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윤정 기자입니다.
2023년 8월 8일 오후 9시, A는 술에 취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112에 전화해 “청량리역에 있다”, “칼로 사람들을 찌를 거다”라고 신고했습니다.
허위 신고였습니다.
A는 흉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사람들을 찌를 생각이 없었습니다.
A는 1심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착각이나 오인을 일으키는 ‘위계’로 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방해함)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A가 거짓말의 수위를 계속 높이더니 끝내 이 범행에 이르렀다”고 했습니다.
A의 허위 신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19년 “자신이 성폭행을 했다”고 허위 신고해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2023년 7월에는 “음식점에서 영업을 방해했다”, “칼에 찔렸으니 구해달라”, “사람을 죽였다”고 세 차례 허위 신고했습니다.
현재 A는 2심 재판 중입니다.
저는 며칠 전 서울북부지법 302호 법정에서 A의 재판을 방청했습니다. 구치소에서 생활하는 30대 피고인 A가 카키색 죄수복을 입고 법정에 들어왔습니다.
이날 재판장은 A보다 검사에게 더 많이 질의했습니다.
재판장은 한 번의 허위 신고로 여러 기관이 출동했다면, 그래서 여러 기관이 공무 집행에 방해를 받았다면, 그 법률 위반‘들’은 서로 어떤 관계인지 물었습니다.
A의 신고가 접수된 날, 전농1파출소와 동대문경찰서, 철도경찰, 동대문소방서 등 여러 기관에서 총 59명의 공무원이 출동했습니다. 소방관의 출동은 구호 조치를 위해서였습니다.
검사는 재판장의 질문에 “상상적 경합 관계”라고 답했습니다.
한국 형법은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상상(想像)적 경합’으로 봅니다. 이런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 처벌합니다.
재판장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상상적 경합 관계라고요?”라며 계속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습니다. 이어 “일단, 재판을 종결하겠다”며 절차를 마무리했습니다.
2심 판결이 나오면 재판장의 의중을 알 수 있을까요?
재판을 마치며 A는 “10년의 독립생활을 정리하고, 8년 만에 만난 가족과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습니다. “알코올 중독 등 정신과 전문의 상담을 받겠다”고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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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코트워치는 두 번째 프로젝트를 띄웠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살인예고’ 글을 작성했다 검거된 피고인들의 법정 이야기를 전하는 ‘익명의 협박자들’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A와 달리,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올려 협박 혐의를 함께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유형의 협박 사건들은 단순히 철딱서니 없는 ‘장난’이나 무조건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허세’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사회적으로 아무리 심각한 사안이라도 그저 ‘웃긴 것’, 웃긴 패러디나 웃긴 유행으로 바꿔버리는 밈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열릴 재판들의 이야기는 기사로 더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