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87 January 7, 2025
푸글렌 Fuglen의 로고 형상은 노르웨이어로 '새'라는 의미를 지닌 브랜드명처럼 극지의 땅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동물이자 1년에 70,000km 이상을 비행하는 새, 극제비 갈매기(Arctic Tern)를 원형으로 두고 있습니다. 푸글렌 창립자 아이나르 휠테 Einar Holthe는 푸글렌의 전신이자 1963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카페 푸글렌 Kaffefuglen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동료들과 함께 꾸준히 지켜온 푸글렌의 진솔한 가치가 자유로이 뻗어나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새를 상징물로 정했다고 하는데요. 그 덕분인지 2012년 오슬로를 시작으로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탄탄히 확장하고 12년이 지난 2024년, 마침내 서울과 자카르타에도 그들의 공간을 선보이며 북유럽 커피 문화를 점진적으로 전파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푸글렌 자카르타 매장을 론칭하고 서울에 잠시 머물던 하루 틈새에 SPREAD by B(스프비)는 아이나르 휠테를 만났습니다. 모든 공간에는 사람, 재화, 문화, 자연 간의 역학 관계가 존재하며 개개인 모두가 이를 고려한 결정을 내릴 때,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휠테는 일을 시작한 19살부터 무언가를 착취하지 않으며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습니다. 일단 투명하고 올바른 방식을 택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저 행동하고 그 결정을 함께할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하는 그의 굳은 심지가 푸글렌을 지켜온 주된 힘이었다고 봅니다. 아이나르 휠테의 삶에 원동력이 된 다섯 가지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WHAT BRANDS INFLUENCED YOU THE MOST?
🎤
아이나르 휠테 Einar Holthe
Founder, Fuglen
👨‍👩‍👧‍👦 삶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해준 나의 가족들
22살부터 아빠로서의 삶을 살아온 덕분에 책임감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마음과 가족 간의 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제 인생의 원동력이자 본질이 되었어요. 바리스타를 시작한 19살 이후부터 지금까지 커피 업계에서 만나온 이들 역시 제2의 가족과도 같습니다. 특히 오슬로 커피 신 scene을 대표하는 여러 브랜드 중, 솔베르그 앤 한센 Solberg & Hansen은 제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곳이예요. 매년 가장 우수한 품질의 커피를 선정하는 대회 '컵 오브 엑셀런스 Cup of Excellence'의 최전선에 있는 노르웨이 대표 커피 브랜드로, 커피 업계에서 일을 막 시작하던 당시 솔베르그 앤 한센은 제게 카페 푸글렌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곳이기도 하죠.
(왼) 아이나르 휠테의 가족 © Einar Holthe / (오) 솔베르그 앤 한센 © Solberg & Hansen
🏙️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준 도시, 오슬로
운이 좋게도 오슬로 시 공간 브랜딩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공간의 정체성이 지닌 영향력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가 어떻게 인식되는지, 그리고 특정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고민은 제 시야를 다방면으로 넓혀줬을 뿐만 아니라 푸글렌과 같은 장소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여했어요. 특정 도시에 자리하고 있는 문화의 깊이와 사람들 간의 관계를 관찰하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입니다. 특정 공간이 지닌 뉘앙스를 파악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자리한 자연, 재화, 사람들이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맥락을 짚어낼 수도 있고 더 먼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유용한 단서가 되어 주는 것이죠.
© Fuglen Oslo Sentrum
🗞️ 미디어 세계와 협업의 묘미를 알게 해 준 모노클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모노클 Monocle을 이끄는 타일러 브륄레 Tyler Brulé 팀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어요. 그와 협업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과 그들의 일을 미디어가 어떻게 분석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만난 건 2010년, 브륄레가 푸글렌에 관한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였죠. 함께 작업한 후, 모노클 팀 전체가 오슬로 푸글렌에 와서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브륄레는 푸글렌의 빈티지 가구로 컨테이너 하나를 가득 채워 모노클 사무실을 꾸미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친구가 되었죠.(웃음) 이후 오슬로 시의 공간 브랜딩을 할 때 브륄레와 오슬로 도시 전체에 대한 분석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 Wooyoung Jeong
🌸 일본 시장과 예술 문화의 이해를 도운 무라카미 다카시
징가로 Zingaro 카페·바 프로젝트를 위해 약 4년간 무라카미 다카시 Takashi Murakami와 협업하면서 일본 문화와 시장에 대해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징가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다카시는 일본 예술 신뿐만 아니라 일본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줬고, 이 협업으로 일본의 부상하는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만날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한 달에 한 주씩 일본에 머물며 많은 것을 배웠던 경험이 푸글렌을 일본 시장에 단단히 자리잡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자연스럽게 일본 커피 신에 녹아들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것 같아요.
© Shin Suzuki,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 공간에 결부된 가치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 내추럴 스테이트
오슬로, 도쿄, 서울을 비롯한 다양한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서구와 동양 시장의 문화적 차이를 관찰하는 과정은 커피를 서비스하는 제게 큰 영향을 줍니다. 두 시장 모두에서 유효한 제안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오랜 시간 이 관계를 공부하며 특정 공간을 기반으로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알려야겠다는 결심으로 공간 개발 전략 에이전시 내추럴 스테이트 Natural State를 설립했습니다. 무언가를 파괴하는 부정적인 방식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방법을 택했을 때, 건강한 가치 사슬이 세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공간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어서 지속 가능함을 살피는 것이 경제적인 결과로도 돌아올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 André Hustoft Nesheim, Natural State
🕊️ 아이나르 휠테가 당신에게 전하는 단 하나의 질문
"당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자신이 소비하고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에 호기심을 가져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시간, 에너지, 재화를 쓰는 대상에 궁금증을 가지며 각자의 선택이 가진 힘에 대해 이해할 수 있길 바라요. 지금 이 순간,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 사회를 형성하는 시장 그 자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SPREAD by B
아이나르 휠테와의 인터뷰는 아래 영상에서 전체 내용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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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Daesagwan-Ro
Yongsan-Gu, Seoul, Korea, 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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