 규칙—을 더 예민하게 포착할 줄 압니다.

적절한 수준의 긴장감이 있어야 우리의 뇌는 관찰과 학습에 최적화된 상태가 됩니다. "저 사람이 왜 지금 눈썹을 찡그렸지? 내가 뭘 잘못했나?"라며 환경을 분석하게 되죠. 너무 편안해 하면 "뭐 별거 아니네"하며 방심하느라 중요한 단서를 놓치고 말죠. 

해외 파견, 글로벌 프로젝트 투입, 이동 배치 등 인사 이동이 발생할 때 "문화적 긴장을 안 느끼는 사람"보다 "문화적 긴장을 느끼되 그것을 학습으로 전환하는 사람"을 주목해야 합니다. 면접에서도 "낯선 환경에 두렵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에 "전혀요, 어디든 괜찮습니다"라고 답하는 사람보다, "걱정되지만 그래서 더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배우려 합니다"라고 답하는 지원자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인사 명령이 떨어져서 낯선 나라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할 때 불안감이 여러분을 압도한다면 "내가 자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문화적 단서를 민감하게 읽을 줄 알기 때문이라서"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게 좋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숨겨야 할 약점이 아니라,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전혀 긴장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대담한 게 아니라 어쩌면 뇌가 게으른 것인지도 모릅니다. (끝)


*참고논문
Madan, S., Savani, K., Mehta, P. H., Neel, R., Sng, O., & Cheon, B. K. (2025). Stress reactivity and sociocultural learning: More stress-reactive individuals are quicker at learning sociocultural norms from experiential feedback.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28(6), 1292–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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