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라는 제목은 미안하다. 낚시다. 물론 먹는 얘기를 할 거지만 맛집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식단에 대한 얘기다.
2. 나는 2021년 1월에 식단을 시작해서 2022년 7월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중간에 몇 개월 쉬긴 했지만 아무튼 꾸준히 하고 있다. 간단히 감량 정도를 연표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2021년 1월: 90kg(인생 최고 몸무게 갱신)
2021년 2월: 84kg(식단 조절 시작하고 하루에 1kg씩 빠짐)
2021년 3월: 80kg(80kg에서 오랫동안 정체기. 식단 하면 유지, 안 하면 찌는 단계)
2021년 7월: 75kg(2021년 감량은 여기서 끝)
2022년 2월: 88kg(치킨과 야식을 시작하면 야금야금 다시 체중 증가)
2022년 7월: 74kg(다시 뺐음)
3. 수치를 보면 체중 증감 정도가 거의 입금 전후의 영화배우다. 16kg씩 찌웠다가 뺐다가 쉬워 보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 어려웠던 건 아니다. 내가 하는 다이어트의 비법이라는 게 대단한 게 없기 때문이다. 두 가지 규칙만 지키면 된다. 첫 번째, 점심에는 현미밥만 먹는다. 두 번째, 그 외 탄수화물, 당, 나트륨은 멀리한다.
4. 점심에 먹는 현미밥은 105g이다. 햇반 하나가 210g이길래 반 공기는 105g이다 싶어서 반 공기를 먹기 위해 105g을 먹는데, 밥을 하고 나면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이게 정말 반 공기일까' 싶긴 하다. 그래도 그냥 먹는다. 현미밥만 먹어도 되지만, 다이어트는 지속 가능해야 하고, 맛있어야 오래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간장과 들기름을 뿌려 비벼 먹는다. 처음에는 저염 간장을 사서 먹었지만 이제는 그렇게까지 하진 않는다. 저염 간장을 많이 넣으니까 그냥 간장이랑 다를 게 없을 것 같아서. 현미밥, 들기름, 간장 이렇게 세 개만 먹어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뭔가 씹을 게 필요하다면 마켓컬리에서 자연예찬 보쌈을 시켜 먹거나, 기름기가 없는 살코기를 먹도록 하자. 예를 들어 전기구이 통닭 같은 것. 무가미김과 함께 먹거나, 기름을 두르지 않은 계란 후라이랑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달 음식은 먹을 수 없게 된다. 그 요리는 조리하면서 많은 양의 설탕, 소금, 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5.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을 아예 안 먹으면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때문에 먹긴 먹어야 하고 그래서 현미밥을 먹는 거다. 나는 현미밥 100%로 먹는데 소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현미밥과 쌀밥을 섞어 먹도록 하자. 현미밥을 제외하고는 탄수화물은 아예 안 먹는다고 생각하자. 빵? 당연히 안 된다. 라면? 안 되구요. 과자, 파스타, 또 뭐가 있지? 아무튼 밀가루로 만드는 건 안 된다. 다이어트 중에 한 번이라도 먹는 순간 그 프로젝트는 거의 끝났다고 보면 된다. 밀가루의 유혹은 굉장해서 오랜만에 떡볶이 하나만 먹은 그 다음 날부터 밀가루를 하나씩 욤뇸하게 되는 자신을 보게 될 거다.
6. 설탕, 나트륨, 지방도 멀리해야 한다. 과일은 맛있고 영양소도 풍부하지만 당이 많이 들어있다. 그래서 체중 조절에는 좋지 않다. 채소는 좋다. 토마토, 사과, 복숭아 같은 것들이 달고 맛있는 이유는 그만큼 당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을 땐 지방이 많은 부위는 먹지 않는다. 샐러드를 시킬 때도 삼겹살 샐러드는 안 먹고 목살 샐러드는 먹어도 된다.
7. 아침 얘기를 안 했는데, 아침은 프로틴을 먹으면 된다. 프로틴을 고를 땐 마찬가지로 당류를 확인하자. 어떤 프로틴은 '굉장히 맛있는' 경우가 있는데, 당이 많이 들어있으면 당연히 맛있어진다. 설탕이 아닌 에리스리톨을 넣은 프로틴은 맛도 있고 당류도 거의 없으니 그런 프로틴을 먹도록 하자. 탄수화물과 설탕은 언제나 먹어도 맛있고, 그것들이 나를 살찌게 만들었다.
8. 저녁은 보통 샐러드를 먹는다. 샐러드를 고를 때도 역시 탄수화물, 설탕만 조심해자. 드레싱은 발사믹 정도로 하면 무난하다. 드레싱을 포기하지 못하겠자면 그냥 아무 드레싱이나 먹자. 그 정도는 해도 된다. 하지만 파스타 샐러드, 소바 샐러드 같은 건 먹으면 안된다. 그건 그냥 일반식이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음료 안된다(설탕이 많다), 아이스크림 안된다(설탕이 많다), 과자 안된다(탄수화물과 설탕으로 이루어졌다).
9. 주말이 고비일 수 있다. 나는 주말 식단은 정해져 있다. 현미밥과 함께 계란후라이를 먹는다. 계란 후라이는 3개. 써니사이드업으로 먹는다. 거기에 간장과 들기름을 뿌려서 먹으면 꿀맛이다. 주말에는 배달 음식을 먹지만 않아도 선방한 것이다. 계란 후라이 3개로 막으면 잘한 거다.
10. 이 식단이 너무 가혹해 보일 수 있지만 해보면 어렵지 않다. 충분히 배가 부르다. 한 가지 어려운 점은 지겨울 수 있다는 것. 그건 어쩔 수 없다. 한 가지 음식을 질리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는 사람만 도전할 수 있는 식단일 수도 있다.
11. 여기가 가장 중요한 얘기는 지금 나온다. 나는 건강 때문에 체중 감량을 했다. 살이 찌니 허리가 아팠고 무릎이 아팠고 숨이 찼다. 매일 매일 건강이 악화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 나이는 35인데, 신체 나이는 그 이상이었다. 나는 이십대에 친구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법적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신체 나이가 중요한 거야. 나는 나이가 들어도 배 나온 아저씨처럼은 안될 거야. 잘 관리해서 젊게 살 거야." 5년 전에 다짐은 무색하게 딱 내가 원치 않는 모습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12.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적당한 성취감이 간헐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성취감을 직장에서 얻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체중 감량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성취감이라는 좋은 연료를 준다. 나는 매일 매일 줄어드는 몸무게를 보면 성취감을 느낀다. 나는 자제력이 있고, 책임감이 있고, 꾸준한 멋진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성취감은 자신감을 만든다. 자신감으로 무장된 사람은 손끝 하나하나에서도 멋을 느낄 수 있다.
13. 아, 내가 그리고 이건 진짜 중요한 건데... 누구보다 먹는 걸 좋아하는 나는 먹기 위해서 체중 감량 중이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먹고 싶어서 하는 거다. 이게 다 진정한 '낫뱃 다이닝'을 위한 여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