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안철준 촌장의 뉴스레터입니다 👀
알림을 껐을 때 우리에게 생기는 변화들
애플워치 SE2를 구입했습니다. 5년 전에 구입한 애플워치2의 배터리 수명이 거의 다해서 말이죠. 이젠 하루종일 써도 배터리가 짱짱합니다. 행복합니다. 🥰
하지만 새로 산 애플워치에 알림을 설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집중을 위해서 입니다.

집중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집중, 그리고 상대방에게 향하는 집중이 그것이죠. 애플워치에 알림 진동이 울리면 자연스럽게 손목을 들어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게 됩니다. 대화를 하는 동안에 애플워치를 확인하는 모습에 상대방은 그리 기분 좋을리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기 쉽죠.

"나보다 더 급한 무언가가 있나?"
"아니면 나와의 얘기가 흥미롭지 않은 건가?"
"빨리 대화를 끝내고 싶은가?"

그래서 상대에 대한 존중의 의미에서라도 대화 중에는 애플워치 알림은 꺼두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애플워치에 알람을 설정하지 않는 더 중요한 이유는 시시때때로 울리는 알림 때문에 내 집중력을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하루를 집중력 있게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고, 카카오톡, 문자, 메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핸드폰에서 울리는 수많은 알림들은 우리의 집중력을 갉아 먹습니다. 이를 위해서 단순히 애플워치에 알림을 막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죠. 스마트폰 자체의 알림 기능을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폰에는 집중모드 라는 기능이 있는데요. 방해금지, 수면, 업무 또는 그 밖의 다양한 조건들로 자신만의 집중 모드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정해서 딱 그 시간에만 알림을 확인하도록 하는 거죠. 물론 급한 전화 등은 받을 수 있도록 해 놓으면 정말 급하고 중요한 내용은 놓치진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상대방은 바로 답변이 오지 않아 살짝 답답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면 전화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솔직히 1시간 후에 내용을 확인했다고 해서 큰 일 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알림을 끄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집중모드를 사용한 지 일주일 정도 흘렀는데, 이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 수시로 핸드폰을 확인하는 습관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처음에는 알림이 오지 않으니 더 초조해지는 알림 금단 증상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만 잘 견디면 금단은 꽤 사라집니다)

  • 현재 처리해야할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가 훨씬 수월해 집니다. (이건 바로 효과가 나타납니다.)

  • 핸드폰과 스마트워치의 배터리가 확실히 오래갑니다. ( 이런 현타가 옵니다. 왜 애플워치를 새로 샀을까요? ㅠ)

  • 아내에게 확실히 덜 잔소리를 듣습니다. (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습관을 버리니 가정의 평화가 찾아봅니다)

  • 뭔가 준각성 상태에서 벗어나 조금은 여유가 느껴집니다. (솔직히 아직 멀었습니다. 삶의 여유는 알림을 끈다고 찾아오는 건 아닐테니까요)



아무튼 지금 당장 알림을 꺼보세요. 처음엔 초초할 겁니다. 자꾸만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서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본능적으로 일어날 겁니다. 아무런 알림이 없는대로 스마트 워치를 들어서 확인해보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그래도 금단증상을 잘 견딜 수 있다면 이 후엔 꽤나 집중력의 개선이라는 꽤 큰 혜택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이런 노력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주 수요레터에도 소개해 드렸던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에는 바로 이런 구조적인 이유가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집중력의 개선을 개인의 노력만으로 돌리게 되면 대부분 실패로 끝나게 됩니다. 왜냐면 개인은 시스템으로 구조화된 이런 알림의 사회 속에서 너무도 취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행동 사회학으로 무장한 글로벌 테크 기업의 수백 수천의 천재 전략가들과 개발자들을 각자의 개인의 힘으로 이기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글로벌 테크 기업이 원래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들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다만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이 사람들의 집중력을 앗아내어야만 수익을 내고 성장하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기술로는 추천 알고리즘, 즉시 알림 그리고 무한 스크롤 기능들이 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런 시스템을 원한 적이 절대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기를 원하고,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길 바라며,
더 깊고 의미있는 인간관계를 원할 뿐이죠.


지금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YouTube가 이런 우리의 바람대로 움직이고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절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현재의 성장 비즈니스 모델을 스스로는 절대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민의 의식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테크기업들이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유인하도록 push하고 이끌어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만, 글로벌 테크기업의 힘은 사실 너무 거대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패배의식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도둑맞은 집중력>의 요한 하리는 강조합니다. 불가능은 없는 것이고, 작은 연대와 공감에서부터 시작하다보면 길은 열린다는 것이 역사로 증명하고 있다고 말이죠. 이에 대한 방향성과 나름의 해결책이 궁금하시다면 꼭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조만간 리뷰 영상으로 올려볼 생각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중 스타터
촌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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