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와 시위에서 여자들은 어디 있었어?

이번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10~30대 여성들의 새로운 응원봉 시위 방식이 주목받고 있어요.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불빛”,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불빛”인 응원봉을 가지고 나와 민중가요 뿐만 아니라 최신 가요를 개사하여 함께 목놓아 불렀어요. 14일 토요일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난 이후 울려퍼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답니다.

다양한 응원봉이 한데 모여 있는 모습이 각자의 정체성과 의견이 모이는 민주주의 공론장 그 자체로 보이지 않나요? 응원봉을 들고 탄핵을 외치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이 중장년 세대에게 신선함을 가져다 준 것 같아요. 아이돌 팬으로서 익숙해진 응원, 떼창, 함성, 차가운 길바닥에서 대기하기 등이 집회와 유사한 점이 많아서, 아이돌 팬이라면 집회에는 최적화된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켜본 경험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모인 것이죠.

언론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집회 참석자의 다수를 이루는 모습에 주목하면서 이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집회 문화를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탄핵소추안 표결일이었던 7일, 국회에 모였던 사람들의 20% 이상이 10~20대 여성이었다고 해요. 연합뉴스에서는 “통상적으로 1020 여성이 정치 무관심층으로 여겨져왔는데” 새로운 집회 문화가 이들을 끌어모으는 기폭제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어요.

💡 정말 젊은 여성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집단일까?

아니에요. 여성들은 언제나 투쟁해왔답니다. 

응원봉을 들었다고 이제야 우리의 존재가 유의미한 것처럼 칭찬하는 것이라면 좀 씁쓸할 것 같습니다. (…) 우린 언제나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 단풍

오타쿠라고 해서 정치와 분리된 존재들은 아니에요. 언론에서 응원봉 들고 나오는 2030여성을 신기하듯 보지만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강남역 살인 사건의,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여성이야말로 (…) 투쟁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존재입니다. - 나스따샤

(경향신문, 2024.12.13.)

과거에도 다르지 않았어요! 1980년 5ᆞ18 민주화운동에도 여성들이 아주 많이 참여했어요. 오늘은 강현아 선생님의 논문을 통해 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 5ᆞ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여성들

한국에서는 60년대부터 노동자를 억압하고 반민주주의적인 유신체제에 저항하는 움직임들이 있었어요. 1970년대 후반 전두환 정권 당시 광주 지역에는 방직, 전기 산업 등 제조업체 생산직에 여성노동자들이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5ᆞ18 이전부터 여성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노동 3권 보장, 임금 협상 등을 목표로 하는 노동운동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5ᆞ18 당시에는 JOC, YWCA, 송백회 등의 단체가 여성들의 운동을 주도했어요. JOC는 가톨릭 노동청년회를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조직이고, YWCA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여 여성들을 교육하는 단체, 또 송백회는 교사, 간호사, 주부, 지식인 등 여성들로 이루어진 단체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남성들의 옥바라지와 사회문제 인식 공유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에요.

이 단체에 소속되어있는 회원들은 물론이고 많은 여성 노동자들과 여학생들, 여대생들이 시위에 참여했어요. 여성들도 화염병을 투척하고 물품을 조달하고, 선전 활동을 했어요. 또 자발적으로 자신이 할 일을 찾아서 식량을 공급하거나 모금 활동을 했습니다. 특히 민주화운동 초기에 여성들은 시위대 뒷편에서 앞에 있는 투사들과 대중들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했어요. 대중들의 시위 참여를 촉발시키는 데에 여성들의 목소리가 핵심이었다고 해요.

YWCA가 여성 활동의 중심이 되어 주도적으로 모금 활동, 궐기대회 준비, 유인물 및 대자보 제작 등이 이뤄졌어요. 중요한 사항이 있으면 남성들이 YWCA로 와서 함께 여성들과 논의했어요.

여성들에게는 총만 없었을 뿐이에요. 남성활동가가 구속되거나 구속을 피해있거나 등의 이유로 없을 때는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중심이 되어 헌혈, 취사, 식량 공급, 간호, 시체처리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또한 민주화운동 이후 구속자들에 대한 석방을 요구하고 시민들을 상대로 자행된 국가 폭력을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한 활동에 유가족들의 어머니와 구속자들의 부인들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 그렇다면 왜 여성들은 하나도 주목받지 못했던거야?

1. 민주화운동이 고조되고 무장투쟁을 이어나가기로 결정된 투쟁 중반부터 남성들이 주가 되었어요. 수습대책위원회, 투쟁위원회 등의 정치적 조직에서 여성들이 배제되었어요. 여성들은 남성들을 지원하는 위치가 되었고, 남녀의 역할이 구분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공식적인 정치조직에서 배제되면서 여성들의 활동은 주변적인 역할에 한정되었을 뿐이라는 잘못된 평가가 남았어요.
2. 80년대 후반 남성들은 선거를 비롯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국회의원 등으로 진출했으나 여성들은 그렇지 못했어요.
3. 총 들고 싸우던 사람, 죽은 사람들에 대한 부채감을 느끼고 자신이 생존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며 본인의 활동에 대해 드러내길 원치 않아 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4. 여성들은 자신이 한 활동들이 남성들이 한 일에 비해 하찮고 보조적인 일이었다고 인식하고 있었어요.
5.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전력으로 인한 직장에서의 해고, 결혼,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치며 같이 항쟁했던 사람들과 연결이 끊기면서 공적, 정치적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어요.
6. 민주화운동 이후 공식적인 조직활동, 정치활동이 없어 여성들의 공로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웠어요.

항쟁 당시 여성들이 ‘여성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취사, 간호 등의 업무를 주로 수행했고, 이보다는 남성의 경험이 더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왔으며, 항쟁 이후 여성들이 정치적 조직 속에서 활동하지 못하면서 여성의 공로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게 되었어요.

📌 앞으로는 달라질까?

배제되었던 여성들을 다시 역사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한 이 연구처럼, 언제나 투쟁해왔던 여성들을 우리가 함께 기억해요! 

그리고 지금 2024년에 여성들의 목소리가 주목받고 있어요. 젊은 청년 여성들이 집회의 새로운 얼굴이 됨과 동시에 여러 여성들의 시민 발언도 화제가 되고 있어요. “이전 정부들에게서 민주주의를 얻어냈을 때에도 나라를 지켜왔던 건 늘 약자였다”고 말한 부산 여고생의 시민 발언,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주어야만 민주주의가 완성된다고 외친 노래방 도우미 여성의 시민 발언이 예시랍니다.

계엄령이라는 엄중한 사태에도 평화롭고 유쾌한 방식으로 집회가 진행되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다 함께 연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시민 발언을 하면서 탄핵 소추안 가결을 외쳤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고 싶은 나라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서 함께 나누었어요. 집회에 참여하여 연대하는 경험을 통해서 사람들과 함께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이 쌓일 것이고, 그러한 자신감을 통해 더욱 더 사회적 참여가 늘어나서 이전에 소외되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 무시당하지 않게 되지 않을 거예요! 또한 이번 탄핵 집회를 계기로 해서 더욱 더 많은 여성 정치인들도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면 너무 큰 바람일까요?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제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