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기자 말처럼 우리나라에선 슬개골 탈구가 무척 흔해요. 동물병원 내부 시스템으로 5년치 의료차트를 분석해 보면 내원 사유 중 가장 많은 이유가 ‘슬개골 탈구’였어요. 슬개골 탈구는 특정 견종이나 소형견 친구들에게서 자주 발생해요. 소형견을 주로 반려하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관심이 높죠.

본격적으로 무릎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전 살펴봐야 할 것이 있어요. 댕기자 혹시 ‘강아지, 고양이 공장’에 대해 아시나요?(🐶그럼요, 저희가 번식장-경매장-펫숍 잠입 취재도 했는걸요!) 그렇다면 반려동물 번식장의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과 시설을 잘 아시겠네요.

슬개골에 대해 물었는데 왜 갑자기 ‘강아지 공장’ 이야기를 꺼내냐고요? 우리나라 개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슬개골 탈구와 큰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슬개골 탈구가 일어나는 원인은 미끄러운 바닥, 과체중, 근육부족 등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큽니다. 슬개골 탈구의 시작은 무분별한 번식 환경에서 시작돼요.

상업적 이익을 위해 강아지를 ‘생산’하는 이런 강아지 공장에서는 개들의 유전적 질환을 고려하지 않고 번식을 합니다. 소위 ‘뜬장’이라 불리는 철창에서 개들을 키우며 평생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요.☹️😢 슬개골 탈구를 가진 번식견이 새끼를 낳으면 후손들이 그 형질을 물려는 거죠. ‘번식장-펫숍’으로 이어지는 분양 생태계가 바뀌지 않는다면 근본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슬개골 탈구를 일으키는 원인은 복합적인 유전자의 작용이예요.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탈구를 일으키는 정확한 유전자를 찾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1966년에 설립된 ‘동물들을 위한 정형외과 재단’(OFA∙The Orthopaedic Foundation for Animals)은 슬개골 탈구 유전자 검사를 권장하는 곳 중 하나예요. 이런 유전자 검사가 효과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해야 할 것 같아요.

해외에서 1991년에서 1998년 사이 ‘더치 플랫 코티드 리트리버’ 견종에서 발생하는 슬개골 탈구를 엄격하게 검사하면서 번식했대요. 그랬더니 발생 비율이 28%에서 18%까지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우리나라처럼 슬개골 탈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눈 여겨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유전자 검사는 유전병을 가지고 있는 동물에 대한 차별로 여겨질 수도 있으니 사회구성원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요!

참, 슬개골 탈구 증상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 했네요. 슬개골 탈구는 무릎의 움직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슬개골이란 뼈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벗어나게 되는 질환입니다. 가벼운 탈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댕댕이들이 다리를 든 채로 ‘깽깽이 걸음’을 걷는 삼각대(Tripod) 자세를 취하거나 탈구가 있는 다리를 뒤로 쭉 뻗는 습관을 보여요. 증상이 반복되면 관절염이 생기거나 무릎 연골·인대가 파열되기도 하거든요. 얼마나 아플까요.

탈구를 예방할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미끄러운 바닥을 피하는 것이 좋겠죠. 한국의 주거특성상 장판이나 나무 마루 같은 미끄러운 바닥이 대부분이니 ①댕댕이들의 주 생활공간에는 미끄럼 방지 바닥재를 사용하시는 게 좋겠죠. 평소에 ②발톱과 발바닥 털을 짧게 유지해주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요소들이 더해져 발바닥이 쉽게 미끄러질 수 있거든요.

침대나 소파 같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도 무릎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으니 ③미리 슬로프를 설치하는 등 적절한 예비를 세워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④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주는 거예요. ‘비만 댕댕이’이가 되어 버린다면 슬개골 탈구는 기본이고 관절염, 당뇨, 심혈관 질환과 같은 성견병(?!)에 시달릴 수 있으니까요.

꼭 탈구가 의심되지 않더라도 반려견이 절뚝거리거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병원에 방문해 원인과 증상에 대해 상담해보시길 권할게요. 슬개골 탈구는 진행 단계에 따라 치료법과 주의할 점이 다르고, 촉진과 엑스레이로도 간단하게 진단받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혹시 댕댕이가 이미 슬개골 탈구를 진단받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한국만큼 슬개골 탈구를 잘 치료하는 나라도 드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