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월간 독립출판
'월간 독립출판' 스물다섯 번째 편지
독립서점 '새벽감성1집'과 객원 에디터 10인이 함께 만드는 이메일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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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너무도 더운 여름. 뜨거운 마음의 기록을 펼쳐보실래요?

8월은 여름의 한복판입니다. 햇빛은 맹렬하고, 땀은 연신 흐르며, 바람마저 뜨겁게 느껴지는 계절이죠.
모든 것이 과열된 듯한 이 시간 속에서, 마음 또한 덩달아 들뜨거나, 혹은 지치거나, 어딘가로 흔들립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마음에도 계절이 있다면 여러분의 여름은 어떤 풍경일까요?


단짝친구보다 더 솔직한, “에세이”

누군가에게 여름은 반짝이는 햇볕처럼 열정이 넘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시도하고, 떠나고, 바꿔보려는 용기가 자라나는 시간이죠.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위와 함께 무기력함이 깊어지고, 장맛비처럼 끝없이 내려앉는 우울의 계절일 수도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는 때로 감정의 여유를 앗아가고, 고립감과 외로움은 그 안에서 더 선명해집니다. 이 복잡한 마음의 여름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습니다.

이번 ‘월간 독립출판’에서는, 자신의 우울을 정직하게 기록한 한 사람의 글과 그 글을 곁에서 바라본 정신과 의사의 시선을 함께 담았습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마음이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는지, 그 감정 속에서 어떻게 고통과 회복이 교차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람의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기록입니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오해하고, 얼마나 자주 자신의 마음을 놓치고 사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이 책과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위로가, 또 누군가에게는 이해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 마음의 온도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8월의 객원 에디터

노현재 : 정신과 의사이자, 산만한 삶을 잘 살아내려 애쓰는 사람입니다. 진료와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결을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여연경 : 수능중독에서 탈출하여 <다섯 번째 유서>, <우울 파르페>로 우울증, 조울증 환자에게 공감으로 위로를 드리는 작가입니다.

(ㄱㄴㄷ순)
이달의 독립출판을 소개합니다!

Part 1 — 노현재 작가가 여연경 작가에게 묻다

노현재 작가 :   조울증이라는 병을 겪으며, ‘이건 아마 나만 그런 게 아닐 거야’ 하고 느끼셨던 순간이 있으셨을까요? (그 감각이 책을 쓰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여연경 작가 : 조증인지 우울의 회복인지 헷갈렸을 때가 있어요. 조울증을 겪으며 얻은 혼란이라는 새로운 감각이었어요. 조증, 울증은 감정을 뭉뚱그려서 느끼게 해서 다른 감정이 끼어들 틈이 적은데 혼란스러운 감정이 갑자기 끼어들어 당황했지만, 책에서 말하는 감정의 갯수도 늘어나게 해주었고, 조울증 환자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 되었어요.


노현재 작가 :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회복에 어떤 방식으로든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혹시 글쓰기가 마음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다고 느끼셨는지요?


여연경 작가 : 글을 배출하면서 감정도 배출한 것 같아요. 당연히 힘들어서 쓴 글이지만 대나무숲에 비밀을 말하는 사람처럼 속이 좀 시원하기도 했어요. 결과로도 제 책을 읽고  공감을 많이 하셨다며 보내주시는 팬레터등으로도 많이 회복에 도움이 되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우울이라는 장르에 갇혀 행사에서 관심을 얻지 못할 때는 저도 힘이 들기는 해요. 공감을 해주셔서 힘을 얻지만 공감이 없으니 힘이 쭉 빠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노현재 작가 :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느끼셨던 감정이나 기대는 어떠셨나요? 정신과 의사에게 바랐던 점들이 실제로 충족되었는지도 조심스레 여쭙고 싶습니다. 


여연경 작가 : 허황된 말을 해주시진 않았거든요. 무조건 나을 수 있다든지 약만 잘 먹으면 된다든지 말이에요. 근데 대신 제 책을 사서 읽어주셨어요. 그리고 처음에는 의사분께 공감을 얻고 싶었지만 지속적으로 덤덤하고 도덕적으로 잘 못된 일에만 지적을 해주신게 감사했어요. 일관된 태도와 특히 제 감정이 담긴 책을 읽어주신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노현재 작가 : 책 속에 등장하는 문장과 감정들은 고통을 매우 생생하게 전달하면서도 동시에 깊은 해석을 시도하고 계셨던 듯합니다. 작가님께 ‘말로 풀어내는 것’은 치료적으로 어떤 의미였을까요? 


여연경 작가 : 감정을 뭉뚱그려서 표현하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당시 담당 의사분께 들었어요. 그리고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치료에서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조금 더 더 더 세세하게 감정을 표현하려고 애썼습니다. 저는 정말 낫고 싶었고 낫고 싶거든요.


노현재 작가 :  작가님께 ‘회복’이란 어떤 상태를 의미할까요? 이 책을 쓰셨던 시점의 자신은 그 회복의 어느 지점에 있다고 느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여연경 작가 : 죽고싶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상태이며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에 혐오감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때 꽤나 열정적으로 책을 출간하는데 시간을 쏟았어서 당시에는 거의 회복한 상태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돌아보면 경조증인 것 같아요. 과하게 책에 집착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네요.


노현재 작가 : 자신의 정신질환 경험을 문학으로 표현하는 작업은 용기와 정교함을 모두 요구하는 일일 텐데요. 이러한 작업을 하는 분들께, 정신과 의사나 전문가들이 어떤 태도로 다가가주었으면 좋겠다고 느끼시는지요?


여연경 작가 : 긴 상담을 바라지는 않아요. 상담사가 아니신 것을 환자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단순히 정신질환을 자신 혹은 타인을 향한 폭력으로 배출한 것이 아니라면 지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정신질환 경험을 표현해서 회복을 하려고 하는 것은 저는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부정적인 말 보다는 환자를 지지한다는 말 한마디로도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Part 2 — 여연경 작가가 노현재 작가에게 묻다

여연경 작가 : 예술로 정신질환을 표현하는 방법은 어떤 것 같나요? 제일 좋은 감정 배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노현재 작가 : 저는 예술이 감정과 고통을 표현하고, 동시에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굉장히 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예술은 ‘무엇을 느끼는가’뿐만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발견하게 해주거든요. 꼭 미술이나 음악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낙서를 하거나, 의미 없는 단어를 반복해서 쓰거나, 남이 보지 못할 일기를 쓰는 것도 충분히 예술의 일부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해소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표현 가능한 무언가로 바꾸는 과정에서 우리는 감정을 다시 소화하게 됩니다. 그래서 예술은 정서적 해소를 넘어 자기이해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감정 배출 방법은 결국 ‘내가 지속 가능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으면서, 반복해도 죄책감이 남지 않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되는 방법이요. 누군가에게는 그게 운동일 수도 있고, 요리일 수도 있고, 일기일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글쓰기와 사람과의 대화가 그런 도구였습니다.


여연경 작가 : 수험생 시절 학업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하셨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방법이 괜찮았다고 생각하시나요?


노현재 작가 : 사실 저는 수험생 시절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은 많지 않습니다. 공부 자체도 어느 정도 좋아했고, 성취감도 있었고,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순간이 너무 좋았거든요. 칭찬을 들으면 이상하리만치 신이 나서,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공부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공부를 좋아했다기보다는,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어요. 성취는 곧 애정을 얻는 방식이었고, 그게 저를 몰입하게 만들었죠. 돌이켜보면 그것이 무조건 건강한 동기는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그게 저를 지탱하는 힘이었어요.

물론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땐 학교 수업을 땡땡이 치고 플스방에 가서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이랑 닭꼬치 먹으러 나가면서 그냥 털어버렸어요. 그정도만으로도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때가 그립기도 하구요. 요즘엔 비싼 걸 사도, 해외 여행을 가도 스트레스가 잘 안풀리는 것 같아서요. 오히려 그 때의 저는 별다른 전략이나 거창한 스트레스 관리법 없이, 그때그때 기분을 바꾸는 단순한 방식으로도 잘 푸는 건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여연경 작가 : 이 책을 어떤 질환이나 성격을 가진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노현재 작가 : 저는 이 책이 특정 질환으로 범주화된 사람들만의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계성 성격장애나 조울증이라는 진단명을 가진 분들께는 물론 깊이 와닿을 수 있겠지만… 진단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속 깊은 곳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책이 자주 무너지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 싶어하는 모든 분들께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연경 작가 : 영원하지는 않지만 평생 존재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노현재 작가 : 저는 “관계의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시간이 지나고 물리적으로 멀어지더라도, 그 사람이 내게 남긴 감정의 결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함께 웃었던 순간, 따뜻한 말 한마디, 눈빛 하나까지도 내 안에 고요히 남아 살아 있죠. 그 감각은 다시 만나지 않아도, 연락이 끊겼다 해도, 여전히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됩니다.

관계는 결국 감각의 형태로 기억에 남습니다. 그것은 어떤 말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어떤 설명보다 더 깊이 스며듭니다. 힘들 때 문득 떠오르는 사람의 표정, 내게 위로를 건넸던 목소리처럼요. 그런 감각은 때로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합니다.

영원히 지속되는 관계는 없을 수 있어도, 그 관계에서 비롯된 감각은 평생 내 곁에 머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그걸, 영원하지는 않지만 끝내 사라지지 않는 긍정적인 것이라고 하고 싶네요.


여연경 작가 :  정신과 진료에서 공감 말고 환자에게 어떤 말을 건네시나요?


노현재 작가 : 공감은 면담에서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공감만으로는 환자가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가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지금 이 말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는 이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내가 진심으로 믿는 말, 그 사람에게 필요한 말, 그리고 함께 겪어온 이야기에 기초한 말을 조심스럽게 건넵니다. 때로는 그것이 조언일 수도 있고, 때로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정중한 의견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내가 당신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공감만으로는 닿지 못하는 깊이에, 그런 진심이 조심스럽게 닿는다고 믿습니다.


마무리하며–

8월의 글을 지으며, 작년에 살던 저의 의견, 감정, 노력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저는 <우울 파르페>가 정신질환자 분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해왔거든요.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어보니 학벌주의에 빠져있는 분들, 가벼운 우울로 싱숭생숭한 분들에게도 어쩌면 감정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도 좋은 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감정이 어떤지도 적혀있지만 학벌에 대한 스트레스가 은근히 계속 드러나더라고요. 


반면에 극도로 자살사고에 빠진 분들에게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러워 지기도 했어요. 바로 어제 제가 자살사고가 너무 심해서 제 책을 읽어봤는데, 마지막장에 있는 글이 그저 살아가자는 이야기였거든요. 그런데 정작 글을 쓴 본인인 제가 그 글을 읽을 때는 도저히 그 글대로 하지 못하겠어서 저와 같이 느끼신 독자분들이 계실까봐 조금 아프기도 했어요.


우울함은 정말 누구든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잖아요. 각자 해소하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정말 어떻게 우울을 해소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제 글을 읽고 우울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길 바라요. 우울은 정말 모든 사람이 느끼지만요. 가장 감추는 감정 같기도 해요. 저는 제 우울을 감추지 않을테니, 기꺼이 공감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계절인 여름은 해가 길고 밤이 짧지만, 계속 밤에서 사시는 분들도 계실 거란 생각이 들어요. 저도 해결하지 못 한 일이라 해드릴 수 있는 것은 공감뿐이지만 부디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울하지 않은 분들도요.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니까요. 그리고 꼭 나으라는 강박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냥 건강하길 바랄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분들께. 

우울파르페
여연경 에세이

파르페는 카페에서는 좀 무거운 편이죠. 하지만 식사에 비하면 가볍디가볍습니다. 우울 파르페는 그냥 에세이라기에는 조금 무겁고 우울 에세이라기에는 가볍습니다. 조울증에서 느끼는 오르락 내리락하는 감정을 파르페에 비교해서 표현한 책입니다. 

2025년 '월간 독립출판'은 객원 에디터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꾸려 나가려고 합니다. 새벽감성1집 독립서점에서 발행하지만, 새벽감성1집에 없는 책도 소개합니다. 이미 절판인 도서와 신간 도서를 섞어 소개할 예정입니다. 때로는 여러 독립서점 이야기도 전해드립니다. 에디터님들과 함께 만들어질 '월간 독립출판'을 기대해 주세요!
 
다음번엔 당신의 취향을 소개할 거예요!
월간 독립출판은 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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