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을 남기는 마음
도현명
임팩트스퀘어가 창업한 2010년 즈음엔 나를 포함한 모든 멤버들이 글을 참 많이 썼었다. 할 일이 많지 않아 여유로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생태계가 초창기였기 때문에 다른 조직과 사람을 불러모으고 싶었다.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가 어우러진 곳이 생겼다. 여기가 이렇게나 재미있는 곳이다. 진짜 혁신적이고 멋있다. 정말 깊고 의미있다. 그러니 같이 하자."
비즈니스 사례를 분석하고, 글로벌의 흐름을 공유하는 등 IBR 아티클 제작은 여러가지 형태와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내내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것은 함께 세상을 바꿔나갈 사람들을 위한 '초대장', 그 자체였다.
임팩트 비즈니스 리뷰(Impact Business Review, IBR)라는 이름으로 쌓이기 시작한 글들은 당시 부족했던 우리에게 학습의 기회였고, 또 아무것도 없던 임팩트스퀘어를 사회에 알리는 길이었다. 그렇게 수 년간 글을 쓰고 매거진을 출간하고 컨퍼런스를 열었다. 치열한 시간을 지나던 어느 순간, 돌아보니 우리 말고도 어느덧 북적이는 인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라던 결과였다. 하지만 좋은 글들과 지식들이 충분히 쌓이기 시작했다는 안도와 함께, 임팩트스퀘어도 점차 일이 많아지며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더이상 글을 쓰지 못했다. 이것도 벌써 7~8년 전의 일이다.
2011년도에 발간한 첫 레터가 ESG를 다뤘고, 그해 말 만든 첫 매거진이 임팩트 투자 주제로 출판되었다. 2012년도에는 도시재생을 말했다. 당시엔 생소한 주제들이었다. 그래서인지 가끔 오래 된 글들에 관한 질문이 왔고, 여전히 방문자가 많다는 웹사이트의 알람을 종종 받았다. 벌써 십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문의가 온다. 그렇게 글을 쓴다는 것은 잊히지 않는 과제 같은 것이라는 것을 체감하며 지냈다.
이제 충분히 좋은 글과 지식이 많은 사회가 되었다. 그런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임팩트 비즈니스 리뷰는 재개를 앞두고 있다. 시작은 새롭게 임팩트스퀘어를 만들어가는 구성원들로부터 시작된 질문이었다. 그들이 IBR을 다시 시작해보자는 말이 꺼냈을 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과 동시에 지금도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한참을 망설이게 했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내 10년 전과는 또 다른 성장의 모멘텀을 느끼는 담당자가 자리를 잡았고, 글을 쓸 구성원들이 모였고, 그리하여 다시 글을 남기기로 결정했다. 기능적인 필요성이나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여전히 이 일을 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미 결론을 얻은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었다. 우리는 10년 전 보다 겸손해졌고, 처음보다 더 넓은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들을 참 좋아하는 대로 적어가는 일을 이제 다시 시작하게 되었을 뿐이다.
이제는 단지 글을 쓰기 위한 목적보다도, 우리가 임팩트스퀘어라는 공간에서 만들어가는 하나하나의 순간들에 더욱 진심인 사람들로 가득찼으므로, 더 진솔하고 더 임팩트스퀘어 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날들을 기대해보려 한다. 이 모든 기록은 새롭게 시작되는 Impact Business Review, 그리고 바로 이 Impact Bell Tower에 다시 남겨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