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의 천하가 무너지고, 틱톡이 만들어낸 새로운 음원 지형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작년 연말 인스타그램 스토리즈에는 유튜브의 리캡 캡쳐가 가득했습니다. 기사로만 보던 유튜브 뮤직의 상승한 점유율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던 기회였습니다. 오늘은 한국인에게 사랑 받는 멜론의 흥망성쇠와 유튜브 뮤직 그리고 틱톡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 오늘의 에디터 : 구현모
2023년 T1의 롤드컵 우승과 제 부와 건강을 기원합니다. 
오늘의 이야기
1. 멜.어.강 (멜론은 어떻게 강한 서비스가 되었는가)
2. 시장 파이를 쪼개고, 멜론도 쪼개고
3. 컬쳐 체인저, 틱톡
4.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 멜.어.강 (멜론은 어떻게 강한 서비스가 되었는가)

(출처: Unsplash)

한국 최고, 최대의 음원 서비스였던 멜론은 지난 2004년 만들어졌습니다. MP3가 대중화되면서, 음원스트리밍 시장이 조금씩 개척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통신3사는 핸드폰 요금과 함께 번들링하는 부가 서비스 찾기에 혈안이었고, 음악은 꽤 훌륭한 후보였습니다. 음원 시장 자체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었고, 막 등장한 만큼 진입이 쉬웠으며, 규모가 큰 만큼 독점하면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SKT는 멜론을, KT는 도시락을, 유플러스는 뮤직온을 냈습니다. 통신사들은 핸드폰 할인 정책에 음원 서비스를 끼워넣었고, 최소한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며 서비스를 안착시켰죠. 핸드폰을 사고, 번호 이동을 할 때마다 음원 서비스를 바꾸는 지금의 문화는 여기에 기원합니다. IPTV와 인터넷처럼 사실상 큰 경쟁없이 시장의 파이를 3사가 나눠갖는 구조였습니다. 멜론의 점유율 역시 SKT의 점유율에 비례했고, 1등 마케팅으로 진짜 1등 사업자가 됐습니다.


현재는 SKT가 멜론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플로를 새롭게 만들면서 구도가 바뀌긴 했으나, 음원 서비스가 통신사 요금제에 부가 상품으로 들어가는 형태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 시장 파이를 쪼개고, 멜론도 쪼개고

(출처: Unsplash)

그런데 이 구도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지니뮤직의 엠넷닷컴 인수,  SKT의 멜론 매각 이외 큰 이슈가 없던 음원 시장에 유튜브가 지각 변동을 일으켰습니다. 무기는 유튜브 뮤직과 프리미엄이었습니다. 유튜브는 프리미엄 사용자에게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백그라운드 재생을 지원하기에 뮤직을 쓰지 않고 자체적으로도 음원 서비스가 될 수 있었죠. 


소비에 민감한 사용자라면, 굳이 음원 서비스와 유튜브 프리미엄을 동시에 구독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만, 초기 유튜브 뮤직의 사용성이 좋지 않았기에, 기세가 드높지는 않았습니다. 초기엔 가수별 앨범 정리가 되지 않았고, 가사도 볼 수 없었기에 기존 음원 서비스 대비 명백히 열등한 서비스였습니다. 그런데 점차 서비스가 업데이트되면서 사용성이 쓸만해졌고, 기존 한국 음원 서비스 사용자의 기호가 글로벌화되면서 구도가 바뀌었습니다. 그 결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서 유튜브 (뮤직 포함)의 MAU가 멜론을 제꼈습니다


네, 맞습니다. 소위 ‘MZ’ 사용자들의 기호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해외 음악을 소비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졌고,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습니다. 동시에 글로벌에서 잘나가는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 높아졌습니다. 쉽게 말해, 어릴 때 소리바다와 벅스를 쓰던 이전 세대와 달리 이들에겐 유튜브가 너무나 당연하고 동시에 유튜브 뮤직이 최우선 선택지가 된 거죠. 


유튜브 뮤직에는 넘볼 수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음원 서비스에는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가수들 입장에서 특정 서비스에만 음원을 공급할 이유는 없고, 음원서비스들도 굳이 음원으로 경쟁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는 다릅니다. 유튜브에는 수많은 직캠이 있고, 라이브 무대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블랙핑크 코첼라 무대는 멜론에 없고, 유튜브에만 있습니다. 소위 ‘레전드 무대’를 음원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유튜브 (뮤직) 밖에 없죠.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만드는 수준 높은 큐레이션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떼껄룩’과 ‘재즈기자’ 등 유명 플레이리스트 채널 콘텐츠는 유튜브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오리지널 콘텐츠 수급 비용이 0에 수렴한다는 점에서 유튜브의 생산 시스템은 세계 제일입니다.


유튜브의 파급력이 높아지면서 멜론의 권위가 낮아진 것도 사용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과거와 달리 ‘멜론 탑 100’이 큰 의미가 없어지고, 유튜브와 스포티파이의 알고리즘 기반 자동 재생이 오히려 힙하고 멋진 것으로 추앙받으며 사용자들의 이주가 더 거세졌죠.

🤓 컬쳐 체인저, 틱톡

(출처: Unsplash)

유튜브가 지각을 흔드는 와중에, 사용자들의 문화도 바뀌고 있습니다. 바로 틱톡입니다. 


과거 음원은 상당히 일방향적인 서비스였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원을 고르면, 듣는 게 끝이었죠. 다른 사람의 반응을 보기도 어려웠고, 유의미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틱톡과 유튜브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두 서비스는 한국 음원을 세계와 연결했고, 동시에 음원을 갖고 노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틱톡이 주도한 이 문화에서 기존 리스너들은 음원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이자 이를 통해 자신만의 팬덤을 만들어 돈을 버는 개인사업자가 됐습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멜론차트가 아닌 틱톡과 쇼츠 그리고 릴스에서 유행하는 음악과 영상입니다. 조금씩 멜론이 후순위가 되면서, 과거에는 ‘머스트 해브’였다면 이젠 ‘기꺼이 해지해도 상관없는’ 서비스가 된 거죠.

😎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유튜브는 한국인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서비스가 됐고, 유튜브 뮤직의 침투율은 점점 높아질 겁니다. 뮤직이 아닌 유튜브로 음원을 듣는 사용자까지 고려하면 현시점 국내 음원 서비스들의 영향력은 더 적을 거라 봐야 하고, 앞으로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역전할 수 있을까요? 우선 유튜브와 틱톡이 만들어내는 흐름은 거스를 수가 없습니다. 국내 음원 서비스가 지배하던 음원 시장은 과거의 영광이고, 더이상 핫한 서비스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유튜브와 틱톡처럼 될 수도 없죠. 


전황이 불리하면, 가진 강점을 극대화하고 숨겨진 자원을 개발해서 경쟁력으로 써야 합니다. 우선 쓸 수 있는 수가 무엇일까요? 국내 음원 서비스들의 유튜브 대비 강점은 결국 번들링입니다. 스마트폰 번들링을 넘어서 OTT와 번들링이 가능하고 (현재 웨이브 & 플로, 웨이브 & 벅스 번들링이 있습니다), 웹툰 서비스와 번들링도 가능합니다. 국내 음원 서비스의 운영사와 연계된 서비스는 카카오페이지, 웨이브, 티빙, 올레tv, 밀리의 서재(KT) 등이 있습니다. 기존 사용자를 락인한다는 점에서 강력합니다. 


정말 파격적으로 음원 유통사들이 과거에 실패했던 광고 기반 무료 시청 모델을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제 살 깎아 먹기 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사용자를 모을 가능성도 있고 수익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음원 서비스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한 수는 무엇일까요? 망할 가능성이 1도 없던 시장에서, 망할 수 있는 경쟁구도로 바뀐 지금 국내 음원 서비스들은 어떤 수를 낼 수 있을까요? 새로운 혁신이 발생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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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제가 1시간 무한 반복으로 듣고 있는 노래입니다. 멜론에 없고, 유튜브에만 있는 진짜 음원. 뉴진스의 더 큰 성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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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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