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작곡가”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아마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며 고군분투하는 고독한 예술가의 이미지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여기 여러분이 생각하는 작곡가의 이미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교향곡의 대가, 브루크너예요. 세상일에 관심 없고, 오로지 자연과 종교에 푹 빠져 지낸 브루크너는 독특한 성격 덕에 여러 일화를 남겼는데요! 그런 브루크너의 이야기와 그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얼른 따라오세요.

1824년 오스트리아 출생의 브루크너는 가톨릭 음악 교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나이부터 음악을 접할 수 있었어요. 수도원에서 음악 교육을 받은 브루크너는 작곡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종교음악 세속음악을 모두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르간 연주자, 혹은 교수로 조금 알려졌을 뿐, 그를 작곡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고 해요.

브루크너가 처음으로 작곡가로서 이름을 알린 것은 1885년, 그의 나이 61세에 들어서였습니다. <현악 5중주>를 초연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교향곡 제7번>도 호평을 받으며 그의 이전작들도 사람들의 관심을 얻게 된 것이죠✌🏻 브루크너의 말년은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받은 연금과 집으로 따뜻했다고 하네요!

사실 브루크너는 세상을 떠난 이후에 더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그 이유는 그가 당대 19세기 작곡가들보다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가졌기 때문인데요. 평생을 가톨릭에 흠뻑 빠져 산 사람인 만큼,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지만 형식이나 화성적으로는 굉장히 거대합니다🤭 그리고 다른 장르보다는 “교향곡”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또한, 브루크너는 흔히 19세기 말, 말러와 비슷한 나이대의 작곡가로 인식되곤 하는데요. 사실 그는 브람스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작곡가로, 심지어 나이도 브루크너가 더 많아요. 우리가 브루크너를 후대 작곡가로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19세기 중, 후반에 유행했던 낭만주의에 보다 빨리 몰입해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당시 다른 작곡가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을 가졌던 브루크너는 구스타브 말러와 같은 후대 작곡가에게 새로운 충격을 선사한 것은 물론이고 지대한 영향을 끼쳤어요.

반은 신, 반은 얼간이

“반은 신, 반은 얼간이”

브루크너의 제자이자 음악적 동료였던 구스타브 말러가 그를 두고 한 말입니다. 브루크너는 사교성이 없고, 세상일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고 해요.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은 오로지 신앙과 자연뿐이었죠. 쉬는 시간에는 도나우강의 모래알을 세는데 몰두했다는 브루크너(!!!) 낡은 옷을 걸치고 오스트리아 북부 사투리를 구사하는 그는 유행에 민감했던 빈의 사교계, 그리고 교수로 재직했던 빈 음악원 사람들에게 놀림 받기 일쑤였어요👻 심지어 당시 음악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던 음악 평론가이자 빈 음악원에서 음악학을 가르치던 에두아르트 한슬리크는 브루크너를 대놓고 무시하며 그의 음악을 비판하는 수위 높은 비평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브루크너는 당시 황제에게 “부디 한슬리크 선생에게 저에 대한 끔찍한 글을 그만 좀 쓰라고 해주십시오.”라며 간청했다고 해요😰

그러나 이런 류의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죠? 바로 자신의 전문분야에는 집착 수준으로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이에요. 브루크너도 그랬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이상하리만큼 회의적인 사람이었어요🤨 자기 자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으면 계속해서 곡을 수정했죠. 그래서 브루크너의 교향곡에는 대부분 “판본”, 즉 버전 문제가 늘 따라다니며, 지휘자에게는 매번 어떤 판본으로 연주할지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답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 4번 로맨틱>은 그가 남긴 11개의 교향곡 중 가장 잘 알려진 교향곡 중 하나로, 1874년에 완성되었습니다. 브루크너의 꼼꼼한 성격 덕에 <교향곡 제4번>에는 많은 버전이 있는데요. 자잘하게는 7번, 크게는 3번에 걸친 개정이 이루어졌다고 하네요🧐 1881년 한스 리히터의 지휘로 초연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작곡가인 브루크너도 굉장히 만족한 연주였다고 해요. 

하나 더! 이 곡의 앞부분에는 “브루크너의 교향곡이구나!”를 알 수 있는 소위 ‘브루크너 개시’가 등장합니다. 곡을 처음 시작하는 제1악장 제1주제의 선율의 앞에 등장하는 것으로, 요즘 대중음악 프로듀서의 시그니처 사운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아요. 브루크너 개시는 보통 ‘트레몰로’로 시작되고, 한 음을 작고 빠르게 같은 속도로 연주하는 트레몰로 덕에 드럼을 빠른 속도로 '두구두구-' 치는 것처럼 긴장감을 조성하곤 합니다. 때문에 브루크너의 교향곡이 “해가 떠오르는 느낌🌅”을 준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낭만주의자가 작곡한 ‘로맨틱’한 음악, <교향곡 제4번>! 음악과 함께 낭만적인 하루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매년 4월, 예술의전당을 시끌시끌하게 만드는 축제가 있죠? 바로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 축제>입니다. 봄의 예술의 전당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교향악 축제는 이름처럼 전국에 있는 교향악 단체가 모여 교향곡과 협주곡을 선보이는 컨셉입니다🌳 1988년부터 빠짐없이 진행되고 있고, 2022년에는 4월 4일부터 24일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 총 20번의 연주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클래식 공연 중에서는 티켓 가격이 경제적이고, 무리 없이 볼 수 있는 공연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