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학개론 15강]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김가람입니다.

안녕하세요, 김가람입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박사과정생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저는 정서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어떤 정서를 느끼는지 연구하고 있어요.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어요.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께서 제게 왜 놀란 표정으로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저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는데 말이죠. 아마 코로나 시기라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제 감정을 오해하는 일이 생겼던 것 같아요.


오늘 소개할 연구는 "마스크로 입을 가려도 사람들이 표정을 잘 인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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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표정이 더 중요하다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건 말보다 표정이래요.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죠. 의사소통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30~40%만이 언어적 정보이고, 나머지 정보는 표정, 눈길, 몸짓, 손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전달됩니다. 표정 등이 말보다 감정 상태를 잘 반영한다는 신호인 거죠. 말로는 짓말을 할 수 있지만, 표정은 숨기거나 위장하지 못하고 진짜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은 표정으로부터 많은 정서적 정보를 얻고 판단합니다. 특히, 눈과 입 부위가 중요한 역할을 해서 대화를 할 때도 우리는 눈과 입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스크 때문에 입이 가려지면서 표정을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워서 의사소통 과정에 오해가 생기는 일이 많아졌어요.



알듯 말듯한 너의 기분

연구 결과 마스크로 입을 가리자 사람들이 표정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어요. 미국 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인간의 정서를 6가지(행복, 놀람, 슬픔, 혐오, 분노, 두려움)로 나누는데, 저는 여기에 무표정을 더해 7가지로 얼굴 표정을 구분했어요. 사람들은 마스크로 입이 보이지 않을 때, 두려움을 제외한 모든 표정을 인지하기 어려워했어요. 슬픔과 혐오는 서로 잘못 인식될 확률이 높았고, 놀람은 무표정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았어요. 저는 정확한 분석을 위해 39명의 연구 대상자에게 선글라스로 눈을 가려보기도 했는데요. 연구 참여자들은 두려움을 인식하기 어려워했습니다. 두려움은 눈을 통해 드러나는 표정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실험을 통해 얼굴을 가리는 것이 표정 인식에 분명한 방해가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오해하지 않으려면

마스크 착용으로 아이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 또래 친구들과 감정을 교류하면서 '감정의 사회화'를 경험합니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는 거죠. 하지만 마스크 때문에 이런 훈련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표정 읽기 훈련이 필요합니다. 한 연구에선 1분 정도의 짧은 온라인 훈련으로도 표정 읽기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했어요. 얼굴 일부가 가려진 인물이 나오는 만화나 영상을 보며 감정의 사회화를 학습할 수 있죠. 또한, 마스크 때문에 상대방이 내 표정을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상대의 표정만으로 기분과 감정을 판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애초에 몸짓이나 억양 등 비언어적 표현을 더 풍부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노력한다면 서로 기분을 오해하는 일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서양인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도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요. 그동안 표정 연구는 주로 서양인을 중심으로 진행됐거든요. 기존 연구는 서양인은 입을, 동양인은 눈을 통해 상대방의 표정을 인식한다는 결론을 도출했어요. 하지만 실제 실험 결과 한국인도 서양인과 마찬가지로 입을 통해 표정을 인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또한, 서로 다른 성별일 때 표정 인식에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는 선행 연구도 있어 저도 실험을 통해 알아보았는데요. 예상과 달리 연구 대상자들은 성별과 관계없이 제시된 사진이 여성일 때 표정을 정확하게 읽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인은 여성의 표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가?"라는 연구 질문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개념
폴 에크만의 '6가지 기본 감정'
미국의 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인간의 기본 감정을 6가지(기쁨, 공포, 혐오, 분노, 놀람, 슬픔)로 정리해 1969년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는 얼굴 표정은 문화와 관계없이 진화적인 기원에서 비롯됐다는 찰스 다윈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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