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와 코인프로젝트의 차이
코인 프로젝트는 그것을 한 기업이나 단체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이끌지 않아요. 우리는 어떤 사업을 하는 주체로 기업을 당연하게 생각해요. 기업 CEO가 있고 직원이 있고, 이 회사는 투자를 받아서 돈을 벌어 주주에게 나눠주는 주식회사 구조가 너무 익숙하죠.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보상하는 주체는 바로 이 기업. 물론 그 책임의 크기는 유한해요. 최악의 경우 회사가 문을 닫는 것.
그런데 코인 프로젝트는 다릅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 회사나 단체가 주도권을 갖지만 코인의 소유자가 많아질수록 힘은 나눠져요(탈중앙화!). 주식회사의 경우 우리가 보통 대표이사, 등기임원이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모든 걸 위임하고 정말 중요한 경우에만 주주들을 불러 모아서 결정을 하죠. 하지만 코인은 사소한 것도 코인의 소유자 전체에게 의사를 묻습니다. 디지털 세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중앙이 없는 것이 미덕이라고?
테라폼랩스(TFL)는 권도형 대표가 CEO로 있지만 권 대표도, 테라폼랩스도 테라생태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에요. 처음에는 그럴 수 있지만 소유자가 많아질 수록 그 힘은 점점 분산이 됩니다. 물론 TFL이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을 갖기는 하지만 소유자들이 많이 모이면 TFL 의 행동을 막을 수 있습니다. 상장된 주식회사도 그렇지 않냐고요? 그렇죠. 하지만 효율성을 위해 어느 정도 지분을 가진 개인이나 대주주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코인에서는 이 주인을 없애고 탈중앙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미덕이 됩니다. 최근 테라 생태계도 붕괴 이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투표가 이뤄지고 있는데 테라폼랩스의 제안에 반대하는 소유자들도 꽤 많다고 해요.
테라 생태계의 핵심 코인인 루나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요? TFL을 제외하면 먼저 코인을 들고 있는 개인이 있을 것이구요. 코인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벤처캐피털이나 펀드)도 있을 겁니다. 우리가 채굴자, 밸리데이터(노드)라고 부르는 블록체인 인프라 공급자도 있고요. 또, 이 코인을 바탕으로 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제작회사가 있을 겁니다. 테라의 경우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금융사업자(De-Fi)가 있었죠. 이들 모두가 생태계의 운영에 참여하고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웹2.0 vs 웹3.0
비트코인에 이어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이더리움도 이더리움 재단이라는 비영리기관이 이끌고 있어요. 창업자 비탈릭 부테린도 자기 마음대로 이더리움 전체를 끌고나가지 못 한다는 뜻이에요. (자세한 건 이 레터에)
중앙화된 기업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 예를 들어 구글이나 애플이 만든 생태계에서는 구글이나 애플이 생태계의 방향을 이끌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쓰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주나 소비자에게) 책임을 져요. 대신 플랫폼 기업들은 플랫폼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수익을 독차지합니다.
이것이 소위 웹2.0 생태계와 웹3.0 (블록체인과 토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인터넷) 생태계의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어요. 블록체인 세계에서는 고객(소비자), 앱 서비스 제공자(서드파티) 모두 해당 코인을 들고 있으니까요. 애플의 소비자와 납품업체 모두 애플의 주주라고 보면되는거죠.
기억할 것 : 코인 프로젝트는 강력한 힘을 가진 주인이 없고, 오히려 주인이 없는 것이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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