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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2년째를 맞아 한편에서는 백신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한창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감염병 팬데믹의 재발 가능성이 높아진 시대에 우리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을 찾는 노력들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SDF다이어리에서 현실과 가상의 혼합 공간인 메타버스(Metaverse)’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소통해보려는 새로운 시도들을 몇가지 소개해 드렸는데요. 최근 부쩍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 세상과 초월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라는 개념도 사실은 1992년 미국 작가 닐 스티븐슨이 쓴 SF(Science Fiction 과학소설)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나왔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지난해 7월 발표된 알라딘의 분석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 대비 2020년 상반기의 과학소설 시장은 5.5% 성장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코로나 이후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SF 콘텐츠에 대해 들여다보려 합니다.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 크래시>21세기의 어느 미래, 경제 위기로 로스앤젤레스(LA)가 기업들 소유로 넘어가 더 이상 미연방정부의 소속이 아닌 시점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은 UC버클리를 졸업한 해커이자 피자 배달원인 히로 프로타고니스트와 스케이트 보드로 물건을 전하는 10대 메신저 YT인데요. 고글을 쓰면 나타나는 현실과 가상의 혼합 세계인 메타버스에서는 이들 두 사람이 전사가 되어 일종의 마약성 컴퓨터 바이러스인 스노 크래시를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스노 크래시바이러스는 가상 공간에서 컴퓨터를 망가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뇌기능까지 손상시키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바벨탑을 짓다가 언어가 달라지는 저주가 내려졌던 바로 그 고대 수메르인의 언어로 작성되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스노 크래시>메타 버스라는 용어 외에도 가상공간에서 개인들이 자신의 캐릭터로 흔히 사용하는 아바타에 대한 개념도 처음 제시된 곳입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2000년 한 기관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을 바꾼 2권의 책이 있는데 한 권은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이고 또다른 한권이 바로 스노 크래시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세계의 여러 지역들을 있는 세계 최초의 위성영상지도 서비스 구글 어스의 아이디어도 이 책의 어스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닐 스티븐슨은 또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의 친구로, 7년간 베조스의 민간우주개발회사 블루 오리진에서 근무했습니다. 많은 IT 개발자들이 젊은 시절 <스노 크래시>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보니, 실제 비슷한 기술이 가능해지는 현 시점에서는 개발자들이 오히려 그 책의 상상력을 구현해보고 있습니다.
"SF소설을 문학의 범주가 아닌 ‘미래 사회학’으로 본다면 그것은 예측의 습관을 길러내는,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는 능력으로서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아이들은 아서 클라크, 윌리엄 텐, 로버트 하인라인, 레이 브래드버리, 로버트 셰클리를 공부해야한다. 이 작가들이 우주선과 타임머신에 관해 알려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 그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어 부딪치게 정치적, 사회적, 심리적, 윤리적 문제의 정글 속을 상상력을 발휘해 탐험해 보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SF '미래의 ' 위해 읽혀져야만 한다."
-미래쇼크 中
미국 언론인 출신의 저명한 미래학자였던 앨빈 토플러는 이미 50년 전 미래쇼크’ (1970년 저서)라는 책에서 SF가 문학이 아닌 미래사회학으로 다뤄져야 하며,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SF를 가르쳐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과학에 대한 상상력 때문이 아니라 SF소설이 인간의 사고를 확장해 미래에 맞닥뜨릴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심리적, 윤리적 문제를 앞서 생각해보고 고민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가 새삼 관심을 가져야할 SF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난 30년간 SF분야의 기획과 번역, 칼럼니스트 등의 활동을 해온 한국 SF협회 초대 회장,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를 지난 11일 만났습니다.

최근 5년 사이에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SF전문가를 찾는 것을 보면서 SF라고 하는 것이 점점 현대 사회문화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그건 아무래도 SF에서 전망한 미래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좀 더 알고 싶어하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현실에 반영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이유 때문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정부 기관이라든지, 정부출연연구소, 각급 학교 등에서 제가 SF를 강의하기도 했고요. 심지어는 군이라든가 이런 다양한 곳에서 미래 전망, 짧게는 2030에서 멀리가면 2050 정도까지, 그러한 스케일의 근미래 전망에 대해 SF에서는 어떻게 그동안 묘사해왔는지 의견을 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SF를 어떻게 정의 하시나요?    
“SF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사이언스 픽션이니까 과학 소설이라고 번역이 될텐데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어가 넘어오는 과정에서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공상이라는 말의 뉘앙스가 좀 허황된, 뜬구름 잡는, 현실에서 벗어난 뭐 이런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어서 그동안 우리나라 출판이라든가 문화계 전반적으로 SF라는 장르에 대한 인식이 좀 더디게 갈 수 밖에 없었던 하나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과학기술이 우리 인간 사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20세기 들어서, 20세기 전반기까지는 어떤 과학기술 만능주의 같은 게 대세였죠. 과학기술이 우리에게 장밋빛 유토피아를 안겨다 줄 것이다 그랬다가 제가 볼 때는 1945년에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나서 비로소 우리가 과학기술에 대해서 의심과 불안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SF 장르는 과학기술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그 전부터 가져왔던 장르라고 볼 수 있어요. 과학기술 분야에서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애써 들춰내기 싫어하는 어떤 어두운 부분들을 스토리텔링의 형태로 보여준 거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과학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낙관적인 미래 전망은 정치가나 기업가들이 늘 하고 있는 얘기죠. 그렇지만 SF작가들은 그 과학기술이 우리 인간과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게 될 지 이야기 형태로 보여주다 보니 그러한 과정에서   인사이트를 주는 것이죠.
Q. 코로나 이후 새로 부각되는 SF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코로나19때문에 이 시대를 거쳐가는 세대들은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것들이 남지 않겠는가. 특히 이 시기 성장기에 민감한 정신적 형성기를 지나는 어린이 세대들은 평생 물리적 거리두기와 어떤 위생관념이 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비대면 방식의 사회적 소통 활동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선 물리적 거리 두기가 아주 극단화된 미래사회를 묘사한 작품 중에 아이작 아시모프의 <네이키드 썬>이라는, <벌거벗은 태양>이라고 국내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데, 그 작품은 그냥 다들 혼자 살죠. 혼자 살고 이웃하고의 거리가 1km이상 그러니까 대면이라고 하는 것은 평생 생각조차 하지 않고 대면 자체를 굉장히 꺼려하는 걸 넘어서서 공포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사는 미래의 우주 식민지가 배경인데요. 이 소설에서는 혼자 사는데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제공하는 인간형 휴머노이드 로봇이 한 사람당 거의 50대 정도씩 붙어있어서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게 서포트를 해준다는 설정인데, 물리적 거리두기가 극단화된 사회를 전망한 작품으로는 일단 그 작품이 떠오르고요

AI가 우리 현실에서 정말 어떻게 들어올 것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수용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테드창이라는 작가의 <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라는 소설이 있어요.  논문 같은 제목이긴 하지만 주인공이 원래 동물 조련사거든요. 그런데 새로운 일을 제안 받은 게 몸체를 지닌 AI를 맡아서 몇 년 동안 사회화 과정을 멘토링 해주는 일을 의뢰 받는 거죠. 그 작품이 AI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수용될 지에 대한 상당히 현실적인 가이드가 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유전공학이라는 측면에서는 벌써 나온지 오래된 영화지만 <가타카>라는 영화가 유전자 맞춤 아기가 일상화 되었을 때, 우리 삶의 모습이 어떨 지를 굉장히 잘 묘사하고 있죠. 제가 최근에 한가지 보고 살짝 놀란 게 뭐였냐면 <가타카>1997년 나온 영화인데 그 영화에 보면 미혼 남녀가 데이트를 하고 나서 몰래 상대방의 모근이 붙어있는 머리카락을 하나씩 챙긴 다음에 헤어지고 나서는 유전자 궁합을 봐주는 데로 달려가 가지고 우리 둘이 만약에 2세를 낳을 경우에 어떤 유전자를 갖고 태어날 건지 의뢰를 해서 그 자리에서 분석결과를 듣고 그러거든요. 근데 SKT에서인가 얼마전에 타액을 가지고 남녀의 유전적 궁합을 봐주는 서비스를 시작 했다라는 걸 유튜브 광고에서 제가 봤어요. 가타카에서 얘기했던 게 딱 그거거든요. 그래가지고 아이런 식으로 슬슬 하나씩 또 현실이 되어가는구나...

Q. 코로나를 지난해 겪으면서 저희가 지금까지 너무 인간중심으로 생각하고 살아왔구나 앞으로는 인간을 넘어서는 다른 생물들까지도 같이 살아가는 걸 생각해야하는 시대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됐는데요. SF콘텐츠 가운데 이렇게 좀 더 넓게 다룬 다른 것들도 있나요?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또 SF에서는 전통적으로 해왔던 얘기인데요.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환경, 친환경, 생태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익숙한 말로는 에코토피아이런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사실은 <에코토피아>라는 말이 70년대에 나온 SF소설 제목이예요. 어니스트 칼렌바크라고 하는 사람이 쓴 건데요. 70년대 초반에 캘리포니아 일부가 에코토피아라는 이름으로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해요. 그래서 그 에코토피아가 어떤 나라인지를 주인공 기자가 방문을 해서 그 사회 모습을 탐방하고 그 내용을 쓰는 형식으로 쓰여진 소설인데요. 지금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공유경제모델이 이미 그 사회에서는 다 기본적으로 세팅이 되고 있고, 기본적인 의식주를 영위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노동만 하면 그 나머지 시간들은 그냥 각자가 자기의 어떤 자아실현을 위한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이 되는 사회로 묘사가 되고 있고요
에코토피아도 그렇고 그보다 앞서 행동주의 심리학의 대가인 스키너가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이라는 책의 제목을 오마주해서 <월든투>라는 소설을 썼는데, 에코토피아랑 비슷하게 공유경제가 기본적으로 설정돼 있고, 최소한의 노동을 한 뒤 자유시간은 각자가 자아실현이나 자신만의 행복추구에 시간을 온전히 투자하는 게 가능한 그런 사회를 다루고 있어요.    
Q. 대부분 해외 작품들을 언급해 주셨는데요. 국내 작품 중에서 혹시 최근에 눈에 띄는 것도 있을까요?
최근 2~3년 사이에 국내 SF작가들의 작품이 출판시장에서도 굉장히 비중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예전에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이슈들 가운데 최근에 와서 표면화가 된 것들을 소재로 한 것이 많은데, 예를 들어서 페미니즘이라든가 성소수자를 포함한  여러 사회약자들, 마이너리티들에 대한 부분들을 SF적으로 해석하거나 SF적으로 수용한 작품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쪽 분야 독자층도 두꺼운 편이고요.  20, 30, 40대 여성분들이 제가 알기로는 제일 큰 독자층이거든요.

김보영 작가님의 작품들이 영미권에서 영어로 번역이 돼서 올봄에 출간이 될 예정인데, 저 이승의 선지자 번역하던 분이 김보영 작가한테 캐릭터의 성별이 뭐냐?” 물었을 때 김보영 작가가 처음부터 정해놓고 쓰지 않았다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영어에서는 항상 HE아니면 SHE가 돼야 되니까 번역자가 당혹스러움을 느꼈나 봐요. 이런 식으로 고착화되고 정형화되어 있는 어떤 성 역할이라고 하는 것도 SF에서는 좀 자유로워지고 있거든요.

SDF2019년의 대표 연사였던 벌새의 김보라 영화 감독이 차기작으로 SF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초엽씨의 작품을 선택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얼마전 전해졌는데요. 박상준 대표는 SF콘텐츠들이 미래 과학기술을 예측하고 전망하기보다는, 미래과학기술이 우리에게 미치는 정치적, 사회적, 윤리적, 심리적 영향들을 탐색하는 분야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21세기에는 과학적 상상력을 넘어 윤리적 상상력, 혹은 가치 전복적 상상력까지 더해진 SF 작품들이, 우리가 객관적으로 현재를 성찰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금처럼 힘든 시기, 어떻게 다르게 살아가야 할 지, 관심 가는 SF작품으로 고민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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