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영
문턱을 넘는 일은 언제나 떨리고 피하고만 싶다. 내가 머물고 애정하던 세계와 작별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일까. 함께 어울려 살던 사람들, 자주 다니던 아지트, 좋아하는 곳에서 먹은 음식, 냄새와 공기, 무엇보다 그 순간을 거쳐온 기억들… 이 모든 걸 두고 떠난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먹먹한 그리움이 몰려온다. 새로운 시절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면, 나는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머뭇거리며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런 내게 파니 뒤카세의 그림책 <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은 문턱을 넘어 보라고 부드럽게 등을 떠밀어준다. 주인공 무스텔라는 작은 마법사를 따라 자신이 살던 안전지대를 벗어나며 인생 첫 모험을 떠난다. 그런 무스텔라 앞에 ‘온갖 낯선 것이 불쑥 불쑥 나타나 놀래겠지.’라 예상한 것과 달리, 본디 자신의 일상에서 함께하던 쉐리코코와 할머니가 등장한다. 너무나도 친숙한 존재가 별안간 나타나자 픽 웃음이 나왔다. ‘새로운 세계에 오더라도 이전의 세계가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구나.’라는 안도감이 들며, 나는 낡고 푹신한 내 침대에 드러누운 것 같았다.
‘문’이란 이전의 세계와 단절하는 ‘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두 공간을 쉽게 가로지를 수 있는 틈의 공간일지도. 문을 열고 새로운 시절로 넘어가기 두려운 순간에, 때때로 이 책을 다시 펼쳐보고 싶다. ‘문을 넘어도 완전한 끝은 아냐. 우리도 그곳에 함께 갈 거니까.’라고 속삭이며 문턱을 넘을 용기를 줄 테니까. 쉐리코코와 할머니가 무스텔라의 모험에 자연스레 동참한 것처럼, 소중했던 기억이 문틈으로 스며들어 새로운 세계에서 나와 함께하리라는 가능성을 믿어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