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브로큰 임브레이스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추석 연휴 동안 맛있는 음식 많이 드셨나요? 경상도에서는 군소(경상도 사투리로 군수)를 산적으로 만들어서 제사상에 올립니다. 소고기, 어묵, 군수가 산적 삼종 세트를 이루지요. 그중에서도 군수는 쫄깃쫄깃한 식감에 씹을 때마다 간장 양념이 배여 나와 특히 맛있답니다. 인기리에 방영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낚시로 군수를 잡아올리는 걸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는데 생각보다 군수를 아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 놀랐어요. 님이 가장 좋아하는 추석 명절 음식은 무엇인가요? 지난 추석을 배부르게 했던 맛난 음식을 떠올리며 이번 주는 함께 밥먹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골랐습니다. 바베트의 만찬 (1987) "외딴 마을에 나이 지긋한 두 자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두 자매에게는 프랑스인 가정부가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바베트였습니다." 영화는 마치 오래된 동화책을 펼치는 듯 조용한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합니다. 덴마크의 어느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마티나와 필리파 두 자매가 살고 있어요. 마을 목사의 딸이었던 둘은 주일이면 얼마 없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모여 예배를 보고 풍족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더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서 소박하고 행복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건 그녀들에게 프랑스인 가정부가 있다는 건데요, 사치스러움과는 거리가 있어도 한참은 있어 보이는 그들이 어떻게 프랑스인 가정부를 두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자극적인 장면 없이 잔잔히 흘러가는 이야기와 평화로운 덴마크 시골 마을의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듭니다. 프랑스인 가정부 바베트의 비밀이 밝혀지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모여 멋진 만찬을 즐기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속의 따뜻한 온기가 스크린 너머로까지 흘러넘쳐 거실을 훈훈하게 데우는 느낌이 들어요. 감독 : 가브리엘 엑셀 러닝타임 : 1시간 42분 Stream on Watcha 카모메 식당 (2006) "어서 오세요." 사치에(고바야지 사토미 분)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일본 식당을 열었습니다. 식당 이름은 카모메 식당, 주메뉴는 오니리기. 식당을 열고 한 달째 손님이 없지만 사치에는 여유롭고 의연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모메 식당에 범상치 않은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헬싱키에서 일본 식당이라니, 너무 판타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 중에는 그런 환상을 좇기 위함도 있지 않을까요.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나오는 음식이 하나하나를 모두 맛보고 싶어집니다. 정성스레 내리는 드립 커피, 따뜻한 공기에 섞여 코를 간지럽히는 시나몬 롤의 향기, 따뜻하고 고슬고슬한 밥알이 씹히는 오니기리까지. 전 이 영화를 보고 오니기리가 너무 먹고 싶어서 주변 사람들을 이끌고 무작정 오니기리를 먹으러 갔습니다. 돌이켜보니 앞뒤 설명 없이 오니기리를 먹으러 가자는 저의 제안을 군말 없이 받아준 친절한 사람들이었네요. 그리고 코로나가 끝나면 꼭 평형을 마스터할 겁니다. 사치에처럼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고 레인 끝까지 가 볼 거예요.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러닝타임 : 1시간 42분 Stream on Watcha & Netflix 런치박스 (2013) "그 레시피로 하면 절대 실패 안 해. 지금은 안 믿지만 곧 믿게 될 거야. 한 입 먹으면 자기한테 타지마할을 지어 줄걸?" "타지마할은 무덤이에요, 이모." 인도 뭄바이에 사는 일라(님랏 카우르 분)는 매일 아침 남편의 도시락을 쌉니다. 가끔 향신료가 모자라면 윗집에 살고 있는 이모의 도움이 받기도 하고요. 요즘 남편과 사이가 소원해진 것 같아 살짝 쪽지를 넣기도 합니다. 도시락은 도시락 배달원의 손을 거쳐 남편에게 전달하는데요,엉뚱한 사람에게 일라의 도시락이 가고 맙니다. 영화를 보며 산더미 같이 쌓인 도시락에서 한번 놀라고 그 도시락이 섞이지 않고 제대로 각자 주인에게 배달될 수 있다는 데 두 번 놀랐습니다. 도시락이 바뀐 것 같다는 일라의 말에 그럴 리가 없다며 도시락 배달원은 손사래를 치고요. 일라는 도시락이 바뀌었는지도 모르는 남편 대신 그녀의 도시락을 먹는 낯선 사람이 조금씩 궁금해집니다. 인도 영화이지만 발리우드 영화는 아니에요. "라이프 오브 파이(2012)"에서 어른 파이 역할로 나왔던 이르판 칸 배우가 일라의 도시락을 먹는 호사를 누립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모의 얼굴이 무척이나 궁금했어요. 이모의 비법 레시피로 만든 카레, 무척이나 먹어보고 싶습니다. 감독 : 리테쉬 바트라 러닝타임 : 1시간 44분 Stream on Watcha 덧붙이는 이야기 음식의 말 레네 레제피 외 요리로는 별 특색 없던 덴마크 코펜하겐을 전 세계 미식가들이 방문하게 만든 레스토랑 노마의 오너 셰프 레네 레제피와 음식 잡지 "럭키 피치"의 공동 창립자이자 편집장인 크리스 잉이 쓰고 기획한 요리 에세이집입니다. 식재료부터 완성된 요리에 이르기까지 '음식'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책의 원제는 "당신과 나는 같은 것을 먹는다(You and I eat the same)"입니다. "먹는다"는 행위가 인생에서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는 지, 그리고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얼마나 다채롭게 만드는지 생생한 언어로 쓰여 있습니다. 저는 마지막 에세이인 "커피가 생명을 구한다"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내 앞에 놓인 커피 한잔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보일 거예요. 국어사전에서 "식구"라는 말의 뜻을 찾아보면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식구를 정의하는 건 혈연도, 제도도 아닌 함께 살고 무언가를 함께 먹는 행위인 것이지요. 풍성한 음식이 가득한 영화를 함께 나누면 님과 저도 식구처럼 다정한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Q 📬 금요알람 구독하기 || 친구에게 소개하기 https://url.kr/4aycxm 금요알람은 언제나 당신의 이야기를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