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 유포 금지를 약속하는 서약서
 Season 6  vol 41. 💡2026.2.27.~3.5.

졸업앨범 제작에 등장한 서약서
건강보험공단의 '시대역행'
'기갑의 돌파력'으로 깨려던 차별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플랫팀 이아름 기자입니다. 

'2월인데 왜 이렇게 추운 거야' 했던 날들이 무색하게 따스해진 날씨를 느끼는 요즘입니다. 확실히 3월이 다가오니 날이 풀리네요. 😘 다가오는 3월, 플랫팀은 업계(?) 대명절인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관련 기획과 소소한 행사를 준비중입니다. 플랫팀 전원이 분주히 발로 뛰고 있으니 (특히 김서영 기자가 열심히 노동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럼, 2월 마지막 주의 플랫레터 시작합니다. 


졸업앨범에 대한 추억은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분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계실 것 같아요. 나중에 돌아보면 왜인지 부끄러운 졸업앨범, 하지만 역시 추억도 깃들어 있는 물건인데요. 지난해 다수의 학교에서 졸업앨범 제작 전 사전 교육과 서약서 작성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 한편이 답답해졌습니다.


전북의 한 중학교는 지난해 가을 졸업앨범 제작에 앞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영상 및 이미지 제작·유포 금지를 약속하는 서약서를 작성’했다고 해요. 졸업앨범에 사진이 담기길 원하지 않는 학생들의 이견 또한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도 배포했습니다.


경북 포항시의 한 초등학교의 서약서에도 ‘졸업앨범에 포함된 사진이나 영상을 온라인 환경에서 동의 없이 활용하지 않고,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하여 변형하거나 조작하지 않겠습니다’ ‘본 서약을 위반할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책임을 질 것을 이해하고 동의하며, 졸업앨범에 대한 모든 관련 규정을 준수하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동안 플랫도 딥페이크에 대한 기사들을 많이 다뤘는데요. 딥페이크 성범죄 검거 피의자 10명 중 절반이 10대라는 이야기를 전했음에도 막상 이로 인해 초·중·고등학교에서 졸업앨범을 만드는 것까지 걱정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인공지능으로 성착취 이미지를 생성하는 누디파이(Nudify) 앱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앱스토어 운영사인 애플, 구글등이 이를 방치하며 뒷짐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올해 초에는 xAI가 운영하는 인공지능 챗봇 그록이 규제 없이 나체에 가까운 옷차림’, 성적인 자세’ 등의 요청을 수행해 전 세계적인 논란을 일으키며 각국 정부가 제재에 나서기도 했고요.


딥페이크등 인공지능으로 인한 문제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범죄화되기 너무 쉬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을 수는 없겠죠.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졸업앨범을 만들지 못하는 문화가 되는 건, 어찌 보면 여학생에게 SNS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지 말라’는 주의를 주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현재 우리나라 법률상으로는 (가상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AI 성착취물 대응은 가능하지만 (가상의) 성인 여성에 대한 성착취물 대응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요.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지난 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산업 초기부터 성평등 인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요. 법적 규제만큼이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성범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눈 크게 뜨고요. 



보건복지부 산하에서 가장 큰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채용 과정에서 ‘용모(외모)’와 ‘도덕적 신념’등을 평가 기준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은 직무수행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연구인력 채용 등)를 제외하고는 채용 과정에서 학력, 출신학교, 종교 등에 대한 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건보공단은 공공기관 채용 원칙을 어기고, 용모를 평가 기준으로 삼은 겁니다.


문제가 된 건 건보공단 인사규정 시행규칙 별지 제5호서식 ‘수습직원 근무성적 평가표’ 입니다. “용모는 단정하며 바른 예절과 교양으로 타인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가”, “자신만의 뚜렷한 도덕적 신념의 잣대를 가지고 그것을 지키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가” 등의 항목이 평가표에 포함되었어요. 

건보공단 측은 외모의 우열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라 기본적인 복무태도 준수 여부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신규 채용에만 용모 기준을 적용하고, 정규직 평가에서는 이 기준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윤수황 노무사는 “건보공단 스스로 용모 평가가 ‘공기업·준정부기관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 위반임을 알기 때문에 재직자에게 적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건보공단은 대면업무가 없는 고객센터 상담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교섭 과정에서도 ‘용모 평가표’를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어요.
 
곰곰이 생각할수록 객관적인 평가를 할수 있는 항목이 맞나? 라는 의문이 듭니다. 면접 시 용모는 어디까지, 얼마나 단정해야 하는 것이며, 타인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외모란 무엇일까요? 주관적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는 용모와 도덕적 신념 평가를 2026년에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건보공단의 시대역행 외모평가, 입주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24일 종로구의 한 북카페에서 변희수 하사의 5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2019년 육군 6군단 5기갑여단에서 전차 조종수로 복무하던 변희수 하사는 부대 허가를 받고 ‘의료 목적의 여행’을 간 태국에서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받습니다. 여군으로서 복무를 이어가기를 희망했지만, 군은 성전환 수술로 인한 신체 변화를 ‘심신 장애’로 판단해 변 하사를 강제 전역 시켰습니다. 그는 육군 참모총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1년 3월 3일 변 하사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기일은 2월 27일로 추정됩니다. 

같은 해 10월, 법원은 육군의 전역처분을 위법하다고 판결해 강제 전역을 취소합니다. 이후 변 하사는 국방부로부터 순직을 인정받아 2024년 6월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변 하사와 함께 싸워온 이들 뿐만 아니라 일면식이 없음에도 마음을 보태기 위해 온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최근 군에서 전역한 성소수자 시민 재훈씨(활동명)은 “군에서 퀴어 혐오와 수직적 문화를 경험하면서 변 하사가 겪었을 상황이 더 잘 이해가 됐다. 변 하사가 직속 상관에서 수술을 위한 휴가를 승인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대화를 했을지 눈에 그려진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성소수자를 포함해 군대 내 폭력에 취약한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몇 년째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숨진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도 “변 하사는 저희 예람이와 같이 피해 소수자, 2차~3차 피해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이런 괴로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 말한 바 있는데요. 

법원 판결과 순직 인정으로 뒤늦게나마 그의 명예는 회복됐지만, 여전히 군 조직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가 안전하게 복무하기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추모가 기억에 머무르지 않도록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기회’니까요.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저에게 그 기회를 달라. 모든 성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 - 2021년 1월 22일, 고 변희수 하사의 기자회견 발언- 


김연서 인턴기자가 소개합니다. 좋은 페이지를 접고, 또 접다가 '꼭 읽어봐야 한다'고 추천한 책이예요. 😂


🍀🍀🍀🍀🍀


🦋최정은, <우리에겐 비빌 언덕이 필요해>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은 우리를 지칭하는 언어에서 비롯된다는 의미입니다. 존재의 집을 새로운 언어로 다시 지어온 곳이 있는데요. 바로 1953년부터 여성을 중심에 두고 복지 사업을 진행해 온 사회복지법인 ‘윙’입니다. 2006년, 사업을 점검하던 ‘윙’은 사회복지의 언어를 과감히 폐기하기로 결정합니다. ‘윙’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을 ‘사례’나 ‘대상자’라고 부르는 대신 ‘친구들’이라 부르기로 한 것이지요. 구분의 언어를 넘어 주거권 실험부터 인문학 수업까지 여성들에게 ‘빵과 장미’를 건네기 위해 노력해 온 ‘윙’의 이야기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여성과 집’, ‘여성과 공부’, ‘여성과 일’, ‘여성과 우정’. 책 <우리에겐 비빌 언덕이 필요해>의 목차입니다. 직관적이고 간결한 이 구성은 ‘윙’이 진행해 온 사업의 기록이자 여성들이 살아가며 필요로 했던 삶의 조건을 담아냅니다. 이 책은 사업의 성공담을 설파하거나 이상적인 복지가 무엇인지 나열하지 않습니다. ‘윙’의 시도는 늘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사업에 참여하던 이가 도망가거나 포기하는 일도 일상다반사였습니다. 그들이 ‘오늘’을 잘 살아간다는 것은 과거의 결핍과 트라우마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윙’의 친구들이 자기 삶과 존엄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장면들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어쩌면 훈련이 아닌 교육이 아닐까. 지금 당장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며 인생의 파도를 용감하게 건너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 그러니까 가슴속에 한 송이 장미를 심는 일 역시 그에 못지않게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자(‘윙’의 대표)는 ‘빵’에 비유되는 일자리 훈련과 주거 지원 사업과 더불어 ‘장미’를 함께 챙기고자 했습니다. 종종 고상한 것으로만 여겨지는 인문학과 문화예술을 쉼터의 친구들이 마음껏 향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부를 통해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공부와 함께 우리의 삶이 충만해지길 원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배움에 차별을 두지 않는 수업이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한 친구는 인문학 수업 후기에 이렇게 남겼다고 합니다. “철학이 사실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모두 철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성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준 ‘윙’의 이야기는 희미해져가는 공동체의 감각을 되살립니다. 우리는 무엇에 기대어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여성들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왔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 책이 입주자님들에게 ‘비빌 언덕’을 상상해볼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북토크 너무 기대됩니다!! 혹시 책은 교보문고에서 구매가 불가능한건지 궁금합니다!

👤열차로 출퇴근 하며 열심히 보고있습니다. 정말로 내용도 좋고 팬입니다. 어쩜 저도 이렇게 글 잘 써보는게 소원이랍니다. 플랫 보면 저도 점점 멋진 여성이 되어가는거 같아서 기분 좋아지고 당당해 지는 기분입니다.

  
👀 From.Flat 

📣 안녕하세요, 플랫팀 인턴기자 김연서입니다! 그동안 ‘플랫한 문화생활’과 인스타그램 릴스로 입주자님들을 찾아뵈었는데요. 입주자였던 제가 플랫팀에서 일하면서 벅찬 마음이 종종 들었어요. 동시에 어떤 콘텐츠를 만들면 입주자님들이 좋아하실지 진심으로 고민하곤 했답니다. 그동안 레터를 비롯한 제 콘텐츠를 잘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플랫팀이 앞으로 공개할 콘텐츠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요, 남은 2026년 행운으로 가득찬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

📣<이처럼 친밀한 살인자> 는 교보문고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많은 입주자님께서 관심가져주신 덕분에 플랫X김영사 '읽는시간' 북토크는 마감되었어요.🙌 감사합니다. 3월 11일 오후 7시, 경향신문 사옥에서 만나요! 

🌹3월에도 플랫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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