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첫 문장입니다. 거대한 공권력 아래에서 무력함을 느끼는 지식인을 다룬 소설로, 오늘날까지도 베스트셀러로 자리하고 있죠. 프라하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요🎞 필립 카우프먼 감독의 <프라하의 봄>이 그것입니다. 이 영화는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원작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지만, 음악을 사용함에서도 호평받았어요. 오늘은 이 영화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 레오슈 야나체크의 곡을 함께 보고자 합니다. 밀란 쿤데라가 사랑한 작곡가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 <비밀편지>가 궁금하다면 따라오세요!💨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1803년 나폴레옹 전쟁, 그리고 1830년과 1848년에 각각 벌어진 7월 혁명과 2월 혁명 등을 거치며 유럽에는 ‘민족주의’가 강하게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여기와 관련해서는 🔗동유럽의 민족주의와 음악을 다룬 뉴스레터가 있으니 참고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1854년 체코에서 출생한 야나체크 역시 민족주의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은 작곡가 중 하나입니다🇨🇿 그가 60세가 되던 해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는데요. 이 전쟁은 그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독일 음악적인 색채를 배제하고, 체코의 민요나 민속 춤곡에 집중하여 이를 자신의 음악에 녹여내기 시작했거든요👌🏻 사실 이전까지 야나체크는 음악가로서 유명세를 누리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전쟁을 겪은 후, "민족주의 음악"이라는 자신만의 색채를 인정받으며 20세기의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부상합니다.

원장은 실로 당황했다. 토마스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말은 일종의 암시였다.

베토벤의 마지막 4중주곡 마지막 악장은 다음의 두 모티브에 따라 작곡되었다.

Muss es sein? Es muss sein! Es muss sein!

(그렇게 해야 하나? 그렇게 할 수밖에! 그렇게 할 수밖에!)

밀란 쿤데라가 쓴 원작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는 베토벤의 🔗현악사중주가 등장합니다. 이 현악사중주의 4악장에는 Es muss sein? (그래야만 하는가?) 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요. 음악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인지 굉장한 음악 애호가였던 쿤데라는 이 음악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원래 영화 <프라하의 봄>을 제작할 때도 책의 내용을 반영하여 베토벤의 음악을 쓸 계획이었다고 해요🎵

그러나 웬일인지 쿤데라는 베토벤이 아닌 야나체크의 음악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영화 내에서 재생될 음악은 ‘너무 무겁지 않고 가벼우면서 단순한 음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는데요. 영화에 등장하는 야나체크의 음악을 몇 곡 소개해 드릴테니 찬찬히 음미해보세요. 영화를 보시면 더욱 좋고요!

🎧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에서(On an Overgrown Path)

🎧 프리덱의 마돈나(The Madonna of Frýdek)

“당신은 내 모든 음표 뒤에 생생하고도 사랑스럽게 존재하오.

당신 몸의 향기, 불타는 키스… 이 모든 음표가 당신에게 입 맞추고 있소.”

-야나체크가 카밀라에게 보낸 편지 중

곡의 제목이 비밀편지라니, 왠지 은밀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앞서 야나체크가 굉장히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요. 이런 성격은 늦깎이 짝사랑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27살, 스승의 딸과 결혼한 그는 그로부터 약 35년이 지난 63세에 돌연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돼요. 상대는 카밀라라는 여성으로, 이미 기혼자였던 카밀라는 야나체크보다 무려 38살이나 어린 25살이었습니다. 야나체크는 이에 굴하지 않고 카밀라에게 무려 11년 동안 약 720여 통의 편지를 보냈어요. 그래서인지 이 편지들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비밀편지>는 듣는 것만으로도 그의 감정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해외 연주자들이 내한하면 하나같이 놀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관객들의 연령층입니다. 젊은 관객이 많은 만큼 재미있고 실험적인 공연도 많이 이루어지는 한국. 우리의 자랑은 비단 젊은 관객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뜨고 있는 연주자들을 보면 거의 10-20대일 정도로 그 연령층이 매우 낮죠😲 어린 연주자들이 세계적으로 큰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라이징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그들의 음악적 성장을 독려하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클래식계의 대표적인 기획사 ‘스톰프뮤직’에서 라이징 아티스트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이들의 이름과 음악을 기억해두세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더 멋지게 성장할지 종잡을 수 없는 그야말로 ‘탱탱볼’ 같은 연주자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