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드디어 2023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펜타포트는 지난달 FAPER <공연 덕후 연구소>의 '2023 하반기 출석 예정 페스티벌'에서 1위를 기록했던 만큼, 다녀온 구독자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다들 폭염 속에서 잘 살아남아 즐기고 오셨나요?

저도 3일 올출하며 공연을 부지런히 챙겨 봤습니다. 일단 스트록스 티셔츠까지 만들어서 입고 갔던 저는 운 좋게도 스트록스를 1열에서 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어요. 영양가 없는 멘트를 웅얼거리고 공연을 예정보다 10분 일찍 끝내는 등 무대 매너는 아쉬웠지만😂 '스트록스'라는 밴드 이름답게 카랑카랑한 기타 스트록을 듣는 재미, 개러지록 대선배 격의 밴드를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듣는 행복은 컸습니다. 엘르가든은 몸이 부서져라 열창하고 연주하는 열정과 성의가 감동적이었고, 김창완밴드는 세월이 지나도 때묻지 않는 명곡들과 아리랑으로 대통합의 장을 만들며 아름다운 대미를 장식했죠.😭 물론 헤드라이너 외에도 멋진 무대가 굉장히 많았어요. 한여름밤의 낭만을 제대로 선사한 검정치마. 1년 만의 재출연임에도 파죽지세의 에너지와 규모로 성장해서 돌아온 새소년과 실리카겔. 본인들만의 음악 세계를 제대로 보여줬던 키린지와 히츠지분가쿠, 진저루트까지!

운영도 생각보다 괜찮았는데요. '밥켓팅'으로 사전 잡음을 빚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작년에 비해 F&B 부스 줄이 대폭 줄어 편리하기도 했어요. 게이트에 언제 도착하든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고, '쿨버스'처럼 더위를 피해 쉴 곳을 늘렸던 점도 돋보였습니다. 다만 작년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던 만큼 혼잡한 돗자리존이나 스탠딩존의 동선, 안전 관리는 더 필요해보였네요.

처음 입장하고서는 자비 없는 더위에 '와, 이거 앞으로 못 오겠는데?'라고 생각하다가도, 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내년에도 와야지'라고 되뇌게 되는 것이 여름 락 페스티벌인 것 같아요. 팬데믹 이후 3년 만의 첫 페스티벌이었던 작년보다 감격은 덜했지만, 역시 락덕에게 펜타포트는 놓칠 수 없는 연례 행사임을 실감했습니다. 아, 그런데 히든 헤드라이너인 김말국은 올해 결국 영접하지 못했네요. 여러분은 김말국 잘 드시고 오셨나요? 공연 중에서는 어떤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았나요? 

Summer Sonic

 “섬소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일본의 걸그룹 특집” 

다들 펜타포트는 잘 즐기고 오셨나요? 저도 금/토 이렇게 이틀 동안 다시금 페스티벌 분위기에 흠뻑 빠져서 지내다 왔습니다. 전체적으로 예년보다 운영도 한결 나아진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엘르가든과 인터뷰도 하는 등 여러모로 뜻깊었던 일정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공연이라고 한다면, 저는 호소미 타케시의 “옛날 생각나는 CM 송, 기억나요?”라는 말과 함께 터져 나온 ‘Marry me’를 최고의 순간으로 꼽고 싶습니다. 2018년 재시동 이후 현지에서는 거의 부른 적이 없는 노래이기에, 그들이 얼마나 한국 팬들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네요. 

이제 펜타포트도 끝났으니, 섬머소닉으로 자신의 레이더를 집중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섬머소닉은 ‘음악 페스티벌’을 표방하고 있기에 여러 장르의 뮤지션들이 출연하는데요. 도쿄에서는 이미 걸그룹 뉴진스의 출연이 예정되어 있죠. 그러면 ‘일본의 걸그룹도 소개해 보면 어떨까?’ 싶어 이렇게 한자리에 모아봤는데요. 다들 색깔이 뚜렷하고 음악적 지향점도 다르기에 비교해서 보시면 더욱 흥미롭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너무 유명한 퍼퓸(Perfume)을 제외한 네 팀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어떤 포인트로 자신들을 어필하고 있는지, 미리 살펴보시는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 곡만은 꼭! 

• Road of Resistance, メギツネ(메기츠네), いじめ、ダメ、ゼッタイ(이지메, 다메, 젯타이)

 👍 추천 라이브 영상 

• Road of Resistance / Live in Japan

아이돌이 흔히 구사하는 상술은 최소화하고, 밑바닥부터 오로지 ‘공연’을 통해 최정상의 자리까지 올라온 팀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포맷은 전형적인 일본 걸그룹이지만, 다년간 갈고닦은 라이브에서의 엔터테인먼트성은 가히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한데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투어뿐만 아니라, 매년 봄 라이브나 여름 이벤트, 크리스마스 공연도 착실히 수행하며 건강하고 활기찬 매력을 선보인지도 벌서 15년이 되었습니다.

이들에게 메인급 무대가 주어진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죠. 돔 투어나 일본의 대형 로컬 록페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특히나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려 줄 수 있는 넘버가 많아 초반의 분위기를 달구어주기엔 제격이라고 기획 측에선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관객과 호흡하며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연에 특화되어 있는 만큼,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재미가 배가된다는 점 기억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 곡만은 꼭! 

• 走れ!(하시레!), 行くぜっ！怪盗少女(이쿠젯! 카이토쇼죠), いちごいちえ(이치고이치에)

 👍 추천 라이브 영상 

• 行くぜっ！怪盗少女 -ZZ ver.- / <MomocloMania 2019 ROAD TO 2020>

올 초 한국에서도 숏폼 등을 통해 ‘オトナブルー(오토나부루)’가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었죠. 교복을 입은 채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일견 생경하다가도 어느덧 그 실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들이 바로 지금 소개할 팀입니다. 2017년 데뷔 후 조금씩 인기를 얻어가던 와중, 아시아계 뮤지션들을 영입해 영미권으로의 물꼬를 터주는 음반사 '88 rising'과 계약해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도 동시에 쌓아가기 시작하죠. 그러다 앞서 말씀드린 ‘オトナブルー(오토나부루)’가 2023년에 접어듦과 동시에 제대로 터지며 단숨에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オトナブルー(오토나부루)’는 어찌 보면 블랙뮤직과 신스팝의 결합과도 같은 스타일이지만, 그 외에도 다채로운 스타일의 곡들을 보유하고 있기에 각 장르에 맞춰 어떤 퍼포먼스가 펼쳐질지 집중해 보신다면 더욱 흥미롭지 않을까 싶습니다. 워낙 군무가 장기인 팀이지만 케이팝의 그것과는 또 다른, ‘따로 또 같이’ 자신들의 개성을 발휘하는 춤사위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실 겁니다. 커리어의 전환점에서 맞이하는 페스티벌 무대, 아마 남다른 그들의 ‘각오’를 엿볼 수 있는 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 이 곡만은 꼭! 

• オトナブルー(오토나부루), 最終人類(사이슈진루이), NAINAINAI

 👍 추천 라이브 영상 

• OTONA BLUE / LIVE at ZEPP Diver City Tokyo

베비메탈이 정통 메탈 사운드를 기반으로 여기에 변형을 가한다면, 이쪽은 애초에 전자음악과 결합한 일렉트로니코어를 주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에 많은 부분 오토튠을 활용하고 있으며 샤우트와 스크리밍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보컬 측면에서 조금 더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려는 측면을 가지고 있죠. 그렇게 완성된 박진감 있고 현란한 결과물들이 끊임없이 청각에 고자극을 선사합니다. 더불어 음악의 흥을 배가시키는 활기찬 퍼포먼스까지. 어느덧 데뷔 10년을 넘긴 이들의 경력은 연륜으로 정착해 멋진 라이브로 환원시키고 있는 중이죠.

2018년 당시 내한 공연을 관람할 당시 인상적이었던 것은, 타이트하고도 높은 텐션의 러닝타임을 시종일관 유지해 가는 멤버들의 에너지였습니다. 정말 없는 힘도 끌어 낼 수 있는 일종의 마법 같았다고 할까요. 라우드 뮤직을 좋아하신다면 강력히 추천드리며, 잘 모르고 가시더라도 분명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멤버 미나미 나오의 팬이라, 오사카에 출연하지 않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 이 곡만은 꼭! 

• Ray, It’s you, FLAVOR OF BLUE

 👍 추천 라이브 영상 

• FLAVOR OF BLUE / <PassCode NIPPON BUDOKAN 2022>

2023 롤라팔루자 시카고

지난주 한국에서 펜타포트가 열리는 동안, 미국에서도 불볕더위 속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바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뮤직 페스티벌 중 하나인 '롤라팔루자 시카고'가 8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진행됐어요.

먼저 첫째날 헤드라이너 빌리 아일리시는 비영리 환경 단체 'REVERB'와 협력해 무대에 무공해 배터리 시스템을 사용한 것으로 화제가 됐어요. 무대 연출을 부분적으로 태양열 배터리로 구동되게끔 했다고. 또한 지난달 발매된 신곡이자 영화 <바비>의 사운드트랙인 'What Was I Made For?'를 라이브로 처음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빌리와 같은 시간대 공연했던 캐롤지는 롤라팔루자에서 최초로 헤드라이너를 맡은 라틴계 여성 아티스트인데요. 올해 코첼라 헤드라이너였던 배드 버니가 그랬듯, 장장 100분 동안 미국 내 라틴 음악의 위상을 입증하는 대규모 무대를 보여주며 라틴 음악에 헌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목할 만한 국내 아티스트는 역시 뉴진스였어요.🐰 뉴진스는 비교적 신인 그룹임에도 이른 점심 시간대가 아닌 오후 5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현장에는 뉴진스를 보기 위해 관객 약 7만 명이 운집했어요. 관객석에는 뉴진스의 팬덤 '버니즈'를 상징하는 토끼 모자를 쓰고 온 관객도 여럿 보였습니다. 데뷔 1년 차임에도 대형 스테이지에 여유롭게 등장한 뉴진스는 45분 동안 디스코그래피 전곡인 12곡을 선보였어요. 밴드 세션과 함께하며 '쿠키'를 락 버전으로 바삭하게 편곡했고, 'Hurt'는 뉴진스의 프로듀서로 화제가 된 '250'의 리믹스 버전으로 선보이며 음원과 다른 매력을 자랑했습니다.

작년에 첫 출연한 뒤 올해 헤드라이너로 승격한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도 뉴진스와 마찬가지로 밴드셋을 동원해 얼터너티브 록 성향의 편곡을 들려줬어요. 헤드라이너답게 90분 동안 21곡을 부르며 단독 콘서트에 준하는 셋리스트를 선보였습니다. 공연 중에는 SNS 숏폼에서 'Players'로 인기를 구가 중인 미국 신예 래퍼 코이 르레이(Coi Leray)와 깜짝 합동 무대를 가지기도 했네요.

올해로 32주년을 맞이한 롤라팔루자는 1991년 미국 록 밴드 제인스 어딕션(Jane's Addiction)의 보컬 페리 퍼렐의 주도로 처음 시작됐습니다. 초기엔 얼터너티브 록 밴드 중심으로 라인업이 구성됐으나, 점차 종합 대중음악 페스티벌로 자리 잡게 됐어요. 그리고 현재 시카고를 거점으로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올해 롤라팔루자 시카고에는 총 170팀 이상의 아티스트가 출연했으며, 헤드라이너로는 팝·락·힙합·일렉트로니카·라틴·케이팝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이름을 올렸어요. 페스티벌 종료 후 라이브 영상은 따로 업로드되지 않으며, 현재 유튜브로 국내 아티스트인 뉴진스와 TXT의 무대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부지런한 락덕 베짱이 r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