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퀴-즈

지난 20년간 슬럼 인구 수는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A: 감소했다.   B: 변함 없다.   C: 증가했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바로 ‘도시 슬럼 인구 비율’ 자체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위 그래프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도시 슬럼 인구 비율을 나타냅니다. 해당 지표는 전체 도시 인구 중 슬럼 인구의 비율로 측정되는데, 2002년 65%에서 2020년 약 51%까지 줄어든 것은 상당히 큰 성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그래프만 보고 안심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바로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실제 슬럼 인구수’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 그래프를 한번 함께 보실까요? 위 그래프에서 보라색 선은 도시 슬럼 인구의 비율을, 주황색 선은 실제 슬럼 인구의 ‘수’를 나타냅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슬럼 인구는 2020년 기준 약 2억 5천만 명으로 추정되며,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전 세계 데이터에서도 같은 추세를 보입니다. 실질적인 슬럼 인구수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도별 실제 인구수가 궁금해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제공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도시 인구수 데이터와 도시 인구 대비 슬럼 인구 비율 데이터를 활용해 2016년, 2018년, 2020년 슬럼 인구수를 측정해서 슬럼 인구 수 증가율을 직접 계산해 보았는데요. 2016~2018년, 2018~2020년 모두 약 6%의 증가율을 보이며 슬럼 인구가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방법으로 해당 시기 동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도시 인구 수 증가율은 약 8%로 측정되었는데요. 도시 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남과 동시에 슬럼 인구 또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도시 내에서 적절한 주거지 마련이 얼마나 필요한 상황인지 체감됩니다.

물론 도시 인구 수 대비 슬럼 인구수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 역시 대략적인 슬럼 인구의 현황 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지만, 현 상황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데이터를 다룰 때 절대적인 수치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슬럼 증가의 원인

(1) 분쟁

그렇다면 슬럼 인구수는 왜 이렇게 늘어나게 되었을까요? ‘정확히 어떤 요인이 얼마나 기여한다’ 등의 명확한 데이터는 찾기 어려웠지만 슬럼 형성과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주제를 다뤄보려 합니다. 먼저 첫째로 분쟁(Conflict) 역시 슬럼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UN-Habitat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슬럼 인구가 증가한 대표 10개 국가 중 약 절반 이상이 분쟁을 겪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2020년만 해도 약 8,200만 명의 인구가 분쟁이나 폭력 등으로 인해 주거지를 잃게 되었으며, 2021년 강제로 주거지를 잃게 된 인구 8,900만 명 중 약 41%인 3,600만 명이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주거 공간을 잃게 된 사람들이 슬럼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슬럼이나 임시 거주지에 거주하는 인구가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소말리아는 도시 인구의 약 70% 이상이 슬럼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 주거지를 한순간에 잃는 상황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자국 내 실향민 모니터링 센터(IDMC)의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소말리아는 현재까지도 분쟁이나 재난 등으로 자국 내 실향(Internal Displacements) 발생 수 및 자국 내 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ople)의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땅값은 또 높아서, 많은 사람이 공식적인 방법으로 주거권을 얻는 경우가 드물다고 합니다.

(2) 기후변화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후변화는 슬럼 인구 증가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슬럼 인구의 생활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UN-Habitat에 따르면 2050년까지 약 1억 4천만 명의 세계 인구가 기후변화로 인해 자국 내에서 이주하게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기후난민(Climate Refugee: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학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살던 곳을 떠나 난민이 되는 사람)이라는 용어도 최근 많이 접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국 내에서 이주하는 주민들은 주로 일자리나 교육,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위해 도시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으며, 일자리를 구하는 것보다 주거지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 임시거주지나 슬럼에 모여든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국 내 이주는 현시점에서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국제 NGO 워터에이드(WaterAid)에서 방글라데시 라즈샤히시(Rajshahi City Corporation) 내 슬럼으로 이주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주한 인구의 54%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 주거지를 잃어서, 32%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 농경지를 잃어서 이주했다고 합니다.

UN-Habitat에 따르면 2030년 약 6억 명의 전 세계 도시 빈곤 인구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도시 빈곤 인구가 모두 슬럼에 거주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특히나 슬럼이나 임시거주지는 강둑, 언덕, 해안가 등 불안정한 지대에 위치해있는 경우가 많고 인프라나 자연재해에 대한 회복력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아 기후변화나 재난 등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기에 더욱더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위 방글라데시 사례에서도 슬럼 주민들은 홍수, 집중호우, 가뭄 등의 자연재해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고 응답한 만큼, 저소득층은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적은 영향을 미치는데, 기후변화의 영향을 누구보다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3) 높은 주거비

높은 주거비가 슬럼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도시화로 인해 도시 유입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이 모든 도시 인구가 안전한 주거 공간에 거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는 적절한 주거 공간의 부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UN-Habitat에서 지정한 주거 공간의 적절성을 측정하는 기준 중 주거비 부담 능력(housing affordability)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개개인의 인권이나 기본적 욕구 실현이 저해된다면, 주거 환경은 ‘부적절하다’고 평가될 수 있지요. 또 다른 기준으로 가계 소득 중 30% 미만이 주거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될 때 ‘주거비 부담 능력이 있다(affordable)’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위 그래프는 주거비 부담 능력이 없는 가구의 비율을 대륙별로 나타내고 있는데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55.4%)에서 비율이 제일 높고, 서아시아 및 북아프리카(30.5%), 중앙아시아 및 남아시아(30.3%)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UN-Habitat는 2050년까지 증가하게 될 슬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나이지리아, 필리핀,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인도, 콩고민주공화국, 이집트, 파키스탄에 집중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데요. 모두 방금 말씀드린 대륙에 속하는 나라들이지요. 또한 대부분 도시화가 한창 진행 중이거나 높은 도시화율을 보이는 나라들입니다. 아프리카 대륙만 놓고 보아도 전체 국가 중 단 12개 국가의 도시 인구 절반만이 가장 저렴한 새로 지어진 주거 공간을 부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 도시 계획이나 정책 전반에 각 정부 차원에서 적절하고 포용적인 도시 개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슬럼 확산 등의 이슈를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슬럼 관광(Slum Tourism, Poverty Tourism), 적절할까?

한 가지 더 함께 생각해 볼 주제로 슬럼 관광(Slum Tourism, Poverty Tourism)이 있습니다. 슬럼 관광은 말 그대로 관광객들이 슬럼이나 빈민가 등을 방문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실제로 약 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매년 전 세계 슬럼가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탄자니아 옆 나라 케냐의 ‘키베라(Kibera)’ 슬럼가는 전 세계 3대 슬럼가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키베라 투어’라는 투어 여행사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으며, 투어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지만, 인당 30불을 지불하면 로컬 가이드와 함께 슬럼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콜롬비아의 Comuna 13과 같은 일부 사례에서는 슬럼 관광이 지역개발이나 자생의 기회도 되고 있습니다. 슬럼 관광을 통해 해당 지역이 더욱 알려지며 정부나 지역 사회의 관심을 받죠. 하지만 이렇게 성공사례는 드뭅니다. 세계 최대 3대 빈민가 방문 등의 사례를 보면, 슬럼 관광이 한편으로는 관광객과 주민 사이에 보이지 않는 권력 관계를 형성하는 느낌도 듭니다. 돈을 지불 했으니 주민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투어가 이루어져도 되는 것인가,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의 사적인 주거 공간이나 주민들의 모습이 촬영되고 배포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죠. 슬럼이 단순 개인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이미지로 소비되기만 한 채 슬럼 개선을 위한 어떤 노력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닌가 싶은 우려도 들고요.

오늘 저희가 다루는 SDGs 세부 목표 11.1에 따르면 슬럼 인구의 생활 환경이 개선되고 궁극적으로는 슬럼 인구가 감소되어야 하는데, 슬럼 관광으로 인한 상업화가 계속해서 현 상황을 정체 시키는 요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슬럼 관광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마무리

오늘은 슬럼을 주제로 슬럼의 정의와 현황, 원인, 그리고 데이터를 바라볼 때 비율과 숫자가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를 간단히 다뤄보았습니다. 슬럼과 관련된 이슈가 주의 깊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는 슬럼 거주 주민들이 경험하는 다면적인(사회·정치·경제·기본 인프라 등) 빈곤과 취약성, 포용적인 개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체 슬럼 인구의 약 3분의 1 이상이 아동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 아동들은 보건의료, 교육 등의 서비스에 대한 접근에 상당히 소외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소득국가 및 중저소득국가에서 홍역, DTP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아이들의 비율을 볼 때, 도시 외곽 거주 아동들은 28%로 지방 지역 11%를 훨씬 넘는 비율이라고 합니다. 아동기부터 발생하는 이러한 접근성의 차이는 아동 발달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요. 슬럼 환경 개선 및 주민들의 인프라 접근성을 보장하는 슬럼 업그레이딩(Slum Upgrading)이 국제기구, NGO 등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재정 문제, 정치적·제도적 지원 부족, 제한적 토지 규모 등으로 인해 한계점 또한 존재합니다.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어느 때보다 더 깊은 고민이 이루어져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번 호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다음 호는 치보의 <SDGs 16. 평화·정의·포용적인 제도> 편이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