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컬리N마트 제휴 배경 2.네이버 파트너십 전략
01 네이버와 컬리, 이번엔 살짝 기대가 되는 건
02 네이버의 파트너십 전략은 진화 중입니다
03 뉴스 TOP5 - '공무원들의 브랜딩 비결' 外
|
|
|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제휴
다만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었습니다. 네이버가 그동안 신세계, CJ 등 여러 유통·제조 기업과 손잡았지만, 성과가 뚜렷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난 9일 열린 네이버 커머스 밋업에서도 유사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네이버 이윤숙 본부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임팩트를 주기 위해 당시 했던 (신세계와의) 제휴와는 좀 다르게 했습니다”
_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자신감 있는 발언이 나온 건, 이번 제휴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신호일 겁니다. 과거엔 이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던 저 역시 이번에는 ‘정말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들었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이번 제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왜 이전과는 다른지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
|
|
네이버가 얻는 것 = 멤버십
처음 컬리 입점 소식이 나왔을 때 반응은 의외로 잠잠했습니다. 알려진 내용이 “컬리가 네이버에서 상품을 판다” 수준이었거든요. 사실 네이버는 이미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상품을 보유한 플랫폼입니다. 쿠팡조차 네이버 쇼핑 가격비교에 입점해 있을 정도니, 단순히 컬리 상품이 추가되는 것만으로는 차별성이 크지 않았던 겁니다.
네이버가 진짜 필요로 한 건 ‘상품’이 아니라 ‘멤버십 경쟁력’이었습니다. 최대 경쟁자인 쿠팡과의 승부처는 결국 ‘쇼핑의 첫 시작점’을 누가 차지하느냐인데요. 과거엔 네이버가 가격비교 덕분에 이 위치를 지켰지만, 쿠팡은 로켓배송과 와우 멤버십으로 이를 흔들었습니다. 유료 멤버십에 가입한 순간, 고객은 네이버 검색창 대신 쿠팡 앱을 여는 습관을 들이게 된 것이죠.
네이버도 이에 맞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키우고, 부족하다고 지적받던 배송 경쟁력은 N배송으로 보완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했습니다. 멤버십의 무게 중심을 잡아줄 ‘킬러 셀러’가 없었던 겁니다.
|
|
|
그리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컬리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 자사 ‘컬리멤버스’와 동일한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겁니다. 대표적으로 2만 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이 포함됐죠.
이는 그간 없었던 파격적 결합입니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쿠팡 못지않은 장보기 혜택을 내세울 수 있게 됐고, 멤버십 경쟁에서도 확실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됐습니다. 네이버가 “이번 제휴는 이전과 다르다”라고 강조한 건 허언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
|
|
그렇다면 컬리는 왜 이번처럼 핵심을 내주는 제휴를 택했을까요? 사실 많은 기업들이 네이버와의 긴밀한 협력을 꺼렸던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네이버에 흡수될 위험 때문이죠. 컬리도 이번 제휴로 상품은 더 팔릴 수 있어도, 기존 컬리멤버스 회원이 이탈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네이버 판매 수수료까지 내야 하니, 자칫하면 매출은 늘어도 수익성은 떨어질 수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컬리가 과감한 결정을 내린 건 지금은 ‘수익성’보다 ‘물량 확대’가 더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수수료를 조금 더 내더라도 물량이 늘면, 이미 투자한 물류 인프라가 제대로 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는 계산이 있던 거죠.
|
|
|
이번 제휴가 컬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지는, 김슬아 대표가 직접 네이버 커머스 밋업 무대에 올랐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특히 초록색 의상을 입고 등장한 것 역시 매우 상징적이었는데요. 기자가 던진 파트너십에 기대하는 바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컬리와 네이버의 제휴가) 초기다 보니 얼마나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투자된 것을 생각하면 무조건 잘 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컬리의 물류센터가 커져 나가고 배송차가 꽉꽉 차서 더 투자할 수 있는 스테이지까지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_김슬아 컬리 대표
이처럼 컬리에게 물류는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쿠팡이 속도를 내며 앞서 나가는 상황에서, 컬리는 물류센터 가동률을 끌어올려야만 추가 투자가 가능하고 경쟁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제휴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한 거죠.
더 흥미로운 건 이번 제휴가 ‘컬리N마트’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회사 컬리 넥스트마일이 네이버 풀필먼트에도 합류했는데요. 만약 컬리 상품뿐 아니라 다른 네이버 판매자의 물량까지 소화하게 된다면, 물류 효율 개선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컬리의 전략은 안팎으로 나뉠 겁니다. 안으로는 기존 고객의 지출을 늘리고 카테고리를 확장해 의존도를 높이고, 밖으로는 네이버를 통해 신규 고객을 빠르게 흡수하려고 할 텐데요. 이번에 컬리N마트를 위해 5천여 종의 상품을 별도로 소싱한 것도, 네이버 고객을 공략하면서 기존 컬리 고객과의 경계를 지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죠.
이처럼 컬리는 다시 성장 엔진을 가동하려 하고 있습니다. 충성 고객은 더 단단히, 신규 고객은 더 폭넓게. 이번 제휴를 통해 성장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 컬리의 본심일 겁니다.
|
|
|
결국 매출이 잘 나와야 합니다
다만 이러한 네이버와 컬리의 노림 수들이 모두 통하려면 결국 컬리N마트의 흥행이 필수입니다. 네이버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생태계를 더 단단히 만들려면, 또 컬리가 물류 효율을 높이려면 결국 주문이 폭발적으로 나와야 하거든요. 그래야 네이버는 멤버십 경쟁에서 힘을 얻고, 컬리는 물동량을 확보해 물류센터를 풀가동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회사가 서로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강력한 결합을 택한 건 주목할 만합니다. 잃을 걸 감안하더라도 ‘판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죠. 큰 승부수를 던져야만 유의미한 반전을 만들어낼 기회가 생기니까요.
이제 결과는 숫자가 말해줄 겁니다. 올해 4분기 실적이 공개되는 시점이면, 네이버가 멤버십과 거래액 모두에서 성과를 냈는지, 컬리가 물류 효율을 기반으로 수익 반전을 이뤄냈는지가 확인될 건데요. 저도 그때 다시 이번에 던진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다시 한번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
|
|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이번 컬리와의 제휴를 알리며 ‘커머스 밋업’이라는 큰 행사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컬리N마트의 청사진만 공개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그 속엔 업계가 주목할 만한 다른 포인트들도 많이 숨어 있었죠.
과거에는 자체 콘텐츠 서비스 중심으로 생태계를 채웠다면, 지금은 방향을 확 바꿔 ‘외부 파트너십’을 전면에 세우는 모습입니다. 더욱이 제휴 서비스 숫자를 불리는 게 아니라, 전략적 의도가 분명히 읽힌다는 점이 흥미롭고요.
|
|
|
상당히 까다로운 3가지 조건
이러한 네이버의 파트너십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이 처한 현재 상황을 짚어봐야 합니다. 네이버는 구체적인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실적 발표 때 공개되는 멤버십 매출 추이를 보면 성장 여부를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데요.
작년 4분기, 넷플릭스 제휴를 시작한 시점 이후 구독 매출은 뚜렷하게 뛰어올랐습니다. 이전까지는 정체와 반등을 반복하던 그래프가, 그때부터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죠. 일시적인 반짝 효과가 아니라, 파트너십을 통해 신규 가입자를 끌어오고 동시에 유지까지 가능하다는 게 확인된 겁니다. 그러니 네이버가 파트너십 확장에 더 속도를 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릅니다.
|
|
|
그렇다면, 네이버가 파트너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조건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세 가지 기준을 정리해 봤습니다.
① 글로벌 서비스: 불편하지 않은 파트너
네이버가 손잡은 기업들을 보면 글로벌 서비스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우선 눈에 띕니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우버 모두 해외에서 성장한 후 국내에 진출한 기업들이죠.
그렇다고 네이버가 단순히 글로벌 서비스를 더 선호하는 건 아닐 듯합니다. 네이버 자체가 워낙 많은 영역에 걸쳐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니, 국내에서 직접 경쟁하는 기업과는 제휴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 짐작되는데요.
예컨대 택시 호출 분야에선 카카오 모빌리티가 절대 강자인데,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핵심 축이 ‘네이버페이’인 만큼 경쟁자 '카카오페이'를 운영 중인 카카오와 손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러다 보니 이해관계 충돌이 적은 글로벌 서비스들이 자연스럽게 선택지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② 시장 내 입지: 압도적 1위 혹은 빠른 추격자
파트너십의 또 다른 공통점은 시장 포지션입니다. 넷플릭스처럼 이미 확고한 1위를 차지한 기업이라면, 네이버가 먼저 손을 내밀 수밖에 없습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핵심 목표가 가입자 기반의 외연 확장인 만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서비스와의 제휴가 가장 효과적이니까요.
반대로 모든 1위와 손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한데요. 이때 네이버가 주목하는 건 성장 속도입니다. 스포티파이, 우버 원은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넓히며 기존 강자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는 대표적인 ‘강력한 추격자’들입니다. 네이버 입장에선 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인 선택이 되는 거죠.
③ 쿠팡이 못하는 것: 확실한 차별화 무기 마지막 조건은 차별화입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우버 원, 컬리 등 다양한 파트너십 혜택을 모두 월 4,900원 안에 묶어 제공합니다. 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구성이 이용자들에게 “네이버플러스는 다 들어 있는 멤버십”이라는 인식을 주죠.
여기에는 쿠팡을 의식한 전략도 숨어 있습니다. 쿠팡은 제휴보다는 직접 서비스를 구축하는 방식을 택해 왔습니다. OTT는 쿠팡플레이, 배달은 쿠팡이츠처럼 말이죠. 하지만 전문 사업자들과 비교하면 콘텐츠나 서비스 품질에서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고, 아직 손대지 못한 영역도 많습니다.
반면 네이버는 넷플릭스를 통한 OTT, 스포티파이의 음원, 우버 원의 모빌리티, 컬리의 신선식품을 한 번에 엮어 ‘쿠팡에는 없는 혜택’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같은 가격이라도 훨씬 풍성한 선택지를 주며 차별화를 극대화하고 있는 겁니다.
|
|
|
본업을 잊어선 안 됩니다
다만 최근 들어 넷플릭스의 존재감이 워낙 커지다 보니,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는 듯합니다. ‘쇼핑 멤버십’이 아니라, 어느새 ‘콘텐츠 멤버십’이나 ‘라이프스타일 멤버십’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물론 인식이 어떻게 되든, 우선은 사람들을 가입시키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이 진짜로 제 역할을 하려면 결국 본업인 쇼핑 경험을 중심에 둬야 합니다. 고객이 멤버십에 머무는 이유가 꾸준한 쇼핑 혜택과 편리함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관건은 ‘장보기 습관’을 네이버 안에 심을 수 있느냐입니다. 이용자가 반복적으로 물건을 사는 경험이 뒷받침돼야 멤버십의 가치도 지속되죠. 네이버가 이번에 컬리와 손잡은 건, 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려는 시도로 보이는데요. 다만 경쟁자는 이미 더 앞서 있습니다. 쿠팡은 로켓프레시로 식품을 선점한 데 이어 패션·뷰티·리빙으로 빠르게 확장 중이거든요.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같은 콘텐츠 파트너로 가입을 유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처럼 진짜 승부는 결국 고객이 물건을 사는 순간에 갈립니다. 네이버가 쇼핑 본진을 지키고 강화하려면, 이제는 식품뿐 아니라 패션·뷰티·리빙 같은 카테고리에서도 더 큰 파트너를 데려오는 걸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네요.
|
|
|
📣 알려드립니다!
- 뉴스레터에 대해 의견 주실 것이 있으시거나, 광고/기고/기타 협업 관련해서는 trendlite@kakao.com으로 메일 주시면 됩니다📧
|
|
|
|
일시적 유행을 넘어 새로운 표준으로
이번엔 과연 성과로 이어질까요?
국내 음원 시장의 향후 판도는?
어쩌면 OTT 전환 자체가 문제였을지도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