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드는 속상한 마음을 숨길 방법은, 손목 마사지기와 안티에이징 크림을 사드리며 제발 꾸준히 써보시라고 잔소리하는 것 외에는 없는 줄 알았습니다. 오랜만에 같이 동네 꽃구경이나 가자며 무작정 나왔습니다. 그렇게나 좋아하시던 산책인데 얼마 못 걷고 자주 벤치에 앉으시는 걸 보고서야 깨달은 거죠, 발도 늙는다는 당연한 사실을요. 손과 이마, 눈가, 목에 접힌 세월은 그렇게나 눈에 잘 들어왔으면서 왜 발은 제대로 봐드린 적이 없었는지. 발의 아치는 평평해지고 발 앞쪽 부분은 넓어진대요. 발바닥 쿠션 역할을 해주는 지방층도 얇아진다나.
족욕을 해드렸습니다. 나의 가장 보이지 않는 곳부터 깊이 살피며 언제나 내가 최고라고 추켜올려주신 당신을 위해, 가장 낮은 자세로 사랑을 주물렀습니다. 쑥스럽고 낯선 듯 발장구를 한두 번 느리게 치곤 이내 아이처럼 웃는 표정을 보면.. 이번 어버이날 선물은 뭘 해드릴지 고민하며 눈치게임한 지난날들이 무색해지더군요. 마무리로 보송한 타월로 물기를 닦은 뒤 밤을 얇게 펴 발라줍니다. 굳은살에 갇힌 고생이 조금이라도 녹길 바라면서요. (여기가 고비인데요, 혹시나 눈물이 나올 것 같으면 급 발바닥을 간지럽혀도 좋습니다. 발길질 조심하시고요 하하!)
어쩌면 자식이 부모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 인상 깊은 선물은 이런 낯간지러운 시간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