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프레시안입니다.


안녕하세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입니다.
지난 3월 4일, 2019년 이후 4년만에 대면 정기총회가 열렸습니다. 3기 대의원을 처음으로 맡아주신 조합원들에게는 첫 대면 총회이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대면 총회를 잘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도 했지만, 70%에 가까운 대의원이 참석해 주시면서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4년 만의 대면 총회에 더해, 프레시안 협동조합이 10돌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총회는 유난히 많은 의결 안건이 상정되었습니다. 이날 결정된 총회 의결사항을 반영한 의사록을 기반으로 협동조합 설립필증이 막 변경됐습니다. 조합원 여러분께 내용을 간략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1. 전홍기혜 이사장 선출
주식회사 프레시안 시절부터 20년 넘게 대표 역할을 수행해오신 박인규 이사장께서 사임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정관에 따라 이사회는 프레시안 창간해에 입사한 기자이자 현재 직원 이사인 전홍기혜 조합원을 신임 이사장으로 추천했고, 총회에서 재적 대의원 과반 이상의 동의로 신임 이사장에 선출됐습니다. 법인 등기 절차가 모두 끝나면 전홍기혜 이사장이 조합원 여러분께 직접 인사드릴 예정입니다.
박인규 전 이사장은 3월 이사회에서 상임 고문에 임명되어, 프레시안의 나아갈 길에 대해 계속 조언해주실 예정입니다.

2. 정관 변경
10년 동안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협동조합기본법에 많은 개정이 이루어졌고, 운영상 필요한 정관 개정 사유도 늘어났습니다. 비대면 총회로는 개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묵은 때를 벗겨내는 마음으로 4년 동안 준비한 정관 및 규약 개정안을 이번 총회에서 의결했습니다.

3. 사업보고, 사업계획 승인
올해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경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언론산업계도 부정적인 전망이 많습니다. 이와 별개로 프레시안협동조합 역시 내부 살림꾼들의 인적변동이 많고, 이사장이 새로 선출되면서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맞았습니다.
이에 실현가능성을 자신할 수 없는 사업계획보다는, 인적 변동에 따른 부침을 빠르게 정리하고, 경기침체에 따른 보수적인 예산안을 편성해서 내실을 다지는 한해로 만들어가보고자 합니다.

이사장 변경에 따른 후속조치가 모두 마무리되면, 기자와 독자가 만나 함께 언론의 미래를 고민해보려고 했던 언론 협동조합의 목적을 되새기기 위해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언제나 프레시안을 아끼고 성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장  

"'대통령 사과' 요구는 무얼 얻고자는 게 아니다"

- [현장] 4개 종단, '尹-유족 면담 촉구' 기도회 … 집무실 앞에서 경찰과 대치 -


"당신도 부모잖아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그에 연대하는 주요 4개 종단 인사들이 14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습니다. 이들은 앞서 지난 2월 유족들이 요구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및 면담'에 대한 대통령실의 답변을 촉구하며 대통령실 방향으로의 행진을 시도했습니다. 경찰이 이를 막아서면서 현장 일대에선 몸싸움 등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유족들은 "당신도 부모이지 않나",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건가"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 모인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개 종단 소속 종교인들은 '대통령의 면담과 공식사과를 촉구하는 10.29 이태원 참사 4대종단 기도회'를 열고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깊은 참회의 마음으로 유가족들과 만나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습니다. 

인터뷰  

"일하러 온 게 아닌, 마치 놀러 온 사람처럼 대하더라"

- 화물차 운전기사 김지나 씨 -


1908년 미국 뉴욕 한 피복회사의 열악한 작업장에서 146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불에 타 죽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분노한 여성노동자 1만5000명이 1908년 3월8일 뉴욕 한복판에 모여 여성 노동자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외쳤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 바로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입니다.


현재를 사는 한국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어떨까요.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의 통계를 살펴보면, 2021년 여성 고용률은 51.2%, 남성 고용률은 70%입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61%)보다 한참 낮은 수준입니다. 또한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OECD 가입을 했던 1996년부터 26년째 1위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성별임금격차는 31.1%로 남성이 100만 원을 받을 때 여성은 68만 9000원을 받는 셈입니다.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노동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편견과 차별까지 견뎌야만 했던 여성 노동자들을 <프레시안>이 만났습니다. 특히 여성 노동자가 적은 '남초 직군'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은 여성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의 일터는 각기 달랐지만, 이들이 느낀 차별과 편견은 비슷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철도 정비원, 화물차 기사, 타워크레인 기사, 조경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획연재
'고독한 세일즈맨' 尹 상상 속
'그랜드 바겐 세일', 현실은?

"이념 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전임 정부가 망친 것처럼 얘기했지만, 일제 식민지배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라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정세 인식이 우려스러운 것처럼, 실상은 매우 복잡하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2021년 6월 29일 정치 개시 선언문에서 "이 정부 들어와서 망가진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한일 간 안보협력이나 경제·무역 문제 이런 현안들을 전부 다 같이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을 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한국 정부의 '바겐세일' 간판에 일본 고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갑을 꽁꽁 여미는 모습이다.


"나는 '완벽한 백인 딸'로
살아야 했습니다"

나는 최근에 고향인 부산 해운대에서 한국인이면서 프랑스인인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식 전통 혼례를 치른 후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서 남편의 친척들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프랑스 가정에 입양되었고 나는 미국 가정에 입양되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처음 만났으며 각각의 출생가족들과 재회했습니다. 꿈같은 현실이었지만 이 동화 같은 스토리 이전에 내 인생은 눈물과 슬픔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나의 친생부모님은 6.25 전쟁 통에 자라셨고 나는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에 태어났습니다. 수천명의 입양아동들이 해외로 보내졌고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리라 여겼습니다. 이 광란의 입양 시기에, 나는 공식 입양 서류에 고아로 기록됐습니다. 한국 정부 관리들은 더 나은 삶을 보장한다는 명목 하에 이 문서들이 법적으로 진실하고 정확하다고 서명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이상하고 특이한 삶입니다. 나 또한 30년 동안 이 삶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나를 고아로 둔갑시키기 전에도, 나는 한 인간으로 존재했습니다. 입양인들은 마땅히 입양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부르는 승리의 삶을 살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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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12살 어린이의 외침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계속 몰랐으면 좋겠어요"


"전쟁이 어떤 건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수록 좋다."


12살 어린이가 겪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상을 알리는 책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예바 스칼레츠카 지음·손원평 옮김·생각의힘·272쪽)에서 저자는 역설적으로 전쟁을 '모르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절대 이전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을 겪은 이들이 "다시 삶을 즐기고 하루하루를 즐긴다 하더라도" 그것은 전쟁을 알기 전과 다르다. 그것은 '평온한 일상'이 아니라 단지 "전쟁 없는 날들"에 불과하다. 설사 전쟁이 '끝나더라도' 전쟁이 삶에 새긴 상흔을 없었던 일처럼 도려낼 수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저자 예바 스칼레츠카는 지난해 전쟁 발발 당시 러시아에 인접한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던 평범한 12살 어린이였다.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24일부터 두 달여 간 예바가 직접 쓴 일기를 펴낸 책이다. 특히 초기 한 달 간의 상황은 거의 매일 기록돼 있다.

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이상한 변호사' 아닌
'투명한 변호사 ○○○'?"

한 피고인의 지인이 변호인에게 묻는다. '아무개가 변호사를 선임했어요?'


"네 제가 국선변호인입니다."

"국선이세요? 아, 변호사가 없어요? 돈이 없어서 변호사도 없이 재판받고……" (책 262쪽)


국선변호인은 이처럼 종종 '투명인간' 혹은 '유령'이 된다고 한다. 우연일까. 이들이 변호하는 이들 가운데에는 사회에서 투명인간 혹은 유령 취급을 받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 묘하게 겹쳐진다.

익명의 한 국선전담변호사가 '몬스테라'라는 필명으로 쓴 <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샘터 펴냄)은 자칫 흔한 법조 드라마 에피소드가 될 뻔한 투명인간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온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 책이다.

지난해 화제가 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법정을 소재로 한 문학·영상 작품은 많고도 많다. 이들은 대개 변호사와 검사의 화려한 법정 대결, 치밀하고 악랄한 범죄수법을 지능적으로 파헤치는 정의로운 주인공을 다룬다. 또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유명한 인물이나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들의 기록, 거대한 자본이나 권력에 맞선 약자들의 법정투쟁기도 책으로 나와 있다.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계급은 돈 이상의 것"

'계급'은 불편한 이슈다. 그러나 문화비평가이자 흑인 여성 페미니스트인 벨 훅스(Bell Hooks)는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라는 반어적 표현으로, 계급과 계급 사회에 침묵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는 문학동네가 해제를 추가하고 번역을 새롭게 해 출간한 책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Where we stand : Class matters)>의 2008년 초판 번역본 제목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모두 자기 자리에 그대로 갇혀서 우리의 계급이나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 불가능해지기 전에, 바로 지금, 계급에 대해 말하고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위의 책, 9쪽)


당신의 자리는, 우리의 계급은 어디인가. 벨 훅스는 노동계급이자 흑인 여성이라는 자신의 계급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952년생인 그는 "석유탐사 인부들이 묵는 임시 주택"에서,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많"은 환경에서 자랐다. 특히 "인종차별 폐지를 법제화했음에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흑인은 아무리 돈을 벌어도 흑인 구역을 벗어날 수 없"어 "계급이 아니라 인종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았다.



카메라 소메티카:
포스트-시네마 시대의 회화와 영화

"영화관에서 미술관을 읽는
포스트 시네마의 독법"

<카메라 소메티카: 포스트-시네마 시대의 회화와 영화>라는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영광의 무대를 장식하고 떠난, 회화를 향해 쓴 또 한 권의 커튼콜인가. 초반의 흐름은 영화와 회화의 상호텍스트성에 초점을 맞춘 미디어 관점으로 매몰되는 느낌도 들었다. 실제로 새로운 매체에서 옛 매체의 흔적을 쫓을 수 있는 '재매개' 개념은 이 책을 관통한다. 그러나 역사의 무대에서 똑같은 반복은 있을 수 없다. 이 책은 기존 영화 비평이 다뤘던 영화와 회화 간의 삼투압적인 관계에 대한 재고찰일 뿐 아니라, 근대적 미술 공간의 전시체계에 의한 현대인들의 정서를 영화의 프레임으로 끌어와 재해석한다는 차원에서 각별하다.

그래서 저자가 그림을 거는 장소는 부르주아의 거실도 아니고 유서 깊은 도시들이 내세울 만한 미술관도 아닌, 극장의 스크린이다. 즉 미술관을 영화 속에 넣는 작업이다. 우리의 육안이 아니라 카메라의 렌즈를 거쳐 회화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스크린을 누비는 카메라는 그림 하나를 손쉽게 통째로 쓸어 담을 뿐 아니라 해부하듯이 잘게 찢어 관객 앞에 펼쳐놓는다. 게다가 그림을 대하는 관객의 반응까지 신랄하게 포착한다. 벤야민은 카메라의 광학적 무의식(the optical unconsciousness)을 외과 의사의 숙련된 손으로 비유하며 사진을 객관성을 담지하는 단순한 기능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 책의 핵심이랄 수 있는 감상자의 인지적 효과는 피구라가 움직일 때 더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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