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인 매거진 ⟪정규환의 개인사정⟫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오늘 에디터는 SUN 입니다

💬 오늘의 에디터 PICK
HOUSE OF GUCCI | Official Trailer | MGM Studios
명품하면 단연 떠오르는 브랜드 중 하나인 ‘구찌'. 이 구찌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로 개봉합니다. 불륜, 뒤통수, 살인까지. 실제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로 기대감 300%인데요. 레이디가가부터 알파치노까지, 전 개봉하는 날 바로 달려갈 거예요.

이번 레터는 인터뷰예요. 도시생활자를 위한 1인 매거진 <정규환의 개인사정> 발행인인 정규환씨( @private.sajung )를 인터뷰했어요. 

무더운 8월입니다. 에어컨을 켜고 커피를 한 잔 내려 작업실 책상에 앉았습니다. 레터를 쓰려고 보니 문득 독자들은 언제 레터를 꺼내어 볼까 궁금해졌습니다. 출근하는 대중교통 안에서 볼까? 출근 후 메일 정리를 하며 보려나? 아니면 일하다 짬난 시간을 이용해서? 회사에서 이번 레터를 읽는다면 잠깐의 환기로, 여름휴가 중 읽고 계시다면 슬며시 웃어보일 수 있는 글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지난 주말 어거스트 에디터들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거스트의 방향성과 확장이 주제였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영화 두 편이 상영되고 끝날 시간 정도로 길게 나눴습니다. 같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모여있다는 것이 이런 걸까요? 서로가 어거스트에 품고 있던 애정의 깊이를 꺼내어 보이는 자리 같았습니다. 애정. 올해 제게 다가온 단어입니다. 애정과 사랑 같은 것들은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는다면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로 이번 레터를 통해 소개하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1인 미디어, 1인 매거진, 메일링 서비스. 이 모든 단어가 그를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겠지만 저는 이렇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애정을 기반으로 애정을 나누고 애정스러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큐피드. 

🙌 PART. 01
툭 시작해버린 도시생활자를 위한 1인 매거진

(디자인 허문화 instagram.com/munhwa_fruits )
이제 갓 두 호를 발행한 격월간 매거진 ⟪정규환의 개인사정. 정규환은 ⟪정규환의 개인사정의 1인 발행인이자 필자입니다. "도시생활자를 위한 1인 매거진이에요." 그는 매거진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도시생활자는 1인 가구, 서울사람, 힙스터와 같이 한 두 가지 키워드로는 직관적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 규환씨가 생각하는 도시생활자는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있나요?
 
사실 1인 매거진이다 보니 저의 개성이 묻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제 스스로가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고, 게이이고, 동거를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도시생활자를 이러한 특성으로 제한두는 것은 아니고 이들의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는 거죠.
 
정규환은 매거진 1호 동거 에세이에서 현재 진행형인 오랜 연애, 8년 장기 연애의 시작을 회상합니다. 툭 던지듯 꺼내어지는 '종로3가', '게이인권단체' 단어가 새초롬히 등장하는 첫 문장은 '개인사정'이라고 정한 이름과 참 잘 어울립니다. 
 
- ⟪정규환의 개인사정⟫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객기이기는 했어요. 갑자기 시작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지금쯤 해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새로운 매체나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주목도도 높고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도시생활자라는 개념 안에는 퀴어, 가족구성권,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주제를 담고 있는데 지금 한국에는 이러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희소성도 있다고 생각했고요. 
 
- 규환씨는 계속 글을 써왔던 걸로 알고 있어요. 매거진 ⟪뒤로⟫, ⟪빅이슈코리아⟫, 메일링 서비스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 등이요.
 
게이매거진 ⟪뒤로⟫의 인터뷰이로, 그리고 인터뷰어로 참여했어요. 처음으로 제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매체였어요. 그리고 그 매체를 통해서 할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특별했다고 생각해요. 2호가 '혼인'에 대한 이슈를 다뤘는데, 당시 한국에서 '혼인'이란 주제로 한 호 전체를 다루는 것도 유일했고, 당사자 얼굴을 드러내는 것도 의미가 컸다고 생각해요. 이후에 ⟪뒤로⟫ 프리랜스 에디터로 참여하면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생겼어요. 이때의 경험이 지금 매거진을 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는 메일링 서비스예요. 저는 에세이로 참여했고요. 프로젝트는 ⟪뒤로⟫ 매거진 발행인 故 이도진 씨의 암투병을 돕기 위한 모금형식으로 6개월 간 진행됐어요. 각기 다른 30인의 창작자가 참여를 했어요. 당시 메일링 서비스가 활성화가 되고 있는 시기였어요. 그때 저는 30인 중 한 명의 창작자로 참여했지만 그 경험도 저한테 교훈을 많이 줬어요. 예를 들어서 30인의 창작자 중 한 명에 속해 있다 보니 내 킬러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했었죠.

💁‍♂️ PART. 02
'나'만의 이야기를 기록할 때 생기는 힘 

- 개인적으로 ⟪정규환의 개인사정⟫에서 인상 깊었던 코너가 있어요. '기록문학'이요. 동거하는 세 게이 커플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세 커플이 있어요. 그렇게 여섯 명이 서로 친한 친구들이에요. 모두 게이 커플들인데, 그 커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기록문학이라는 장르로 우리가 고민하는 지점들과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어요. 매거진의 형태다 보니 기본적인 구성들이 있고, 각 호의 컨셉에 따라 바꿀 생각이에요. 1호에는 외부 칼럼으로 이랑님이 참여했었고요. 
 
정규환과의 대화에서 등장하는 단어들에서는 한 인간의 오롯한 무게가 느껴집니다. "이 이야기가 기록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내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실제로 주위에 있는 커플들 하나하나가 증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누구나 마음먹는다면 미디어를 만들거나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미 나열할 수 있는 뉴스레터도 충분히 많고, 인터넷 언론 수는 셀 수도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정규환의 매거진은 다시금 매체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 매거진을 준비하는 데는 얼마나 걸리셨어요?
 
두 달 정도 걸렸어요. 
 
- 첫 번째 호를 시작해보니 어떤 느낌이 들어요?
 
정말 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발간하다 보니 그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모여드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새로운 관계를 통해서 게이 데이팅 어플 행사에 참석해 토크를 한다든지, 오늘처럼 인터뷰를 한다든지. 다른 곳에서 강연을 하는 경험들이 지난 두 달 사이에 생겼어요. 좁은 의미에서 보자면 저도 에디터 혹은 작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경계가 모호한 지점이 있어요. 실제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글을 쓰는 정체성을 지속하게 만드는 장치가 됐어요. 

- 정규환이라는 이름을 걸고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 스스로 관심있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콘텐츠가 저와 제 주변의 이야기로 수렴이 됐고요. 이전에 다른 매체에 제 정체성과 관련된 인터뷰나, 글을 쓰는 경험을 하면서 저 스스로를 타자화하게 됐어요. 지금 제 이야기가 한국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계속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정규환은 도시에 감춰졌던, 실재하는 도시인들을 길어 올립니다. 그가 말하는 도시생활자. 8년차 게이 동거 커플인 정규환과 자기 자신을 포함해 도시에 살고 있는 그의 게이 친구들. 그가 기록하는 도시에서의 생활은 그 자체로서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던 저너머의 삶에 대해 아주 솔직하고 따스하게 이야기해줍니다.
도시생활자를 위한 1인 매거진 ⟪정규환의 개인사정⟫은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수집한다. 수필, 화보, 인터뷰, 기록문학, 칼럼, 영화 대담, 여행기 외에도 사정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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