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구독자 재발송 레터 >오늘의 에세이 '터널의 빛과 그림자' + (feat. 방탄소년단 BTS 인터뷰)


043. 2022/1/26 수요


안녕하세요, 00님.


<봉현읽기>를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00님께 인사드리게 되어 기뻐요.


43번 글 일부를 보고 구독신청을 하셨을 터라,

이렇게 전체 글을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

2021년 4월 19일에 봉현읽기를 시작한 이후로, 

재발송은 처음이예요.


인생은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SNS를 지우고 산 이야기'가 SNS에서 화제가 되다니...

다 버리고 놓아버린 경험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지고 오네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 놀라는 순간마다,

힘 빼고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00님은 이 글의 어떤 포인트가

마음에 와닿으셨던 걸까요?


저는 SNS를 안하는 일주일동안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 것 같아요.

지나보니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처럼 

뭔가 독소가 빠진 듯한 느낌이 있는데요.

해야 할 것이 있고 느낀 바가 있어서

다시 SNS를 시작했지만,

분명 이전과는 뭔가 다르다는 게 느껴집니다.


00님도 혹시 이 글을 읽고, 

잠시 SNS가 없는 시간을 가져보시게 된다면

어떠셨는지 이야기 들려주세요.

아래 링크에 있는 블로그 안부 게시판에 

남겨주시면 제가 빠짐없이 챙겨 읽는답니다.

(비밀 글로도 가능! 답장을 모두 남기진 못하지만요 😢)


_


글에서 보셨다시피

요즘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출간을 앞둔 원고를 살피고, 

먹고 살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막막함이 감당이 안되서 잠을 설치고

또 그러다가 기분이 좋아서 혼자 춤도 추고..

종잡을 수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지요.


 <봉현읽기>의 글을 담은 책이

3-4월 쯤에 출간될 예정이예요.

(물론 이 글도 수록되고, 지난 글들의 모음입니다.)


원래는 1주일에 1개는 꼭 보내는데,

지난 원고들을 다시 정리하는 중이라

조금 뜸하게 레터를 보낼 거 같아요.

더 단단하고 따스한 글을 담은 책을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0님은 요즘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혹시 오늘 하루가 쓸쓸하고,

내가 너무 초라하고,

모든 게 막막하기만 한,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그런 이야기를 마음에 담고 계시다면.

안부 게시판이든 일기장이든

00님도 글을 써보시면 어떨까요.


제가 이렇게 제 속내를 글로 털어놓는 것처럼요. 



봉현


터널의 빛과 그림자


SNS를 지웠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지우자 휴대폰을 보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매시간마다 습관처럼 들어가서 손가락을 올려가며 하릴없이 들여다보던 시간이 모조리 없어졌다. 안 그래도 아무도 안 만나고 종일 아무 말도 안 하며 지내는데, SNS를 하지 않자 사람과의 연결고리가 모조리 없어졌다. 내게서 다른 사람들의 삶이 사라졌다. 완전히 혼자였다.



출간을 앞둔 책의 마감 디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근 4년 만에 나오는 에세이고, 일 년 동안 꾸준히 써온 글들에 애정이 많아 정말 잘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림 일도 겹쳐있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모든 걸 미루고 할 일에만 몰두하자고 결심했고, 운동도 약속도 산책도 드로잉 연습도 모두 멈췄다. 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지금은 그래야만 하는 시기라고 판단했다. 이렇게까지 모든 걸 차단하고 살았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만큼, 일만 했다.


하루 종일 글만 썼다. 일어나면 밥을 먹고 깨끗이 씻고 잘 차려입고 밖으로 나갔다. 어떤 날은 걸어서 연희동으로, 어떤 날은 버스를 타고 시청역 근처로 갔다. 카페에서 마감 직전까지 글을 썼다. 밤늦게 집에 돌아오면 그림 일을 했다. 새벽에 잠이 들고, 다시 일어나면 다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매일의 반복. 며칠 동안 그렇게 지내자 그 패턴에 익숙해졌다. 원고 진행이 쭉쭉 나갔다. 그림 마감도 일찍 완료해서 예약 메일을 보내둘 정도로 빠르게 진행했다. 이렇게만 한다면 불가능할 것 같은 마감 일정을 전부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게만 집중했다. 완전히 몰두해서 글을 쓸 수 있었다. 실타래가 풀리지 않던 글도 자연스럽게 풀려갔고 더 깊게 들여 볼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오직 나뿐이기에 그 누구의 눈치도, 어떤 상황도 살필 필요가 없자 모든 게 단순해졌다. 누가 행복한지 불행한지 아무것도 몰랐기에 비교 대상이 없어 내 지금이 괜찮은지 아닌지 느낄 겨를이 없었다. 잠시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온갖 생각과 불안이 자꾸 되돌아왔기에 그 상황을 피하려 계속 일을 했다. 하루, 아니 한시도 쉬지 않고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이 왔다.



결국 하루 종일 끙끙 앓았다. 열세 시간 동안 밀린 잠을 잤다. 온갖 꿈을 몇 번이나 나누어 꾸면서. 새벽에 눈을 떴는데 고립된 기분이 들었다. 다시금 깨달았다. 내가 잠시 사라진다고 해도 세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걸.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외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며칠 동안 누구도 내게 ‘무슨 일 있냐’ ‘혹시 아픈 건 아니냐’ 라고 물어보지 않았다. 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다들 각자의 삶을 살기에도 바빴을 것이다. 잠깐 의아했더라도 그저 알아서 잘 살고 있겠지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든지, 인생은 원래 혼자라든지 그런 감성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내게 안부를 물어봐 주었다면. 걱정해 주었다면.




외국에 있는 친구와 갑작스러운 페이스 타임을 했는데,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I Think you have a tunnel vision on your goals.”



터널 비전. 터널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시야가 극도로 좁아진다는 용어. 주로 심리학이나 범죄 사례에 부정적인 경우로 사용된다. 시야가 극도로 좁아져 객관적인 판단을 못 하게 되어 위험한 결과나 충동적 결정을 야기한다는 것. 하지만 지식과 창작의 영역에서 몰입의 경우, 복잡한 세계 전체를 제쳐놓고 극히 일부분에만 관심을 기울여 창의성과 집중력을 발휘하게 한다.



"우리의 하루는 24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그중 8시간은 잠을 잔다. 그리고 8시간은 일한다. 그럼 지금까지 16시간을 썼다. 그리고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하고 식사 준비를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럼 20시간이다. 우리의 24시간 중 20시간은 위와 같이 소비된다. 그래서 우리는 남은 4시간을 SNS를 하며 허비해서는 안 된다. 집중해야 한다. 나는 내가 있는 곳에서 한곳만 바라보며 (Tunnel Vision) 집중하고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다. 전략을 세우고, 목표에 집중하라." / 미국의 복싱 선수 메이 웨더의 말



요즘 나는 긴 터널 속에 있다. 검게 더러워진 얼굴에 낡은 신발을 신고 무거운 짐을 메고 절뚝절뚝 걷고 있다. 불과 일주일 동안의 일은 아니다. 사실 꽤 예전부터였고 지금은 터널의 가장 어두운 곳을 지나가는 중이다. 터널 비전의 사례들을 잘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오래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다른 것들을 놓치게 된다. 이번 짧은 기간만 해도 그랬다. 건강에 신경을 안 써서 몸이 아팠고 지나친 고립으로 외로움을 극대화했다. 분명 쉼과 환기가 필요한데도 쫓기듯이 터널 속을 달렸다. 아마도 나는 불안했던 것이다. 무너질까 봐, 더 갈 수 없을까 봐, 터널이 끝나지 않을까 봐. 끝에 도달해도 아무것도 없을까 봐.



나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고 그중 특히 RM을 사랑하는데, 그의 인터뷰와 말들에 큰 위로를 얻기 때문이다. 아래의 글은 손으로 적어 책상 옆에 붙여두었다.



“불안은 그림자 같다. 불안은 그림자 같아서 키가 커지면 더 커지고, 밤이면 더 길어진다. 그러니 마음속 반대편의 양가적 감정을 극복할 수는 없고, 다만 인간은 누구나 필연적인 고독이나 어둠을 갖고 가야 하니 안식처가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불안함과 친구가 될 수 있게 안식처를 여러 개 만들어 놨다. 피규어 수집을 한다든지, 좋아하는 옷을 산다든지, 모르는 동네에 가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구경한다든지. 버스를 타고 모르는 동네에 내려 다녀보면 내가 이 세계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느끼며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된다. 그럼 불안이 분산된다.“ 



어떤 수를 써도 내 안의 고독과 불안을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 SNS를 지우든 일에 몰두하든 사랑을 하든 어떻게든 되돌아왔다. 그래서 내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사람들의 삶을 기웃거리곤 했다. 일주일 만에 다시 들어간 SNS는 여전했다. 못 본 사이 놓친 것도 달라진 것도 없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다들 잘 살고 있어서. 잘 살고 있지 않더라도 괜찮은 척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서. 맛있는 것을 먹은 친구, 예쁜 것을 새로 산 친구,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 어제 읽은 책의 문장을 나누는 사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 나도 아는 상처와 고통을 안은 사람…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고있는 사람들. 다시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작년 초까지 행복이란 키워드에 꽂혀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일본에 가던 중 신문 칼럼을 읽었는데 인간은 절대 원하는 행복을 쟁취할 수 없다고 한다. 유전자에 그렇게 돼 있어서 하나를 달성하면 또 다른 데서 결핍을 느끼기에 영원히 행복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보다는 지금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러브 유어셀프’에서 나름의 결론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기 위한 과정, 내 꿈은 빌보드 1등도 아니고 나를 제대로 사랑해 주는 것이다. 내 추함과 초라함을 몇억 번 마주해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아서. “



평생 접점이 없을지도 모르는 RM이 하는 말이 절친의 위로처럼 느껴진다. (사실 만나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땐 몰랐지, 하여튼.)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하고 동경하는 아티스트조차도 ‘자신을 스스로 제대로 사랑하는 것’이 닿을 수 없는 꿈이라니. 결국 누구나 나 자신을 감당하기 힘든 건 당연한 것이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누군가를 보며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그 동굴을 빠져나오는 건 그 사람의 몫이고, 나는 그저 그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둠을 밝혀줄 빛과 목마름을 해소해 줄 물을 준비하면서. 마찬가지로 나의 터널 끝을 바라본다. 지금은 너무 어둡고 여전히 갈 길이 먼지, 아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가자. 친구가 내게 했던 다음 말을 기억하며.



”Towards the end of your tunnel vision, you will see the light.”







✍️  <BTS 인터뷰 전문 읽어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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