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라이브러리_#관계 #사랑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도 독립영화가 주는 다채로운 재미와 의미, 💓인디즈큐 구독자 여러분들은 잘 알고 계시죠? 독립영화를 찾아헤매는 인디씨커👀를 위해, 인디즈가 87편의 독립영화를 1년동안 소개해드립니다💌 이번에 소개할 섹션은 인디즈 박이빈 님의 [비밀펜으로 적은 쪽지]입니다. 1편의 장편영화와 4편의 단편영화가 담겨있어요. 해당 섹션은 4월 15일(토)까지 관람이 가능합니다. 메일 하단의 링크를 통해 무료로 감상하세요✨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에서는 매해 독립영화의 감상 기회를 확대하고 영화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독립영화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작품을 보다 깊고 흥미롭게 만나보실 수 있도록, 인디즈가 전 작품 큐레이션의 배경을 함께 말해주었어요. 어떤 작품을 볼까 고민될 때에는 큐레이션 비하인드 스토리 먼저 체크!✅
인디즈 큐!레이션 비하인드 스토리
딥! 인사이드 큐레이션 ✉️ 5. 비밀펜으로 적은 쪽지

쪽지와 얼굴들

 

‘비밀펜으로 적은 쪽지’는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덕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웃고, 떠들고, 싸우고, 복도에서 뛰고,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궁금해하며 학교를 왁자하게 만들 때 저는 아직도 제 책상 서랍장 속에 모여 있는 쪽지들을 떠올렸어요. 그 중에서도 비밀펜의 끝에 달려 있는 빛이 있어야만 읽을 수 있었던 쪽지와 사랑한다고 꾹꾹 눌러 썼다 지운 자국이 남아 있었던 쪽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생각해요. ‘이거 너만 봐!! 딴놈이 열면 쥬금!!’ 같은 경고가 달려 있었던 쪽지들도요. 그리고 저는 손바닥 크기를 웃도는 종이 안에 시시콜콜한 장난들, 알아 줬으면 하는 비밀들, 크고 작은 용기들이 있었다는 걸 이 큐레이션 속 다섯 편의 영화들을 보며 다시 배울 수 있었어요.

 

제가 갖고 있는 쪽지에 적힌 글들을 가만가만 들여다 보면, 이번 큐레이션에 포함된 작품들 속 인물의 얼굴들이 떠올라요. 이를테면, 〈도시락〉의 ‘유정’은 동생을 위해 생애 첫 도시락을 만들지만 건네야 하는 순간에 잔뜩 위축된 얼굴을 해요. 〈눈을 감고 크게 숨 쉬어〉의 ‘동구’는 서툴지만 다정한 얼굴로 서걱거리는 사과를 건넵니다. 〈하나의 마음〉에서 ‘하나’는 황에게만 곧고 용감한 얼굴로 황의 곁을 지켜요.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의 ‘산하’는 친구를 그리워하며 거듭 사랑을 보내는 아주 정적인 얼굴을 보여 주기도 해요.

 

결국 이번 큐레이션의 영화들은 타인이 누군가를 위해 행동할 때, 또렷한 말들을 전하고 마음을 전할 때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 주고, 그래서 제게 하나하나 소중한 쪽지 같은 영화가 되어 주었어요. 적고 있는 지금도 다섯 편의 이야기 덕에 애틋함을 느낍니다. 이번 지면을 통해, 이 비밀스럽고 개인적이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얼굴들이 관객 분들을 만나 가끔씩 떠올릴 수 있는 쪽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합니다. 사랑 담긴 이들의 얼굴을 만나 주세요!


 인디즈 박이빈
작품 소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감독 고한벌|다큐멘터리|102분|전체관람가
시놉시스
월악산 아래 있는 제천덕산초등학교에는 6년 동안 한 반으로 지낸 15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여느 학교 아이들처럼 수업 시간에 다소곳이 앉아있질 않는다. 학교를 마치면 냇가에 숨겨진 비밀 장소에 모이기도 하고, 감정 조절도 못 하는 어른이 담임이 되었다며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교실에 얌전히 앉아있는 아이들을 상상했던 신규교사 윤재는 예상과 다른 아이들의 모습에 당황한다. 졸업을 향해 가는 아이들의 시간. 아이들의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무엇으로 가득 채워져 있을까.
Review
계절은 흘러가고 아이들은 자라난다. 영화는 제천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6년 동안 함께 지낸 아이들의 1년을 담는다. 사람들을 비추는 달처럼 카메라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묵묵히 비춘다. 그런 카메라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아이들은 카메라를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대한다. 눈치도 보고 애써 무시하기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장난도 걸면서 카메라는 서서히 아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달은 같은 자리에 있는데 하늘을 올려다보는 우리는 달이 따라오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느낀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따뜻한 믿음으로 아이들은 제각기 다른 생각을 하며 저마다의 속도로 계속 몸과 마음을 키워나갈 것이다. [인디즈 김소정] 
도시락|감독 오한울|극영화|19분|전체관람가
시놉시스
도시락이 필요하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게 된 누나. 눈이 보이지 않아 한 번도 요리해본 적 없지만, 동생을 위해 처음으로 도시락을 만든다.
Review
6교시까지 하는 날, 유안은 유정에게 전화해 수돗물에서 빨간 물이 나와 급식 없는 날이 되었다고 전한다. 유정은 동생 유안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가져다 주고 싶다. 기왕이면 맛있게, 유안이 좋아하는 토토로 모양으로. 〈도시락〉은 신중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남매의 하루를 비추고 있다. 가령 비장애인의 ‘배려’가 장애인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지에 대한 장면이 그러하다. 나도 모르게 유정의 도시락을 유안이 먹어 주었으면 바라게 되는 것은 이 서사가 가진 힘이다. [인디즈 박이빈]
눈을 감고 크게 숨 쉬어|감독 김은영, 황영|극영화|38분|전체관람가
시놉시스 
윤이는 가족들 몰래 배우오디션을 보기 위해 과수원에서 알바를 한다. 그 동안 꿈꿔왔던 배우가 되기 위해서 논과 밭에서 일하며 틈틈이 연기 연습도 병행한다. 드디어 내일이면 오디션을 보게 된다. 우연히 동창 동구를 만나게 되고 둘은 같이 동구네 사과밭에서 대본연습을 한다. 로맨스 대사라 그런지 동구가 조금 달리 보이는 것 같다. 윤이는 다음날 아침 오디션을 위해 기차에 오른다.
Review
실제로 나는 엄마에게 이 영화의 대사와 닮은 말을 들었다. 멍에가 든 마음은 “과감히 도려내고 다른 쓸모”를 골라야 한다고 말이다. 상한 쪽을 품고 살면 근처의 사과에도 옮으니 주의하랬다. 윤이는 가업인 과수원에서 일하면서도 대본을 끼워 지낸다. 윤이는 연기를 해야 숨을 넓고 쾌활히 쉬었다. 다만, 물러지지 않는 가정의 폭력에 평소의 숨도 살펴 가며 꼽아야 했다. 대사보다 과즙을 더 들어야 했던 그에게 동구와의 재회는 큰 기점이 된다. 동구는 영화에서 처음으로 윤이에게 사과를 깎아 내민 대상이었다. 나에게 살갑기가 새삼스러운 시기에 성한 동구의 사과는 큰 다정으로 읽힌다. 긴장을 누를 수 있는 “크게 숨 쉬는” 법도 배우게 된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데, 그때는 그 말이 진짜 같았어. 나한테.” 동구와 윤이는 재회를 통해 파괴를 도려낼 결심에 다가선다. 각자의 매일을 갈변시킨 말을 과감히 더는 연습. 나의 기쁨과 성큼 맞댈 준비가 필요한 이들에게,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인디즈 김해수]
하나의 마음|감독 이지우|극영화|28분|15세이상관람가
시놉시스
외삼촌의 집에 사는 하나는 어느날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장례식장에서 자리를 지키던 하나는 충동적으로 도망을 치고, 남자친구와의 백일 이벤트를 준비하는 친구 황을 만나러 노래방으로 간다.
Review
“죽어. 근데 너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 때문에 죽지는 마.” 하나는 심상함을 굳이 안 거두는 인물이다. 예의보다 절에 내키지 않는 호오가, 장례식보다 납득되지 않는 마음이 중요했다. 하나의 그 마음은 친구인 황을 통해서만 서술된다. 하나와 황은 죽고 싶은 기분까지 차례로 통과한다. 청소년인 황은 성년이던 애인의 거짓과 교활로 인해 펑펑 운다. 다행히 하나가 황의 교제와 끝에 모두 동참해 거절을 안팎으로 빼내는 법을 알려주었다. 네 마음의 여부가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황은 더는 아무에게도 사랑 받을 수 없을 거라며 좌절한다. 나는 마땅히 나서서 하나를 가리키고 싶었다. 친구가 스스로의 안위를 해치는 걸 막으려고, 하나는 본인의 생을 연장하기로 결심했으니까. 한편, 황은 하나가 질색하던 행위를 달갑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이를테면 포옹, 절을 올리는 일, 음주. 특히 황이 영정 앞에서 “제 친구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인사하는 장면은 애틋하다. 끝내 옥신각신 살아내는 편에 서기로 한 종일이 든 이 영화는 무척 소중하다. [인디즈 김해수]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감독 이루리|극영화|18분|12세이상관람가
시놉시스
강을 끼고 있는 마을, 장문안(䢿). 산하의 친구가 강에 빠져 죽은 지 1년 뒤, 마을에 하나 뿐인 중학교가 폐교를 결정한다.
Review
강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이 많은 산하는 작년 강에 스스로 몸을 던진 친구를 그리워한다. 아직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작년에 있던 일로 학교는 폐교를 결정하고 사람들은 다시 강에 놀러오고 작가인 엄마는 산하와 친구를 주제로 이야기를 쓴다. 잠시 멈춰 설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로 끊임없이 변해가는 상황과 사람들 때문에 산하는 이 모든 것이 다소 버겁다. 친구가 세상을 떠난 후 강이 얼고 밤이 점점 더 길어지는 겨울이 다시 찾아왔고 산하는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계속 지켜나가기로 한다. 잎과 열매를 떠나보내고 자연스럽게 매듭을 짓는 나무처럼 자신만의 마무리를 짓고 산하는 마음 속에 친구와 함께 했던 기억을 품고 살아가려 한다. [인디즈 김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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