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앱스토어 싸움, 2. 다시 만난 VC 붐, 3. 귀리 우유 이야기 2021년 5월 25일 화요일 오늘은 앱스토어를 둘러싼 싸움의 첫 장인 애플과 에픽 소송의 쟁점, 팬데믹으로 다시 만난 벤처캐피털 붐, 그리고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서는 귀리 우유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빅테크] #포트나이트 #앱스토어 1. 애플과 에픽은 왜 싸울까? 지난해 8월,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인 에픽 게임즈는 애플의 iOS를 우회할 수 있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고객들이 이를 통해 포트나이트의 게임 머니를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이는 iOS 운영 체제가 탑재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애플의 앱스토어와 인앱(In-app) 결제 시스템을 통해서만 게임을 구매할 수 있고, 애플에게 결제 금액의 30%라는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정책에 반기를 든 사건이었는데요. 애플은 에픽이 앱스토어의 정책을 위반했다며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바로 차단했고, 에픽 게임즈는 기다렸다는듯이 애플이 반독점법을 위반한다는 소송을 제기했어요. 이번 5월에 이르러 시작된 이 소송의 공판은 지난 3주간 각 기업의 CEO들도 직접 증인으로 출석했고, 오늘 전체 일정이 마무리되었는데요. 쟁점은 무엇이었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에픽 게임즈뿐만 아니라 애플도 큰 돈을 벌게 해준 게임이죠. 에픽의 입장 '시장'의 확정은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었는데요. 시장이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그 시장 내에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 혹은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가릴 수 있죠. 에픽은 아이폰에 앱을 유통할 수 있는 통로를 하나의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다른 앱스토어나 결제 통로가 없는 아이폰(혹은 아이패드)이라는 플랫폼에서는 애플이 독점적으로 수수료를 거둬들이고, 개발사들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하는 경우도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고요. 높은 수수료로 인해 개발사들은 소비자들에게 더 저렴하게 상품을 공급할 기회가 없다는 논리도 펼쳤죠. CEO인 에릭 스위니(Eric Sweeney)는 첫 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소송을 하게 된 것은 애플의 현재 정책이 (앱 생태계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했는데요. 에픽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애플의 기기에서 개발사들이 자신들만의 앱스토어도 운영하고,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애플의 입장 애플은 자신들의 앱스토어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기기, 웹브라우저, 게임 콘솔, 그리고 PC 등에서도 포트나이트를 즐길 수 있고 이들도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포트나이트가 공급되는 시장을 '게임'의 범주로 확장해야 하고, 이 시장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등이 모두 포함되어 경쟁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어요. 또한 개발사들이 인앱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고객들이 앱스토어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앱의 보안과 신뢰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해 왔죠. 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앱스토어의 안정성과 보안을 향상하는데 사용된다고 했고요. 지난주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CEO 팀 쿡은 앱스토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수많은 무료 앱이 더 많은 고객을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에 불러모으고, 게임 개발사들은 이로 인해 혜택을 얻는다는 점도 피력했어요. 각 개발사가 만드는 별도 시스템은 애플이 제공하는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도 주장했죠. 현재 분위기 공판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분위기는 에픽이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컸어요. 앱스토어와 인앱 결제 시스템은 하나의 상품이고, iOS 상의 앱스토어를 독자적인 하나의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컸고요. 하지만 최근 공판에서는 담당 판사가 "왜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앱을 구매할 다른 옵션을 제공하면 안 되는 거죠? 특히 고객들이 더 낮은 가격으로 이를 구매할 수 있다면요?" 등의 날카로운 질문을 하면서 애플의 주장을 파고들었어요. 또 앱 개발사들의 39%가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방식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설문 결과를 보이면서 애플이 개발사들의 우려를 지우는 노력을 할 만큼 경쟁의 압박을 느끼는 것 같지 않다고도 했는데요. 애플이 예상하지 못한 뾰족한 질문들과 지적을 받았다는 분위기예요. 결과보다 의미 애플의 경우엔 유럽에서도 유럽연합의 집행위원회가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음악 스트리밍 업체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반독점 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어요. 2008년에 애플 앱스토어의 론칭으로 처음 시작된 앱 시장은 2012년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가 합세하고 이제 1000억 달러(약 112조 6500억 원)가 넘는 시장이 되었는데요. 이번 소송은 이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이 키워온 지배력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어요. 이제는 플랫폼 생태계의 중심축인 앱스토어가 타겟이 되어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에요. [벤처캐피털] #벤처붐 2. 다시 만난 벤처캐피털 붐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치기 시작했던 지난해, 잘 나가던 벤처캐피털 업계에는 위기의식이 팽배했어요. 이들이 지원하는 스타트업들이 가장 큰 리스크에 노출될 것이라는 걱정이었죠. 하지만 이들이 지원한 많은 스타트업은 팬데믹이 만든 새로운 삶의 습관을 이끄는 제품을 제공하며 재빨리 새로운 사업 환경에 적응했고, 오히려 붐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투자 성장을 이끌었어요. 벤처캐피털 투자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요. 닷컴 붐에 버금가는 붐 최근 PwC와 CB인사이트가 공동으로 내놓은 2020년 4분기 머니트리(MoneyTree) 리포트에 의하면 북미, 아시아, 그리고 유럽 지역을 합친 벤처캐피털의 총투자 금액은 2020년에 2590억 달러(약 291조 8400억 원)를 기록했어요. 이 금액의 절반이 넘는 1300억 달러(약 146조 4840억 원)의 투자가 미국에서 이루어졌고요.* 이는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금액이에요. * 참고로 피치북(PitchBook)은 미국 투자가 1560억 달러(약 175조 원)였다는 관련 리포트를 냈어요. (금액엔 차이가 있지만) 역시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다고 하고요. 미국에선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은 테크 기업의 기업공개(IPO)도 147개에 이르러 2019년의 90개를 크게 뛰어넘었어요.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화두가 되며 투자 흐름이 계속 커온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6022개의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졌는데요. 그간 성장을 이어온 큰 스타트업에 더 큰 규모의 투자가 많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해요. 투자 분야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역시나 인터넷 분야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제일 컸는데요. 지난 4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에서 총 687개의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졌고, 그다음이 헬스케어(244개), 모바일 및 텔레콤(163개), 그리고 게임 등의 소프트웨어(136개) 분야였어요. 작년 한 해 인터넷 분야에서는 편리한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인 스트라이프(Stripe), 모바일 및 텔레콤 분야에서는 인스타카트(Instacart)와 같은 모바일 커머스 스타트업이 대표적이고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에픽 게임스와 같은 게임 기업이 가장 큰 투자를 유치하고, 가치가 커진 기업이었죠.* * 현재 미국에서 가장 가치가 큰 유니콘 순위는 얼마전에 950억 달러(약 107조 원)의 가치평가를 받은 스트라이프이고, 스페이스엑스(SpaceX), 인스타카트, 에픽 게임즈가 그 뒤를 이어요. 바뀌는 지형의 중심 물론 어떻게 보면 벤처캐피털 업계는 예기치 못하게, (그 누구보다) 팬데믹의 큰 수혜를 입었다고 할 수 있어요. 길었던 거리두기 조치와 락다운은 오히려 이들이 지원하는 스타트업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미국의 경우에는) 재빠른 정부의 지원금으로 소비가 계속 촉진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많은 분야는 이전부터 진행하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는 조처를 하는 한 해가 되기도 했고, 그 중심에는 이전부터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각종 소프트웨어 스타트업과 관련 기업이 있었다고도 볼 수 있어요. 이들은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변하고 있던 소비 습관과 산업 지형을 더 크게 바꾸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죠. 붐을 타기도 했지만, 준비되어있었기에 탄 붐이기도 합니다. ☕️ 어느 VC의 경고도 있었지만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기업들에 투자해 온 대표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세쿼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은 팬데믹이 확산하기 시작한 초기에 포트폴리오사들에게 지금이 '블랙 스완(Black Swan)' 모먼트라는 경고의 메모를 보냈어요. 예상하지 못한 극히 예외적인 일이 일어난 상황에서 각 기업이 사업 전반의 모든 요소를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였죠.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이들의 예상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다행히 빗나갔어요. 어찌보면 이렇게 일찍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했기에 최상의 결과를 낸 것일지도 모르고요. [푸드테크] #귀리우유 #오틀리 3. 이제는 우유 아닌 우유 팬데믹이 불러온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이에 대응할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커지면서 대체 고기와 대체 우유를 비롯한 대체 식품 분야는 이제 확연히 커지고 있는데요. 귀리 우유를 만드는 오틀리(Oatly)도 지난주에 기업공개(IPO)를 하며 미국 나스닥 시장에 데뷔했어요. 첫날 14억 달러(약 1조 5770억 원) 이상을 모으며 화려하게 등장했죠. 어디서건 눈에 띄게 만들었어요. 잠깐 역사를 살펴보면요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한 것을 가리켜 유당 불내증을 가지고 있다고 하죠. 오틀리의 창업자인 스웨덴의 오스테(Oste) 형제 중 형인 리카드는 음식 화학 교수였는데, 예상외로 많은 이들이 유당 불내증을 겪는다는 것을 깨닫고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귀리 우유를 개발했어요. 회사가 1994년에 창업한 이후 고객은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지만, 작은 팬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죠. 이들이 본격적으로 스케일업을 시작한 건 현재의 CEO인 토니 피터슨을 2012년에 데려오면서부터인데요. 그는 오틀리라는 브랜드를 키우는 마케팅을 시작했고, 귀리 우유가 환경을 위해 좋다는 캠페인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성공적으로 리브랜딩을 이루어냈어요. 이후 2016년에 벨기에의 투자사인 벌린베스트(Verlinvest)와 중국의 국영 기업인 중국 화륜 그룹(China Resources)이 공동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본격적인 확장을 했고, 가장 큰 시장들인 미국과 중국에도 수출을 시작했죠. 최근 큰 성장을 이어왔죠 오틀리의 작년 매출은 4억 2140만 달러(약 4750억 원)에요. 2019년의 2억 400만 달러(약 2300억 원)에서 2배 이상 증가했어요. 역시 팬데믹의 수혜를 입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미 시장에선 차근히 자리를 잡아오며 대중에게 익숙한 제품이 되고 있었어요. 스타벅스의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가 직접 투자했고, 현재 스타벅스에 라떼를 만들기 위한 바리스타 버전 제품도 공급되고 있죠. 오프라 윈프리, 나탈리 포트먼, 제이지 등의 셀럽도 투자를 하면서 대중에게 더 널리 알려졌고요.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고요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는 이제 귀리 우유와 (대체 우유 중 가장 큰 규모로 공급되는) 아몬드 우유 등을 합한 시장이 25억 달러(약 2조 8200억 원) 규모에 이르렀고, 빠르게 성장 중이에요. 오틀리는 중국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에서도 성장세가 빨라요. 지난 1분기를 기준으로 아시아가 전체 판매의 18%를 차지하고 있고, 연간 450% 성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중국 화륜 그룹의 투자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죠. (참고로 뉴욕타임스는 유럽에서 자동차, 배터리, 로보틱스 등의 분야에 중국 정부와 연관된 기관 혹은 기업들의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귀리 우유에 대한 투자를 걱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없다고 했어요.) 대체 식품의 발전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국제 비영리 단체인 GFI(Good Food Institute)에 의하면 아몬드, 귀리 등의 식물성 우유 판매는 2020년에 미국 전체 리테일 우유 판매 금액의 15%를 넘었다고 하는데요. 대체 우유는 현재 대체 고기를 비롯한 대체 식품 중 비중이 가장 높고, 대체 식품 시장의 흐름을 이끌고 있어요. 오틀리는 대체 식품의 성장성이 확실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해요. ☕️ 이어지는 대체 식품 이야기 최근 그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대체 고기 이야기도 꾸준히 이어왔는데요. 함께 참고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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