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나 오랫동안 돈이 없었어. 이른바 내창이라 불리는, 창문이 복도에 달린 고시원에 살기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과제가 많다고 만남을 피했지. 돈이란 많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지만 없으면 확실히 생활에 제약이 생기잖아. 현재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돈으로 쥘 수 있는 여유를 앞으로도 쭉 만끽하려면 돈을 벌 창구는 작게라도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너무 현실적이라 냉혹하다 여길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직장을 다니기 어렵다면 모아둔 돈으로 한달에 십만원 정도는 꼬박꼬박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

뮤지컬은 꼭 봤으면 좋겠어. 문화 생활을 하면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지니까. 돈에 쪼들려 가까이 볼 수 밖에 없었던 얕은 시선이 어쩌면 뮤지컬이나 연극을 통해 숲을 보는 것처럼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잖아.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밥값이, 커피값이 아까울 수 있겠지만 친구라는 존재는 내가 아닌 타인으로 다른 세계를 맞닥뜨릴 수 있는 기회니까 대화에서 네가 하고 싶은, 가고 싶은 미래의 힌트를 얻을 지 몰라. 아니어도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기쁠 거야.

여기 주인공 한 명을 소개할게. 〈프란시스 하〉의 프란시스야. 프란시스는 지금 너의 상황처럼 돈이 부족해. 무용을 하기는 하지만 견습생이라 고정적인 수입도 없고, 뉴욕의 월세는 상상초월이라 버는 돈을 족족 월세에 담아야 하지. 프란시스는 그렇게 가난한 자신이 빛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 같지만, 나는 너무 반짝반짝 빛나서 눈을 뗄 수가 없더라. 가난해도 바라는 미래가 꼿꼿하게 있다는 사실 하나가 너무 매력적인 거야.

모든 질문에는 답이 숨어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나는 돈이 적어도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구하는 네 태도에서 네가 바라는 이상향이 있다고 생각했어. 여기서 말하는 '나를 위한 선택'은 아마도 행복이겠지. 순간의 행복을 쥐면서 미래의 네게 갈 행복이라는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를 해두기를 바라. 직장을 다니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를 해도 괜찮겠지.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진 지 오래잖아. 월급만큼은 아니겠지만 기업이라는 안전한 장소에서 벗어나 조금씩 돈을 버는 것도 자존감이 오르더라. 돈이 없어 슬프다면 돈이야 벌면 되니까. 어이 없게 단순하지?

그런데, 가끔은 어이 없게 단순한 것도 삶을 살며 필요한 태도더라. 복잡하게 살면 걱정이 많아지니까. 걱정이 많아지면 해결책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흰 머리만 나오잖아. 비록 통장 잔고는 바닥에 수렴하더라도 마음과 목표만큼은 넉넉했으면 좋겠어. 없는 돈을 탈탈 털어 기껏 뮤지컬 재미 있게 보고 와서 돈 괜히 썼다고 한탄하지말고, 나를 위한 투자를 했구나 생각하며 자책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건 어때? 우리가 미래를 놓지 않는 한 분명 언젠가는 풍요로워질 거야. 우선 돈을 어디서 어떻게 써야 할 지, 벌어야 할 지 가치관과 계획을 또렷하게 만들자. 자기 계발에 호쾌하게 돈을 쓰는 것도 잊지 않고.

🙂🙃🙂

감정의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