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95 April 29, 2025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에 일시적인 침체를 불러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에 리브랜딩을 고민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급증했고, 아이덴티티 디자이너 전채리 대표가 이끄는 CFC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다양한 브랜드의 리브랜딩 프로젝트에서 두각을 나타냈죠. 29CM 성수, SM엔터테인먼트, 칠성사이다 등 국내 대표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거쳐, 현재는 업계에서 주목받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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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선명한 형상으로 구현하며 브랜드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채리 대표는 CFC를 이끌어온 12년의 경력에 안주하지 않고, 여전히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CFC 건물 1층에 페쿨리 커피 로스터스를 오픈하기도 했는데요. 선선했던 3월의 어느 날, 페쿨리의 따뜻한 드립 커피 한 잔과 함께 전채리 대표의 디자인 여정에 영향을 준 인물과 공간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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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BRANDS INFLUENCED YOU THE M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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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에 있어 나이에 한계가 없음을 알려준 '폴라 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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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디자이너이자 디렉터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디자인을 시작할 무렵부터 롤 모델이 필요했어요. 그때 떠오른 인물이 바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설적인 디자이너 폴라 셰어 Paula Scher입니다. 그는 45세였던 1980년대 후반에는 퍼블릭 시어터(The Public Theater)의 로고 아이덴티티 리디자인 작업을 진행했고, 50대 초반에는 시티 그룹 CI와 같은 대형 기업 프로젝트를 맡았죠. 심지어 70대에 접어든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폴라 셰어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40대 초반인 저 역시 여성 디자이너로서 아직 더 많은 작업을 해나갈 수 있겠다는 힘을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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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를 넘나들며 자신을 표현하는 아티스트 '백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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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백현진은 복합적이고 흥미로운 사람이에요.(웃음) 곡을 쓰고 노래하는 뮤지션이자 MMCA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른 작가, 그리고 비열한 배역을 맡는 배우이기도 하니까요. 10년 전 쯤, '한잔의 룰루랄라'라는 공간에서 포효하는 듯 노래하는 그의 무대를 처음 보았는데, 감정을 오롯이 분출하며 관객과 소통하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백현진의 음악을 들을 때면, 상황과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가사 덕분에 구체적인 장면들이 떠오르곤 해요. 예를 들어, 2019년에 발매된 '빛'을 듣다보면 모서리에서 세 갈래의 빛이 뻗어나가는 느낌과 함께 슬픔이 전해지고, 환희가 차오르죠. 확실히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데 소질이 뛰어난 아티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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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하지 않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저스트 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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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어보지 못한 과거에 향수를 느끼는 감정을 '아네모이아 Anemoia'라고 하잖아요. 저에게는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들이닥치기 전이자 문화적으로 풍요로웠던 1960-70년대 미국, 특히 뉴욕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요. <저스트 키즈 Just Kids>는 그 시기를 지나온 뮤지션이자 시인
패티 스미스 Patti Smith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당대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아지트였던 첼시 호텔에 대한 묘사가 인상 깊어요. 아직 본격적인 예술가가 되기 전, 시인이 되고 싶었던 20대 초반의 패티 스미스가 겪는 고난과 예술가로서의 열망도 경이롭게 다가오고요. 단순한 회고를 넘어, 젊은 시절 그 자체를 담아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벅참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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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있게 한 10년 전 '홍대'와 그 시절을 함께한 동네 친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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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까지는 입시와 출근을 반복하며 좁은 시야로 살아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20대 후반, 홍대 지역에서 자취를 시작하며 만난 동네 친구들이 마치 책 <저스트 키즈> 속 첼시 호텔에 있는 아티스트들처럼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어요. 그때부터 CFC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당시엔 작은 1인 스튜디오였지만 제게는 큰 꿈이 있었거든요. 그 꿈을 다양한 친구들과 나누고, 응원을 받으면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홍대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예전 느낌을 많이 잃었다고 하지만, 10년 전 홍대는 30대 어른으로서의 저를 새롭게 키워낸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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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에 위치한 페쿨리 커피 로스터스 © Pecu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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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아이덴티티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예전에는 하나를 고르기 어려웠지만, 요즘은 망설임 없이 르메르 Lemaire를 꼽게 됩니다. 공동 창립자인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사라-린 트란이 구축한 동서양의 조화롭고 묘한 분위기, 절제된 중채도의 컬러 팔레트, 그리고 무엇보다 옷에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 태도가 담겨 있어서 좋아요. 예전에 크리스토프 르메르가 한 인터뷰에서 옷을 'place to live in'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옷을 살아가는 공간으로서 바라보는 거죠. 르메르에는 편한 오버핏 실루엣과 조일 곳은 조이는 식의 긴장감이 공존해요. 실제로 입었을 때 옷 자체에서 공간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르메르를 알게된 이후부터 여전히 그 세계에 푹 빠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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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Linh Tran & Christophe Lemaire © Lem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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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리 대표가 당신에게 전하는 단 하나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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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꼭 지키고 싶은 신념은 무엇인가요?"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소설들을 다시금 읽어 보았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인간이 지닌 양심에 대한 깊은 질문이 담겨있어요. 일상 속에서 양심의 소리가 희미해질 때마다, '나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내 마음에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같이 바쁘게 살다 보면, 실존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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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리 대표의 인터뷰는 아래 영상에서 전체 내용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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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채리 대표가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인생에서 꼭 지키고 싶은 신념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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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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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Daesagwan-Ro
Yongsan-Gu, Seoul, Korea, 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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