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마지막처럼 눈부시게 보내요

함께 <아픈 몸과 사는 글쓰기> 라이츠를 만든 쟤가 떠난 지 일주일이 되었어요. 난생처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후회되는 건, ‘그때 더 연락할걸', ‘용기내 찾아가볼걸', ‘그에게 받은 마음을 확실하게 전해줄걸' 뿐이었어요. 뭐가 바쁘다고 더 만나지 못하고 대화하지 않았을까 슬펐어요. 그래서 요즘 만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새삼 크게 다가와요. 커다란 존재들을 만나면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일 수 있음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애정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잘 전해보려고 해요. 나를 포함해 우리 주변 모든게 평생 그대로 있지 않을거예요. 만남과 약속이 많은 12월, 함께한 시간을 마지막처럼 눈부시게 보내세요. (+ 모보이스는 다음 주에 쉬어가요. 올해를 마무리하며 애정하는 사람, 보고픈 사람, 응원하는 사람들 잔뜩 만나고 좋은 에너지 채워서 돌아올게요!)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잘 살고 싶은☘️무수 드림


#인권상 #인간답게


🎤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저항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념하고 싶습니다"

지난 9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2022 인권의 날 기념식'을 열었어요. 이 자리에서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세계인권선언 제23조 노동권 낭독을 취소했어요. 그의 이야기 들어봐요.


  유최안 “참가자 여러분, 올해 7월 조선소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파업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입니다. 오늘 인권선언문 23조를 읽기로 했으나 인권 선언 행사가 제 취지와 맞지 않아 할 말만 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인권은 20층 높이의 빌딩 위에 자리하지 않습니다…인권은 ‘사람답게 살아보자'라고 외쳤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 노동자들, 그리고 오늘도 지하에서 햇빛 한 번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병들고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보호 받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인권을 지키려 곡기를 끊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합니다…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은 인권을 유린 많이 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 자리에서 시상하고 있는 이 어이없는 상황이 현재 한국 사회에 인권이 어디에도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오늘도 인간으로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그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오늘을 기념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번 ‘2022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님의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이 취소되어 비판받고 있어요.



🎖️ “앞으로도 용기를 갖고 지칠 때까지 계속 싸워나가겠다"

양금덕님은 일제강점기 시절 13살 나이에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끌려가 강제동원된 피해자이자 생존자입니다. 그는 강제징용의 사죄와 피해보상, 일제 피해자 권리회복 운동을 위해 행동했어요. 이에 1992년 일본 정부 상대로 첫 소송을 시작했고 2012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법정 투쟁을 진행해 2018년 대법원으로 최종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죠. 이처럼 적극적인 인권활동을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로 예정되었지만, 외교부의 개입으로 취소되었다고 해요. 이를 비판하며 광주지역 교육사회단체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은 지난해 받은 대한민국 인권상을 반납하겠다고 항의했어요. 강기정 광주시장 역시 외교부의 인권상 보류 의견이 안타깝고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큰 상처가 되지 않도록 인권상 수여를 염원한다고 밝혔어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회원들은 직접 상장을 만들어 ‘우리들의 인권상'을 수여했어요. 상을 받은 양금덕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 양금덕님 “여러분 덕분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됐다. 다른 데서 주는 것보다 더 좋다. 정부보다 우리 광주시민들이 훨씬 더 정의롭고 듬직한 것 같다. 일제 피해자 권리 회복을 위해 앞으로도 용기를 갖고 지칠 때까지 계속 싸워나가겠다.”



#무정차통과 #삭발투쟁 #장애인권리 


🚉 “이미 대한민국에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이 타는 열차에 타지 못했다”

지난 14일, 당고개 방면 열차가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했어요. 이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그다음날 발생했어요. ‘무정차 통과' 조치는 시민들을 갈라치고 장애인 권리를 외면한다며 비판하고 있어요.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오세훈 서울시장의 결정이 사실이라면, 먼저 서울시가 지금까지 법과 원칙에 따른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장애인을 차별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이 타는 열차에 타지 못했다. 어차피 지금까지 무정차로 지나치지 않았는가. 법과 원칙은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있어 차별없이 평등하게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 “서울시의 대응은 무정차 통과로 장애인과 시민을 갈라치고, 차별과 비난을 정당화하는 혐오 그 자체.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장애가 있든 없든 이동하고 교육받으며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뒷받침했다면 없었을 시위이다. 다시 말해 시위를 마칠 해법은 바로 정부 여당에 있다…’법과 원칙'은 대통령 마음 따라 바뀌는 게 아니다. 정부 여당이 수호해야 할 ‘법익'은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헌법과 국회가 비준한 UN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에 빼곡하게 설명돼 있다. 또 장애인 권리 예산은 윤석열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약속한 국정 원칙입니다. 이제 실천할 때."



💇 “머리라도 밀어서 표현해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2022년 3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141일 삭발 투쟁이 마무리되었어요. 총 177명이 삭발로 행동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투쟁결의문으로 외쳤어요. 이들이 최근 함께 모여 그동안 삭발투쟁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고 해요. 그 이야기 일부를 전할게요.


  ✦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삭발을 한다고 해서 윤석열 정부가 눈 하나 꿈쩍할 것 같진 않았어요. 그래도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위해 뭐라도 해야 했어요. 사실 장애인이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아요. 지하철 투쟁, 버스나 도로 점거 아니면 뭘 할 수 있겠어요.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은데 이거저거 해도 정부가 외면하니까 ‘머리라도 밀어서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표현해 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 김솔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인천에서 유재근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제일 먼저 삭발했어요. 삭발이 끝나고 지하철 투쟁을 했어요. 한 비장애인 시민이 엄청 욕을 하시더라고요. 화를 내려던 찰나에 유재근 동지가 간절한 눈빛으로 양해를 구하더라고요. ‘정말 죄송하지만 우리도 살고 싶어서 이렇게 하는 거다'라고요.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기 위해 자존심, 분노를 수그러뜨리고 한 명이라도 설득하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죽어서도 잊지 못할 눈빛이에요. 그 눈빛을 보고 저도 삭발을 결의했습니다.”


  ✦ 강희석 나야장애인인권교육센터 활동가 “삭발결의자를 처음 만나면 인사하고 안부를 물었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바리깡을 듭니다. 어제는 잘 주무셨어요?’라고 여쭈었어요. 마지막에는 꼭 ‘혹시 마음이 변하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말씀드리기도 했어요. 편안한 마음을 가지셨으면 해서 한 말이기도 했지만, 삭발결의자는 무거운 결단을 하고 그 삭발에 책임도 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말씀을 드렸어요. 지금까지 마음이 변했다고 하신 분은 아무도 없어요.”



💬 무수의 코멘트

‘무정차 통과’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발표도 충격이었는데, 실제로 일어날 줄은 몰랐어요. 의도적으로 어떤 역을 지나치고 그 화살을 또 다른 시민에게 던지는 서울시・서울교통공사 그리고 정부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어요. 우리 사회에서 시민은 도대체 누굴까요? 누가 누굴 인정하고, 어떤 것이 시민과 시민이 아닌 존재를 구분 짓는 걸까요? 과연 우리는 이곳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 걸까요? 이번 ‘무정차 통과' 조치는 약한 존재 누구든 버릴 수 있다는 메시지와 같았습니다. 이 사회에선 분노도 슬픔도 쉬워 힘들지만 그럼에도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는 이들이 많기를 바라요. 날이 더우나 추우나 시위하는 장애인 시민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일상을 위해 머리까지 밀게 만드는 사회가 달라지도록 같이 목소리를 내보면 좋겠어요.



#혐오댓글 #혐오표현


🗯 ‘10.29 이태원 참사' 직후 인터넷 기사 댓글 10개 중 6개가 혐오댓글이었어요

이는 국민일보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팀에게 의뢰해 댓글 123만여개를 분석한 결과예요. 사회적 재난 이후 왜 혐오댓글이 쏟아졌는지 분석결과를 살펴보자면요.


  혐오댓글의 약 98%가 경찰을 비판했어요. 윤석열 대통령의 공개 질타까지 더해지자 참사의 책임을 경찰에게 물으며 공론장은 순식간에 공격하는 장이 되었어요

  ✦ 희생자에게도 혐오댓글을 달았어요. 이 중 대부분은 희생자를 ‘스스로 사고 장소에 갔던 그들'로 구분 짓고 비방했어요

  ✦ 혐오댓글의 종류를 나눠보자면 악플 및 욕설(약 51%)로 가장 많았고 인종・국적(약 2%)과 지역(약 1%)가 있어요


이는 참사뿐 아니라 여성, 어린이, 이주민, 퀴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나오는 기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요. 이에 혐오댓글의 심각성을 짚고 대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요.



✍️ “혐오표현은 사회적 해악이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 “포털 댓글을 통해 재난 피해자나 약자에 대해 연민을 느끼거나 연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쉽게 하는 현상은 심각하다. 세월호 때 유족과 희생자를 비난할 때 쓰인 일베식 프레임이 포털 뉴스 댓글창에까지 일반화된 것이다.”


이승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혐오표현심의위원장 “우리 사회가 현 수준에서 공감할 수 있는, 매우 분명한 혐오라고 한다면 온라인 공간에 못 들어오게 하고, 발견된다면 삭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수위의 표현을 수용할 것인지, 수용 가능한 부분들을 최소화한 뒤 점차 넓히는 과정을 통해 풀어나가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사회의 교육이 필요하다. ‘혐오표현은 사회적 해악'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장슬기 미디어오늘 기자 “소수자의 발언권을 조금이나마 보장하기 위해 언론은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 듣고 반영하는 것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혐오발언을 억누르는데 일조할 의무도 있다. 자유・인권과 같은 가치는 인류의 보편의 가치이기보다는 사실 철저하게 약자들에게 필요한 권리다. 표현의 자유가 약자들의 권리라는 관점에서 언론사들이 포털과 유튜브 댓글 비활성화 기능을 더 적극 행사하길 바란다.”


2022년 12월 9일 새벽, 애정하는 쟤가 하늘로 떠났습니다. 쟤는 아픈 몸으로 용기있게 목소리 낸 사람이었고, <아픈 몸과 사는 글쓰기> 라이츠 서포터로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응원하는 사람이었어요. 쟤를 그리워하며 무수와 라이츠 스피커들이 편지를 썼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쟤에게 받은 건 용기였어요

❝쟤에게 받은 건 '용기'라고 느껴요. 쟤의 목소리로, 행동으로, 마음으로 전해준 용기를 제 마음속 깊이 심어두었어요. 거기에 물도 주고 영양분도 주면서 무럭무럭 키워나갈게요. 용기있게 살아갈게요.❞

✍️ 쟤에게 쓰는 무수의 편지

💌함께한 시간으로 삶의 어느 부분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글에서, 줌 화면 속에서 느껴지는 쟤의 눈빛과 말로 그저 나누는 것만으로 꽤 많은 것들이 해소된다는 걸 알았어요. 쟤와 함께한 시간으로 저는 남은 삶 어느 부분은 완전히 다르게 살 수 있게 된 겁니다.❞

✍️ 쟤에게 쓰는 유인의 편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모보이스 읽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보내줘요
당신의 이야기가 당사자의 목소리니까요




재난 속에서도 타자의 존재를 잊지 않겠다는 것, 일상을 지키면서 그로부터 힘을 얻겠다는 것이다. 달리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라는 기세로 노래를 부르는 그 가수처럼 사랑이라는 것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사랑은 누구도 완전히 절망할 수 없게 만드는 이상한 노래를 함께 부르는 일 같은 것이리라.

 

<인생의 역사>, 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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